태극기집회 "박 대통령 보고싶다. 나와달라" 촛불집회 "청와대가 특검 진입 막아"
  • ▲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4일 11차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4일 11차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설 연휴 직후 맞은 서울도심의 주말은, 광화문에서 벌어진 탄핵 인용 촛불집회와, 인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탄핵기각 태극기집회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구호와 노래 소리, 군중들의 함성으로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대한문 앞 태극기집회는 최근 2~3주와 비슷한 규모로, 여전히 노년과 장년층 참여자가 많았지만 20~30대 청년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동안 눈에 띄게 규모가 줄어든 ‘광화문 촛불’도 이날은 참여 인원이 늘어나면서 태극기 집회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최근 규모면에서 촛불집회를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태극기집회 연사와 참가자들은 "(탄핵기각을 위한) 고지가 머지 않았다"며 흥분한 모습을 보인 반면, 촛불집회에선 "저들이 반격하고 있다. 촛불을 꺼뜨려선 안되고 우리의 힘을 보여줘 맞대응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4일 대한문 앞에서 11차 태극기 집회를 열고, 신속한 심리 진행을 강조한 헌재 재판부에 유감을 표하면서 동시에 언론의 편향된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태극기집회에는 '유모차를 가져오면 15만원을 지급한다'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반발하는 의미로 직접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는 시민들도 눈에 띠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눈물을 보이며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 싶다. 당당하게 집회에 나와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탄기국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탄원서'와 'JTBC 조작 보도 의혹 고발' 서명 운동도 벌였다. 탄기국은 대한문에서 출발해 을지로입구역, 남대문로터리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총 3.6km 도심 행진도 진행했다.

     
  • ▲ 11차 태극기집회.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1차 태극기집회.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강남일대에서 사전집회를 벌였던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오후 5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2월에는 탄핵하라'를 주제로 14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퇴진행동에 나선 시민들은 '2월 탄핵', '특검연장 즉각탄핵', '이재용을 구속하라', '국정농단 은폐시도 황교안 퇴출' 등의 피켓을 들었다. 퇴진행동은 청와대, 총리공관 방향 등으로 행진했다.


    이날 집회 규모에 대해서 탄기국 측은 130만명, 퇴진행동 측은 4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로의 집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탄기국은 "태극기 민심이 촛불을 넘어섰다"고 주장했으며 퇴진행동은 "탄핵반대 집회 규모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질서유지를 위해 서울시내에 경찰병력 176개 중대(약 1만4,000명)를 배치했다.

    행진 도중 사고도 일어났다. 태극기집회 행진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이, 한 승합차운전자와 시비가 붙어 경찰과 일부 시민이 부상을 입었으며, 촛불집회에서는 20대 여성 2명이 50대 남성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진태·조원진·전희경 "위기 빠진 나라 구해달라"


    김진태 의원은 최근 캐나다와 독일 등 태극기집회에 참석, 교민들을 만나고 돌아온 소회를 밝히면서 "그들은 (나라 걱정에) 잠도 못 자고 울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독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전하면서 "그들은 '도대체 한국 내 문제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내가 설명했지만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세월호 7시간 때문에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등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한국 언론은 최순실씨가 독일에 10조원 이상의 재산을 숨겨두고 유령회사 500여 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독일은 1,200만원 정도의 불법 자금만 발견해도 즉시 조사하는 나라인 만큼 부풀려진 의혹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사실을 비판하면서 "내가 어제 특검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수사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짓을 할 땐 징역 5년에 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JTBC 손석희 사장의 '일당지급' 보도와 관련해서도, "난 오늘 목욕하고 왔는데 어디를 가면 5만원을 받을 수 있느냐"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태극기 물결로 우리는 꼭 이길 수 있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달라"고 당부했다.

     

  • ▲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대통령 탄핵소추를 막지 못한 죄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원진 의원은 "거짓과 선동과 조작에 의해서 미쳐가던 대한민국이, 애국 국민의 태극기에 의해 제정신을 차리고 있다"며 "거짓·선동·조작이 없고 법에 의해 심판한다면 박 대통령은 절대로 탄핵될 수 없다"고 했다.


    조 의원은 "탄핵 기각은 바로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탄핵을 막는 것이 바로 애국"이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안보가 무너지고, 종북·좌파세력에게 정권을 넘기면 노동문제는 민노총이, 교육은 전교조가 대변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 의원은 "바른정당은 '바른정당'이 아닌 탄핵 정당이고 배신의 정당이고 거짓 보수의 정당"이라며 "유승민이 주장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보면 박원순 보다 더 자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유승민 의원은) 말로는 보수를 말하지만 머리는 진보·좌파"라고 말했다.

