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와 대화가 만든 모두의 '행복'
  • [편집자 주]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이해 당사자들이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해소한 사례를 수집·연구하고 있다. 

    위원회가 취합한 갈등 해결 사례들은, 이해당사자들이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한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각 부처는 물론이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게도 유익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갈등 조정 우수 사례 15편을 연재한다.


    2015년 2월, 전남대학교가 소란에 휩싸였다. 구호와 함성, 북과 음악 소리가 학교를 뒤덮었다. 대학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청소용역근로자들이 투쟁과 총파업을 선언하고 농성을 시작한 것. 

    “인금을 인상하라! 직접고용을 실시하라!” 

    청소용역근로자들이 투쟁을 벌이는 상대는 전남대가 아닌, 대학이 청소 용역을 위탁한 용역회사였다. 그러나 용역회사는 본사가 서울에 있는 데다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에는 방관자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청소근로자들은 전남대에 직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남대도 청소용역근로자들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당장 해결책을 마련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1997년 IMF로 인해 정부에서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대학의 청소 업무를 민간용역회사에 위탁하기 시작했고, 이후 고용 불안 문제로 인한 용역회사와 근로자들 간의 노사갈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전남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청소용역근로자들이 학교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모습. ⓒ국민대통합위원회
    ▲ 전남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청소용역근로자들이 학교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모습. ⓒ국민대통합위원회

    그러다 2015년 2월 노조가 전면적인 투쟁 및 총 파업을 선언하며 대학 본관 앞에서 대대적인 농성에 들어갔고 전남대는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학교의 위생과 청결을 담당하던 청소용역근로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청소 대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남대 측은 노조 갈등을 해결하고자 직접 중재에 나섰다. 

    전남대는 노조와 용역회사 간의 교섭을 시도하고, 관련자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20회에 달하는 대화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그때 전남대가 선택한 길은 ‘직접고용’이었다. 노조의 '직접고용' 요구를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 

    전남대는 그해 9월 직접고용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뒤 노조 측엔 집단행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남대는 직접 고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직접고용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청소용역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할 경우 약 180여명에 대한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할 별도의 인력과 예산이 필요했고, 직접고용 추진 시 청소용역근로자들이 대학교 교직원 노조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논란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당시 노조문제를 직접 관장했던 서병재 전남대 사무국장은 이 문제에 대해 “국립대학교로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는 직접고용을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그런 우려 때문에 직접고용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려가 되는 부분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직접 고용’이 무조건 실(失)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직접 고용이 가져 올 수 있는 절감 효과들을 고민하기로 했다. 

    전남대는 직접고용을 통해 간접고용의 위탁용역계약에 낭비되던 부가가치세와 일반관리비 등의 부분을 절감할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학교가 얻게 되는 이익을 강조하며, 학교 내부의 갈등도 잠재울 수 있었다. 

    전남대는 오히려 청소용역근로자들과의 직접 협상을 시작하면서, 합리적인 대화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남대 관계자는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청소용역근로자들 역시 학교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대화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전남대는 노조 측과 임금, 근로시간, 정년 등의 부분은 공무원의 규정에 따라 적용하돼, 대학의 경영 유연성을 고려해 55세 이상의 고령 근로자를 중심으로 고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 2016년 2월 4일 전남대학교는 청소용역직을 학교에서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국민대통합위원회
    ▲ 2016년 2월 4일 전남대학교는 청소용역직을 학교에서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국민대통합위원회

    전남대는 지난해 2월 4일 극적으로 노조 측과 '직접고용 협약식'을 체결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전남대는 '대화와 양보'라는 기조 아래 청소용역근로자들과 노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학교 교직원증을 발급받은 청소용역근로자들은 모두 "안정된 직장을 갖게 돼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비정규직의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일터를 보장받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그러나 서병재 사무국장은 이후에도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서 사무국장은 “현재 노조 측에서는 임금을 호봉제로 전환하고,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라는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 사무국장은 “양측 모두 상생과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대화하면서 풀어나갈 예정”이라며, “상생이라는 가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