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권 정지상태로는 대선 경선 출마 불가능…지도부·윤리위 결정 필요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그는 17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해 발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그는 17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해 발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징계에 대해 "현재로서는 당원권 정지가 돼 있는 상황"이라며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친박계에 대해 '양아치'라 언급하는 등 강한 발언을 쏟아낸 홍 지사에 대한 반응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본관에서 진행한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권 정지 징계를 지도부가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홍준표 지사의 발언에 대해 "당헌 당규를 면밀히 검토하고 당내에서 여러 가지 여론을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전날 '성완종 리스트'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는 1년 10개월 만에 뒤집힌 결론이다. 지난해 9월, 법원은 그에게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당시 홍 지사는 "나중에 내가 저승에 가서 성완종한테 물어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와 별개로 자유한국당은 기소 여부를 징계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 규정 제22조 1항에는 "다음에 관련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된다"면서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를 꼽고 있다.

    홍준표 지사는 함께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이완구 총리와 함께 기소됐다. 이에 따라 당으로부터는 지난 2015년 7월 6일부터 당원권이 정지됐다.

    문제는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로는 당내 경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홍 지사는 "대선 출마는 급한 게 아니다"라면서도 "탄핵 여부가 결정되고 있어 대선 문제를 지금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면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그가 대선 경선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징계가 거둬져야만 한다.

    실제로 홍 지사는 무죄판결을 접한 직후 당원권 정지 징계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알아서 하겠죠"라면서도 "국민의당도 바로 풀어주지 않았나. 당에서 지도부가 그렇게 하리라 본다"고 언급했다. 당 지도부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 그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재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 그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재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지만 여기에는 다소 논란이 있다. 지난 2015년 7월 6일 당원권이 정지될 당시 이군현 사무총장은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당원권을 정지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 지사의 무죄판결은 항소심으로, 이 전 사무총장의 말대로라면 상고심에서 법적 다툼이 계속될 경우 당원권 정지가 계속 유지된다.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듯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지 말지 여부를 봐야겠다"며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 (징계가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로서는 윤리위원회 규정 제26조 등 규정을 활용해 재심 청구를 해볼 수 있다. 결국 당원권 정지 징계를 풀지 여부가 현 지도부와 윤리위원회에 달린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마냥 환영만 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홍 지사가 유력 대선주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 당은 유력 대선 주자가 너무 많아 한 분을 얘기하면 다른 분은 섭섭해할 것"이라며 "그간 반성과 다짐의 시간을 가졌고 그것을 기반으로 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뜻하지 않게 홍준표 지사도 무죄를 받아서 본인도 대권에 대한 의사가 있다고 간접적으로 듣고 있다"고 했다. 홍 지사 무죄 이후 직접적 만남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홍 지사는 친박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치사하게 정치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문제가 해소되면 양당이 같은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여전히 "분당의 책임이 상대에 있다"고 주장하는 민감한 시기에 홍 지사가 당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자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를 견제하려 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