  • ▲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전희경 의원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밝고 맑은 대한민국에 살면서 어둠이 대한민국의 본질이라고 호도하는 사람들에 맞서 여러분이 끝까지 싸워달라"며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해졌고, 역사는 진실과 정의를 바르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올바른 교과서를 만드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번영과 자랑스러운 선대들의 노력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빨간 교과서를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이를 가로막는 자들에게 '거짓은 물러가라'고 외쳐달라"고 호소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이 청계광장에서 진행한 집회에 참석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일부 과격한 시위꾼들을 겨냥해, "대통령을 탄핵했으면 됐지 대통령 목을 창에 껴서 들고 다니고 단두대를 끌고 다니는 잔인무도한 세력이라며 "(이들이 지지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역설했다.

    김 전 지사는 진영간 대립이 첨예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에 대해선 "즉각 배치해야 한다"며 "만약 미국이 (사드와 더불어) 핵무기를 배치 못 하면 반드시 우리가 자체 핵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 등도 태극기 집회에 참석핸 눈길을 끌었다.

  • ▲ '탄핵을 탄핵한다' 저자 김평우 변호사(왼쪽)와 대통령 변호인단 서석구 변호사.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탄핵을 탄핵한다' 저자 김평우 변호사(왼쪽)와 대통령 변호인단 서석구 변호사.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평우 "공정한 헌법재판 위해 특검 해체해야"

    김평우 변호사는 "지금의 탄핵은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이 아닌 자유·민주·법치라는 3가지 원리에 의해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대한민국을 탄핵한 것"이라며 "탄핵소추안대로 탄핵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헌법도 법률도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탄핵을 탄핵한다'는 책을 통해 탄핵 절차와 사유의 문제점, 언론·검찰·국회의 잘못 등을 지적해 주목받는 인물이다.

    김 변호사는 "탄핵소추장을 읽어 보면 박 대통령은 국민주권의 원칙부터 법치주의 평등의 원칙, 생명의 존중 등 모든 것을 위반한 이 세상에 가장 악랄한 독재자로 묘사돼 있다"며 "이런 탄핵소추장은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대한 소추장이 아니라 세계 최악의 폭력 정부인 북한 김일성 3대 세습 정권의 탄핵소추장으로 딱 맞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의 수사 행태에 대해선 "박영수 특검은 국회가 최순실 비리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이 최순실씨를 기소하면서 역할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공범임을 조사한다고 하고, 블랙리스트를 문제로 현직 장관을 구속하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구속하려고 했다. 공정한 헌법재판이 이뤄지려면 특검부터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기 탄핵'에 총력… "황교안도 나가라"


    한편 퇴진행동은 이날 촛불집회에서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퇴진행동은 지난 3일 박영수 특검이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지만 실패한 것을 두고 황 대행이 감싸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퇴진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청와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증거로 가득 찬 범죄 현장"이라며 "군사 기밀이 아니라 국정농단 사건 증거를 확보하려는 특검의 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 곳곳에선 '국정농단 은폐시도 황교안 퇴출'이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더불어 '2월 탄핵' '특검연장 즉각탄핵' '이재용을 구속하라' 같은 문구도 눈에 띄었다.

    또한 퇴진행동은 "사드배치를 강요하는 미국을 규탄한다"며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사드배치를 하지 못하도록 국민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직무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며칠 전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왜 이리 용기를 내기 시작하느냐, 왜 갑자기 탄핵 반대 집회는 커지느냐"고 말했다.

    이 시장은 황교안 대행에 대해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종범인 그도 이번 사태의 핵심적 책임자 중 한 명"이라며 "책임지기는커녕 대통령 행세 뿐 아니라 대대적인 반격을 통해 기득권자로 돌아올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지금은 책임을 묻는 일을 완수해야 할 때"라며 "끝까지 싸워 박근혜를 내쫓고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공화국을 만들자"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본집회에 앞서 서초동 법원 앞에선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비난하는 사전집회를 진행했으며 이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모여 이재용 부회장 규탄 시위를 벌였다.
     

  • ▲ 14차 촛불집회에 등장한 사드반대 깃발.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4차 촛불집회에 등장한 사드반대 깃발.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