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언급도 말아달라" 호남 逆鱗 건드리지 않고 反文 표심 결집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14일 오전 KBS전주방송총국 공개홀에서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14일 오전 KBS전주방송총국 공개홀에서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파격적인 구애가 쏟아졌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1박 2일 간의 호남 일정이 마무리됐다. 과연 그에게 '호남 민심'이란 어떤 의미이며, 그는 호남을 기반으로 어떠한 구상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4일 오후 전북 군산에서 대전권으로 넘어가며 지난 이틀 간의 호남 방문을 마쳤다. 전날 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은 주로 전주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박 2일 간의 호남 행보를 정리하자면, 지난해 4·13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서도 10개월 사이에 많은 부분을 민주당에게 상실해버린 '호남 민심'을 기필코 되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던 행보였다.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서는 맹공을 퍼부었다. 호남을 향해서는 파격적 구애가 있었다. 총선 직후 드높았던 호남 지지율 폭락의 원인이었던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은 "정권 차원에서의 안철수 죽이기"였다고 설명하면서 스스로를 '탄압의 순교자'로 자리매김했다.

    전날 광주에서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호남 차별을 질문한 청중에게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전북에서는 호남의 예산·인사차별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애정 폭탄'을 쏟아부었다.

    지리산·덕유산권 산림치유원 사업의 전액 국비 추진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고, 동학혁명 기념사업도 "국책사업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30년 전북의 숙원인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서는 "국책사업이 이토록 시간 끌기로 점철된 적이 또 있었나 싶다"고 자신이 먼저 나서서 한을 토하며 "용지 매립을 포함한 인프라 투자를 국가에서 주도해야 민간 투자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5년 전 대선을 준비했던 진심캠프에 전북 출신의 훌륭한 인재들이 굉장히 많은 일을 했다"며, 전주고를 나온 윤영관 교수와 전북 남원 출신으로 전주 동암고를 나온 유민영 전 대변인을 거론했다.

    "민주당과 통합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이 될 때, 자신의 몫으로) 임명했던 최고위원 두 명도 전북 출신"이라며 자신이 집권하면 전북 인사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구구절절히 확신을 주려 애쓰던 대목에서는 패널들조차 그 열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던 모습이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이날 오후에는 대전권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호남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전북 군산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폐쇄 반대 범도민총궐기대회까지 참석해 목청을 높였다. 안철수 전 대표 스스로가 말했듯 "대선 후보 군으로는 유일하게 그 행사에 참석"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직전 주말에 들렀듯이, 야권의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호남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일까. 파격적인 '호남 구애' 행보는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도 "여러 번 언론을 통해 말씀드렸듯이, 이번 대선은 나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 호언장담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로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사진 맨 앞줄 가운데)가 14일 오후 전북 군산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반대 범도민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전북도민들과 함께 함성을 내지르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사진 맨 앞줄 가운데)가 14일 오후 전북 군산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반대 범도민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전북도민들과 함께 함성을 내지르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 검찰 시절 같은 수사부서에서 근무했던 율사 출신 의원은 "황교안 대행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번도 선출직으로 나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보면, 반문(반문재인) 표심을 결집할 구심점은 결국 안철수 전 대표만 남는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가 지난 10일 '2017년 대선과 민주당의 진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대통령 선거 직전에 (민주당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선출한 후보가 상당 기간 1위를 달리겠지만, 보수 세력은 민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막판에 '될 만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여권 지지층이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대선의 역동성으로 미루어, 막판 대역전극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안철수 전 대표 본인도 내심으로는 반문재인 성향의 표를 모두 결집하겠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딜레마는 이를 드러내놓고 거론하거나, 추진하는 순간 판이 어그러진다는 데 있다.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 기반은 호남이다. 그리고 호남 민심은 정권교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 또한 호남 민심을 충실히 받들어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런데 반문 표심을 결집하겠다며 박근혜정권의 일부를 이뤘던 보수 세력과 손을 잡는 모양새를 취하게 되면, 반기문 전 총장을 몰락시켰던 '정권연장'의 올가미에 씌이게 된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전날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간담회에서 "컨텐츠를 검증하지 않고 계속 연대 시나리오만 물어보면 같이 망하자는 것인가"라며 "언론에서도 연대 시나리오는 기사화하지도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를 우려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호남 민심'은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 기반인 동시에, 문재인 전 대표와 맞서기 위해 필요한 외연 확장을 일정 부분 가로막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지사와 달리 호남 민심을 대하는 더욱 고도의 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호남 민심이 극성스런 친문(친문재인)들의 음해모략과 흑색선전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안철수 전 대표의 진정성을 인정할 때까지, 꾸준히 구애하고 다가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연정(聯政)'이라는 화두도 대선 전에 먼저 꺼내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전북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다른 정당과 협치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연정은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외국은 각 정당이 선거에서 각자의 비전을 뚜렷이 밝혀 평가받고, 선거 결과로 다른 정당과 협의해서 연정한다"며 "선거 전에 연정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