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가 보여준 바닥 민심, 새누리는 '웰빙정당' 벗어나야
  • ▲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그는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경기도지사를 두 번 맡은 정치인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그는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경기도지사를 두 번 맡은 정치인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스스로를 비주류, 비박이라 평가하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갑자기 '태극기 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태극기 집회 참가 소식은 정치권을 놀라게 했다. 그간 탄핵 무효를 외쳐온 '태극기 집회'에는 김진태 의원 등 소신이 강한 일부 친박계 의원만이 모습을 비치던 터였다. 더군다나 그와 뜻을 같이하던 다른 비박계 의원들은 탄핵정국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이탈한 상태였다.

    탄핵정국에서 비박계 의원들은 비상시국위원회의를 열면서 친박계에 대한 비토를 쏟아냈다. 그 역시 비상시국회의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공수처 신설'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박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혔다.

    그랬던 그는 두 달 만에 태도를 바꿔 친박계 의원들도 가기를 주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탄핵 반대' 입장에 섰다. 왜였을까. 대구에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후 서울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를 〈뉴데일리〉가 동대구역에서 만났다. 

    ◆ "왜 처음부터 안 나섰느냐"질문에 "촛불이 무서워서…"

    김문수 전 지사는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촛불이 무서웠다"고 술회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탄핵이 법률적으로는 굉장히 어렵지만, 판사들도 전부 촛불의 눈치를 본다"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이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하니 압박을 받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태에서 태극기(집회)가 맞대응하지 않으면 촛불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이 완전히 타버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주변에서는 김문수가 미쳤나, 정치를 포기했느냐는 비난도 너무나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변론 동영상을 수도 없이 되돌려보고 결론을 냈다고 설명한 김 전 지사는 여태까지 나온 검찰·특검·압수수색 등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에 대한 위반행위는 없다고 언급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려면 횡령 등 중요한 형사상 범죄 또는 헌법을 현저히 위반해야 한다"면서 "헌법을 위반한 것이 없는 것은 물론, 대통령이 범죄행위를 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서류를 보내고 검토를 받거나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오랫동안 알고 신임했던 최순실이 그런 짓을 했다 하더라도 그게 대통령의 범죄가 될 수는 없다, 탄핵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최순실이 대통령을 빙자해서 부정한 짓을 한 것은 구속돼서 처벌받아야 하지만, 대통령이 한 행위가 아니라면 이를 탄핵의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공수처를 신설하는 것은 지금도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우병우 수석·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제때 미리 문제를 막았다면, 혹은 국정 감사할 때 증인채택이라도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와대 내부를 미리 상시로 감시하고 바로 수습할 칼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본인이 아닌 내부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 ▲ 김 전 지사는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그는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이기도 하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김 전 지사는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그는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이기도 하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태극기집회가 보여준 바닥 민심, 새누리는 '웰빙정당' 벗어나야

    김 전 지사는 지지부진한 수사 결과에 최근 법조계에서도 기류변화가 감지된다고 했다. 그는 "촛불(집회)이 처음 시작되고 태극기(집회)가 없을 때는 대부분 국민이 하는 얘기가 탄핵이 기각될 확률이 5%도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요즘 들어 탄핵이 기각될 확률이 거의 절반을 넘지 않는다. 굉장한 변화"라고 반응을 전했다.

    실제로 태극기 집회는 촛불집회의 반작용으로 탄생했다. 언론은 매번 촛불집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통과에 초점을 맞췄다. 온 나라가 촛불집회의 민심에 휩쓸리는 구도로 흐르자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도 알려야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태극기 집회다.

    어쩌다 여기까지 몰리게 됐을까. 김 전 지사는 새누리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른바 '웰빙정당'으로 불리는 현실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우선 "웰빙정당이라는 것은 자신의 안일함을 도모하여 치열함 없이 적당하게 세월과 자리를 엔조이 하는 것"이라 규정했다.

    나아가 "지금 같이 박근혜 대통령이 억울하게 탄핵되면 구해내는 게 당연하다"면서 "많은 부담을 돌파하고 이기면서도 정의를 세우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도 지금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니 '수구세력이다, 촛불에 타죽을 셈이냐' 같은 협박을 하고 욕설을 듣는다"면서 "욕먹을까 봐, 정치적으로 손해가 날까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를 위해서 잘 훈련되고 용감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발탁해야 한다고도 했다.

  • ▲ 그는 문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는 보수진영 후보가 본인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당을 넘는 차원의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그는 문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는 보수진영 후보가 본인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당을 넘는 차원의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문재인 이길 후보는 바로 나…"반문 연대도 가능"

    김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문제점은 국가관 자체가 친북적이라는 데 있다"면서 "사드도 반대한 사람이고, 한미동맹에 대한 입장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당선이 되면 북한에 먼저 방문하고 미국은 그다음이라는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정신이 있는 사람이냐"는 강한 발언도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는 "국군 통수권자고 국방 책임자가 이런 사람이라면 나라가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경제 분야 역시 그는 문 전 대표의 색깔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기업이 활동하기 좋게 해주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미국의 트럼프는 현행 35%의 법인세를 15%로 낮춰준다고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를 겨냥해 "경제를 망치면서도 말만 경제를 살린다고 한다"면서 "세금은 높이고 현금은 나눠주자 말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문수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 시절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펴 경기도에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 등 영남권에서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한다"며 성토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그는 이날 다른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질문을 받고는 "대통령을 시켜준다면 전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한 바도 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를 이길 보수 후보 연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야당과 촛불세력들은 굉장히 당혹할 것"이라면서 "그때 우리 당의 좋은 후보들이 공정한 경선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훌륭한 후보를 세워야 한다"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아직 당이 어수선해 치밀한 전략과 운영방법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와 바른정당, 기타 정당과도 연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대위 체제 역시 빨리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후 6시 서울에서 약속을 앞두고도 태극기집회를 끝까지 지켜보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본지와 인터뷰 내내 '법치'와 '소신'을 강조했다. 자신을 종종 "재미없고 인기 없는 사람"이라 소개하는 그에게는 나라 걱정이 한가득인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