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BJ, 까칠한 고등학생, 천재 게임 개발자, 그리고 조직폭력배까지…치우침 없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쌓고 있는 류준열은 유독 날카로운 눈매가 튀는 배우다. 전형적인 미남형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많은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세' 라인에 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데는 제가 만만해서 감독님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어떤 배역을 맡겨도 부담 없이 해낸다는 느낌? 친구들끼리 어느 역할을 해도 잘 어울린다고 해서 '얼굴 맛집'이라고 이야기한다." 담백한 말투와 천진한 웃음, 때로는 시크한 분위기를 내뿜는 솔직한 배우 류준열을 만났다.

    영화 '더 킹'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무슨 질문을 해도 쉽게 답하지 않는 진중함이 눈에 띄었다. "배우에게 있어 주조연은 의미가 없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고 밝힌 그는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작품에 임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류준열은 '더킹'에서 최두일로 분해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김의성 등 쟁쟁한 선배들과 최고의 호흡을 선보였다. '최두일'은 주인공 '태수'(조인성)의 고향 친구이자 들개파 조직의 2인자로, 화려한 세계를 꿈꾸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어둠 속에서 궂은 일을 해결하며 조력하는 인물이다.

    '더 킹'으로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류준열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부끄럽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늘 제 연기를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고 더 보완해야할 점을 느낀다. 모두 100% 흡족하게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거다"라며 겸연쩍어했다.

  • 이어 함께 작업한 한재림 감독과 배우들과의 호흡도 빼놓지 않고 전했다. "평소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워낙 높았다. '더킹' 촬영하기 전에 '우아한 세계'를 다시 봤는데 정말 좋더라. 현장에서 항상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는 독특한 연출을 많이 하신다. 두일의 테마곡이 호세 곤잘레스의 'Teardrop'이었다. 음악을 들으니 감정이 이해가 되고, 연기가 저절로 되는 느낌이었다."

    "평소 보고 싶었던 선배님들과의 작업만으로도 꿈만 같았던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서 큰 힘이 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정우성과 조인성 선배는 제가 봐도 정말 잘생겼다. 정우성 선배는 리더십이 돋보였고, 조인성 선배는 현장에서 가장 먼저 챙겨주셨다. 특히 초심을 잃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배성우 선배는 연극을 찾아보러 갈 정도로 원래부터 팬이었다."

    류준열은 '최두일'을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우직하면서도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했으며, 본연 특유의 중저음의 목소리, 과장되지 않은 섬세한 연기로 완급이 살아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조인성과 극중 동년배 친구로 출연한 그는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도록 촬영 내내 노메이크업으로 임했고, 통상적인 조폭 캐릭터와는 차별점을 두기 위해 촬영 때마다 매번 3시간 동안 타투이스트에게 가벼운 문신 분장을 받았다.

    "그 동안의 작품들 속에서 볼 수 있었던 금시계와 목걸이 등 전형적인 조폭의 모습이 아닌, 오히려 검사보다 더 검사 같은 조폭처럼 보이길 바랐다. 검사와는 마치 데칼코마니 같은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최두일은 다른 인물들에 비해 순수하면서 의리가 있다. 다른 인물들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데, 두일만은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사투리 연기? 어머니가 전북 군산 출신이시다. 평소 어머니와 대화할 때 사투리를 써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 2014년 단편영화 '미드나잇 썬'으로 데뷔한 류준열은 2015년 첫 장편영화 '소셜포비아'에서 'BJ 양게' 역을 맡아 개성 넘치는 연기로 실력파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2015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2016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를 통해 지상파 첫 주연을 꿰찼다. 

    2016년에는 더욱 활발한 스크린 활약이 펼쳐졌다. 류준열은 '로봇, 소리', '섬, 사라진 사람들'에 이어 첫 스크린 주연작 '글로리데이'에서 '지공' 역으로 출연해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보여줬다. 이 외에도 '계춘할망', '양치기들'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7년에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류준열은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배우 송강호, 유해진과 함께 출연해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가한 대학생 '재식'으로 분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최민식, 박신혜가 출연을 확정한 '침묵'과 최근 임순례 감독의 차기작 '리틀 포레스트'에도 합류했다.

    "많은 사람들이 '응답하라 1988' 성공 이후 왜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을 많이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다. 주인공은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 보통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정말 느리게 읽는 편인데, '더킹'은 한 번도 쉬지 않고 술술 잘 읽혔다. 이야기가 통쾌하고 디테일했으며, 촌스럽지 않았다."

    "밖에 다닐 때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류준열로 돌아다닌다.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사람들 모두 스마트폰을 하느라 못 알아보더라. 대중의 인기? 한때 매일 매일 포털사이트 메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시절이 있었다. 크게 개의치 않으려고 한다. 저는 저다운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이다."

  • [사진=뉴데일리 공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