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발탁'서 헛점 잡힌 文, "그런 검증실력으로 무슨 집권인가" 비판 쇄도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공준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공준표 기자

     

    '진보는 안보에 취약하다'는 정치권의 후담이 있다.

    이 은어는 언제부터인가 정치권을 넘어 여론 곳곳에 스며든 실정이다. 그래서일까. '야권의 잠룡'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캠프에 지난 4일 합류한 '안보통' 전인범 전 특전사령 행보에 스포트라이트 세례가 쏟았졌다. 또 전인범 전 사령관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기대감도 동시에 상승했다.

    그러나 전인범 전 사령관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정말 '반짝'으로 끝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 전 사령관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인범 전 사령관을 겨냥한 1호 태풍은 '람보 칼 채택' 발언이다. 특전사에게 지급될 7만원 상당의 칼을 국회가 부결시켰고, 이 때문에 조용히 살 수 없어 문 전 캠프에 합류했다는 게 전 전 사령관이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급한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일 국방부 브리핑에 따르면 현재 특전사에 지급될 전용칼은 15만원 상당이다. 한발 나아가 국방부는 "전 장군이 작년 7월 말 전역했는데 이후 진행 사항을 파악 안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한 차례 망신살을 산 전 전 사령관은 '람보 칼' 논란을 해결하기도 전에 더 큰 태풍을 맞이했다. 아내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8일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것. 심화진 총장의 혐의는 학교 공금을 변호사 보수 등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는 안보에 취약하다'는 정치권의 후담은 진담으로 변해가는 양상인 셈이다.

     

    ◆ 전인범 아내, 공금 3억 개인 운영권 강화에 사용

    서울북부지법 형사7(오원찬 판사)부는 이날 업무상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을 상대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오원찬 판사는 "심화진 총장은 범행을 주도 했고 학교 규모에 비해 거액의 교비를 개인의 운영권 강화를 위해 사용했다.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고 사립학교의 교비 회계 사용에 대한 경종의 필요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심 총장의 범죄를 조목조목 짚었다.

    오 판사는 "개인 과오로 생긴 형사 사건 비용은 학교 교육에 필요한 직접 경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심 총장이 실행한 세출 처리 방식 등을 살펴볼 때 교육부와 사학재단, 교수와 법무법인 자문을 거쳤더라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성신여대 교수회와 총학생회, 총동창회는 심 총장이 교비를 법률자문료 및 소송비용 명목으로 지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심 총장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학교 공금 3억7,800만원 가량을 20여 차례에 걸쳐 개인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한 바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아내 비리 있으면 권총으로 쏴죽인다더니

    전인범 전 사령관은 자신의 부인 혐의 논란이 거세지자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내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우리 집사람이 비리가 있다면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결국 으름장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전인범 전 사령관은 네티즌들의 거센 질타에 직면하기도 했다. 심화진 총장이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이제 남편 손에 죽는 것이냐", "군인이 말 바꾸지는 않겠죠" 등의 비판을 가했다.

    다만 전인범 전 사령관은 이같은 구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캠프의 하차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인범 전 사령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저는 여태껏 문재인 캠프에서 어떤 직책도 맡은 것이 아니다. 문 전 대표를 통해 우리 군은 더 강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묵묵히 제 나름의 방식으로 그분을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인범 전 사령관은 또 "제 아내의 일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공준표 기자
    ▲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공준표 기자

     

    ◆ 문재인으로 번지는 파장, "비리 알고도 무시했나?"

    논란이 커지자 전인범 전 사령관이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한 것은 아내 심화진 총장과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전인범 전 사령관을 둘러싼 비리를 알고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눈감았다는 지적이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표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매우 어두운 것 같다"며 "자신의 불안한 안보관을 희석하겠다며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여기저기서 부자격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이어 "(전 전 사령관은) 공수여단에 취임하자마자 고문 훈련으로 두 명의 군인을 사망시킨 전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도 쓴소리는 이어졌다.

    김재두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표가 전 전 사령관을 캠프에 영입한 것은 적폐를 영입하고 갑(甲)질에 눈감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두 대변인은 이어 "전 전 사령관의 아내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전 전 사령관 본인 역시 성신여대 학생과 교직원들을 업무에 동원해 노비 부리듯 갑질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재두 대변인은 "(문재인 전 대표가 전인범 전 사령관 부인의 비리를) 모르고 영입한 것이라면 그 정도 검증실력으로 무슨 집권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못박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전 사령관의 '금수저 가족관계'도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전 전 사령관은 1958년 9월 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한의사인 전주화 씨, 모친은 한국 최초 여성 외교관 홍숙자 씨다. 조부는 유한양행 사장을 지낸 전항섭 씨로 알려졌다. 전 전 사령관의 고모는 미국 예일대 교수로, 고모부는 주미 한국대사관 특명전권공사 등 엘리트 이력을 뽐냈다. 전 전 사령관을 잘 아는 육군 사관학교 동문들은 그를 ‘금수저’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인범 전 사령관을 향한 질타가 빗발치자 문재인 전 대표는 즉각 선긋기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성남의 한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인범 전 사령관을) 자문단 일원으로 모신 것이지 그 부인을 자문역으로 모신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은 왜 전인범을 영입했을까?

    상황이 이쯤되자 문재인 전 대표가 전인범 전 사령관을 영입한 속내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 선 형국이다.

    전인범 전 사령관은 현역 시절 '참 군인'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그가 한미정부로부터 받은 11개의 훈장이 이를 방증한다. 또 1983년 아웅산 테러 사건 때 이기백 합참의장을 구해낸 일화도 존재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전 전 사령관을 앞세워 보수층의 표심 확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나아가 진보 진영의 취약점으로 불리는 '안보 불안'의 이미지를 전 전 사령관을 통해 씻으려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참사를 통해 문 전 대표가 전 전 사령관을 둘러싼 논란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인재 발탁 안목에 헛점을 보였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인사 가운데 전 전 사령관만이 구설에 오른 것은 아니다. '총선 1호' 영입인사인 표창원 의원은 막말과 대통령 누드화 논란으로 최근 여론의 빈축을 샀다.

    표창원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회관 내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여성의 나체 그림과 합성한 작품 '더러운 잠'을 전시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시민 1,011명은 표 의원 제명 요구 서한을 국회에 전달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표창원 의원의 막말도 여론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표 의원은 작년 말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인권콘퍼러스'에 참석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기독교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제기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표창원 의원은 기독교 비하(卑下)와 함께 '동성애·포르노' 합법화 찬성 발언을 던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 반대 목사들을 '나치·살인마'에 비유하고, 8만원만 내면 스토킹을 해도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