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 서울디지텍高 교장 “균형 잡힌 역사인식 심어주자는 것 뿐”

서울 유일 국정교과서 채택 교장, 비난 쏟아지자 한 말

교사·학부모 동의 받아 결정, “채택 번복 없다”

강유화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2.17 12: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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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패배 사관이 아닌, 대한민국 긍정의 역사를 알려주고 싶었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교장이 교육부가 펴낸 국정 한국사교과서 채택을 결정한 이유다.

전교조와 더불어민주당, 민주노총 등 속칭 진보진영이 약속이나 한 듯 국정 한국사(역사) 교과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특성화고인 서울디지텍고는 서울지역에서 유일하게 국정 교과서를 올해부터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학교의 결정은, 진보를 자처하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국정 한국사(역사)교과서 사용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곽일천 교장이 지난 7일 종업식에서, 학생들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제로 벌인 토론회 내용을 일부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하면서, 곽 교장과 서울디지텍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당시 곽 교장은 ‘재판을 통해 잘못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언론에 나온 주장대로 탄핵을 강행하는 건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런 경우는 세계에 없고 선진국을 바라보는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는 “대통령의 경우 뇌물이라고 입증할 증거가 아직 안 나왔다. 하다 하다 안 되니까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지갑을 나눠 쓰는 사이라는 건 엮어도 나무 엮은 허위주장”이라며, 언론의 선정적 보도행태, 특히 오보(誤報)를 비판하기도 했다. 

곽 교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전교조 서울지부 등 22개 단체가 참여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14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교조 등은 “곽 교장이 직위를 이용해 학교 공식행사에서 정치편향적 발언을 일삼았다”며, “(곽 교장의 행위는) 직무와 관련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 본분을 망각하고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곽 교장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표현하면서 그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학교 앞에서도 열겠다고 밝혔으나, 이런 사실을 안 학부모단체가 “전교조의 국정교과서 죽이기를 앉아서 볼 수만은 없다”면서 맞불집회를 예고하자 장소를 변경했다. 

실제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모임 등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소속 학부모들은 14일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별학교의 교과서 선택권마저 무시한 채 국정교과서 채택을 방해한 조희연 교육감과 여기에 동조하는 전교조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날 학교 앞에 모인 300여명의 학부모들은 “마치 제2의 교학사 사태를 보는 것 같다”며, “전교조와 조희연 교육감은 학교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감과 전교조의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정 한국사교과서 사용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는 곽일천 교장은, 16일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밝혔다.

▶“찬성이 있다면, 반대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민주적” 


곽일천 교장은 종업식에서 학생들과 탄핵 정국을 놓고 벌인 토론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곽 교장은 “어느 쪽 편을 들라고 이야기 한 것이 아니다. 당시 내 발언의 상당 부분은 탄핵 사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곽 교장은 토론과정에서 “재판관들이 여론을 의식해 결정하는 것이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고, 법치주의가 무너지면 언젠가 우리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 이후 학교 홈페이지에는 ‘곽 교장이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회원이다’, ‘박근헤 변호인이다’ 등의 근거 없는 비난 댓글이 올라왔다. 

곽 교장은 “좌우를 떠나 학생들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원했다”며, “학교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본래 취지를 왜곡한 기사가 나가면서 문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토론회서 맡은 역할이 일종의 ‘악마의 변호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악마의 변호인’이란 토론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충분히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모든 문제를 편 가르기 식으로 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찬성이 있다면 반대의 이야기도 듣는 것이 민주적인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곽 교장은 “최종 판단의 주체는 학생들이다. 다만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접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길러주자" 


곽 교장은 국정한국사교과서를 채택한 이유 역시 “균형 잡힌 역사적 시각을 길러주기 위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검인정 교과서의 친북-좌편향 서술에 교사로서 문제의식을 가졌던 곽 교장은, 국정 한국사 교과서가 편향적 서술의 문제점을 걷어내고, 비교적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곽 교장은 기존 검인정교과서가 근현대사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공(功)보다 과(過)를 지나치게 부각시켜, 학생들에게 비관적·패배적 역사 인식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대한민국을 기적의 나라라고 한다. 대한민국을 배우려고 한다. 선진국들도 한국이 짧은 순간 안에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성공시킨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기존 역사 교과서는 우리나라를 실패한 나라라고 가르쳤다.”-곽일천 교장 


그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과정)을 패배적 사관으로 설명한 것은 사실과도 다를 뿐 아니라, 공교육에 있어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공교육이라면 학생들에게 국가정체성을 객관적이고 따듯하게 가르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어 "국정 교과서가 완벽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고 했다. 

특히 곽 교장은 자칫 대한민국을 패배주의 적으로 바라보는 역사 인식이 북한을 미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패배주의 사관이 친북적 역사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고 봤다. 곽 교장은 그 예로 국정 교과서에 대한 ‘친일 미화 낙인찍기’를 꼽았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건국시점과 관련해서도 1948년 8월 건국을 인정하는 않겠다는 건, 북한의 역사인식과 비슷하다고 우려했다. 

"한반도가 아직 분단 상태이기 때문에 불완전한 국가라는 인식을 주고, 그 분단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고 가르치는 교과서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1948년 전까지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으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대부분의 국민들은 1945년 ‘해방’은 됐지만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가 남아 있어 진정한 국가독립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948년이 돼서야 국가가 독립했다고 생각했고, 다음 목표는 통일이 됐다."-곽일천 교장

▶“교과서 선택권은 학교에 있다” 


곽 교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국정 교과서 선택을 고집하는 이유는 '학교의 교과 선택권'과 '학생들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함이다. 

곽 교장은 "교과서 선정권은 학교에 있다. 학생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교과 선택권을 지키고 싶다. 편협한 역사관에서 따듯하고 포용적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부의 국정 한국사(역사)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가로막고 있는 서울교육청에 대해, "어떻게 보면 학생, 학교, 교사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을 교육청이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교육감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도 함께 밝혔다.

교과서 선정에 앞서 학무모와 교사들의 동의를 거쳤기 때문에 내부 갈등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학부모와 교사 모두 국정 역사 교과서를 도입하려는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곽 교장은 "이미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면서 한차례 홍역을 겪은 터라 학교와 교사 모두 이번에는 충격이 덜하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무슨 저런 학교에 다니냐’는 식의 혐오감을 심어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해를 가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서울디지텍고는 2014년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서울에서 유일하게 채택했고, 지난해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친일인명사전의 학교 비치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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