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치 속 '좋은 선례 만들기' 고심하지만…
  • ▲ 자유한국당이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의 '환노위 날치기' 사건에 대한 대응책 등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당원연수 당시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이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의 '환노위 날치기' 사건에 대한 대응책 등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당원연수 당시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이 야당의 잇따른 법안 날치기 통과에 상임위 보이콧을 하고 나섰지만, 근본적으로 야당의 수적 공세를 막을 방법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과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100석이 되지 않아 야당이 해온 필리버스터도 하지 못하는 현실에 처하면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5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상임위 전면 보이콧 문제를 논의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상임위를 잠시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야 4당이 합의를 봤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환노위에서 날치기 통과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원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본회의장서 교문위가 통과시킨 국정 교과서에 대해 다양성을 보장하자고 했음에도 '국정교과서 사용 중단 및 폐기하는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환노위에서도 세 개의 청문회를 통과시키는 법안을 환노위 위원장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전날에는 또 미방위에서 방송 장악법을 통과시키려다 파행을 겪었다"면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대선에 유리한 정략적 입법을 개혁 입법으로 포장해서 여당에 간 보기를 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환노위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 '원천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야당의 공세에 강대강으로 대치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앞서 환노위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징계성 인사발령을 내린 의혹을 명분으로 MBC 안광한 사장 등 경영진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13일 의결했다. 이날 결정은 환노위 재석 의원 13명 중 9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반대했다.

    이에 대해 김진태 의원은 "MBC가 고영태 녹음 파일을 내보낸 데 대한 보복"이라고 언급했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대우 노조 출신이어서 노조 간부들이 협력업체로부터 8억 7천 여만 원을 받았다는 검찰 조사 결과 발표를 물타기 하기 위해 청문회를 통과시켰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김성원 대변인은 당 공식 논평을 통해 "특정 언론을 문제삼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면서 "누구보다 앞서 언론의 자유를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 원내대표의 발언의 연장선에서 "한국GM 노조의 채용 비리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큰 좌절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마땅히 다뤄야 할 채용 비리 문제는 감추고 있다"고도 했다.

  • ▲ 자유한국당은 현재 94석으로, 필리버스터를 위한 의석수인 100석을 넘지 못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은 현재 94석으로, 필리버스터를 위한 의석수인 100석을 넘지 못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나 김선동 의원은 "제가 상황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면서 "우리 당이 처해있는 현주소가 어떤 것인지 막연히 생각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본회의장서 주요 안건의 방어수단 중 하나로 도입한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의 경우 3분의 1 의석이 필요하다"면서 "94석 밖에 안되는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여당"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상임위 안건 조정은 오히려 야당의 공세 수단이 돼 버렸다"면서 "요건인 전체의 5분의 3을 오히려 야당이 확보해, 언제든지 핵심 법안을 일방 처리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는 과랭정국으로 인해 좋은 관행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칫 20대 국회내내 야당에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고민을 내비친 것이다.

    그간 국회에서는 상임위에서 합의를 통해 법안을 처리해온 것이 관례였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 노동5법 등을 내놓았지만 야당이 반대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끝내 무산됐다.

    이때문에 19대 국회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가 하면 '직권상정'하지 않는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해 "기계적 중립에 매몰됐다"는 비판마저 제기됐었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았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패배하고,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분당 사태를 겪자 사정은 반대가 됐다. 야당의 입법 독주가 현실화되는데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이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이 '최순실 사태'를 조사하고 있는 특검의 수사시한을 연장하는 부분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비록 특검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야당은 특검법을 개정하는 방법을 통해 특검을 연장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황 권한대행에 결정권이 없다. 자유한국당의 자력 방어가 불가능한 방안을 낸 셈이다.

    한 국회 교문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2월에는 비단 국회 뿐 아니라 특검 종료 등 여러가지 민감한 정치일정이 변곡점을 이루는 시기"라면서 "국회를 이 타이밍에서 파행시켜주는 게 숨을 고르고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