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로 읽는 탄핵정국(彈劾政局)

  • 이  호 / 목사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대표
    (사) 대한민국 건국회 청년단 대표

    작년 5월이었다. 새누리당의 거물 정치인에게서 “최순실”의 이름 석 자를 들었다.
    핏발이 선 눈으로 “독재자 박근혜” 운운하는 그에게서 폭풍의 조짐을 느꼈다.
    거대 언론사에도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었다.
    좌우(左右)가 합작하여 시시각각 정권을 포위하는 장면을 여러 달 바라보았다.
    7월 말쯤에 주변을 치더니 9월쯤에 가시화되고 11월에 폭탄이 터졌다. 

    언제 터지려나, 지켜보는 몇 달간 정완영(鄭椀永) 선생의 <조국(祖國)>이 귓전에 들리는 듯 했다.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조국’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던 20대로부터, 조국은 언제나 아슬아슬했다.
    대학 시절,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지른 열사들이 탄생했다.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바로 그 시기에 IMF가 터졌다.
    곧이어 “잃어버린 10년”으로 혼란의 세월이었다.
     다시 찾아온 우파정권 10년은 광우병에서 탄핵까지, 촛불에서 촛불로 이어졌다.
    행여나 다칠까, 나라를 생각하면 늘 조마조마하고 눈물겨웠다. 

    대한민국의 심장부가 다시 촛불로 뒤덮였다.
    틈을 노린 세력은 “이석기 석방”을 외쳤다.
     민주니 양심이니 하면서 북한의 <노동신문>을 읊어대는 자들도 많았다.
     좌파의 나팔수가 된 언론은 선동을 경쟁했다.

    거짓이 판을 치는 화면에, 당나라 시인 조송(曹松)의 한 구절이 자막처럼 겹쳐 흘렀다.
    “일장공성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 장수 한 사람이 공을 세우기 위하여 만백성의 뼈가 들판에서 마르네.”  
    김일성이 꿈꾸었던 적화(赤化)를 위해 얼마나 많은 뼈가 강산을 뒤덮었던가.
    김대중 한 사람이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나라의 근본이 얼마나 뒤틀렸던가.
    촛불을 이용하는 종북 좌파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대한민국은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어야할까.

    쓸쓸해지고 싶었던 늦가을에 일복이 쏟아졌다.
    비틀거리는 나라를 바로잡고자, 곳곳에서 의병(義兵)들이 일어났다.
    쉴 틈 없이 글을 쓰고 연설을 하며 돌아다니는데, 풍경처럼 펼쳐진 국토(國土)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옷을 벗은 가을의 나신(裸身)과 눈을 입은 겨울의 단장에, 눈이 부셨다.
     
    따뜻한 시절에 지은 두보(杜甫)의 시가 추운 계절에 추억처럼 다가왔다.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나라는 깨어졌지만 강산은 그대로 있으니”
    휘청거리고 무너지는 나라의 산하(山河)는 여전히 아름다워서, 가슴이 시렸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인데, 백성들의 마음만 하늘이 내린 맑음과 밝음으로 돌아설 수 있다면,
    기도의 여정이었다.       

    일찌감치 관군이 무너지고 의병으로 버티는, 감동적이면서 아픈 역사는
    병신년(丙申年, 2016)을 지나 정유년(丁酉年, 2017)에도 이어졌다.
    정권의 위기 차원을 넘어선 국가의 위기, 대통령의 위기에서 시작된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위기 앞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한 애국자들이 결집했다. 

    광화문을 가득 메운 집회의 연단에 섰을 때,
    국토만큼 아름다운 국민(國民)들이 깃발처럼 나부꼈다.
    촛불을 압도한 태극기의 물결 속에서 모윤숙(毛允淑) 선생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절창(絕唱)으로 들려왔다.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大韓)의 혼(魂)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선조들은 총과 칼을 들고 싸웠다.
    이름 모를 골짜기에 시체로 버려져서도 조국(祖國)을 말했다.
    그에 비하면 오늘의 싸움은 차라리 수월하다.
    고마운 분들이 총과 칼로 싸워주었기에, 말과 글과 설득으로 싸우면 된다.
    앞선 이들이 38선과 휴전선으로 싸웠기에,
    시간과 돈과 열정으로 민심(民心)의 파도를 일으키면 된다. 

    죽어도 죽지 않는 혼(魂)의 노래를 들으며,
    오늘도 내 몫의 전장(戰場)으로 간다.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시 오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