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보 관계자 “우암각 사건 이후 김정남, 北당국으로부터 1년 넘게 위협 받아”
  •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이 2010년 6월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내 김정은이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정남, 김정일.ⓒ김정남 페이스북, 北선전매체 영상 캡쳐
    ▲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이 2010년 6월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내 김정은이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정남, 김정일.ⓒ김정남 페이스북, 北선전매체 영상 캡쳐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이 과거 부친 김정일에게 "김정은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김정남이 2010년 6월 29일 팩스로 보낸 편지에서, 자신을 겨냥한 ‘살생부’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고 21일 보도했다.

    한 대북정보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남이 편지를 통해 “얼마전 국가안전보위부 것들이 저와 저희 가족과 연관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살생부에 올려 잡아갔다”면서 “국가안전보위 것들의 후계자에 대한 과잉 충성 때문인지, 후계자의 지시인지 모르나, 인터넷 상에도 이러한 내용이 나오고 있다”고 썼다고 전했다.

    이 대북정보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는 2009년 4월 발생한 ‘우암각 습격사건’ 이후 김정남과 북한 내 그의 측근을 겨냥한 위협이 1념 넘게 지속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우암각 습격사건이란 김정남 측근으로 알려진 北고위층 자녀들이 평양 중구역에 있는 특각(별장)에서 연회를 즐기던 중 안전보위부 요원들에 체포돼 처벌을 받은 일을 말한다.

    김정남은 우암각 습격사건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자신에 대한 위협이 지속되자 김정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또한 당시 권력 2인자로 간주되던 장성택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김정남은 편지를 통해 “후계자(김정은)는 큰 그림을 그리듯 원대한 구상을 가지고 빠빠(김정일)의 위대한 업적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부상하고 있는 ‘수양대군’(장성택)께서도 이러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약속했는데, (권력이) 너무 세지시니까 다 잊어버리신 듯하다”고 적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김정남은 김정일에게 자신은 권력욕이 없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정남은 편지에서 “저는 빠빠의 아들로 태어났을 뿐 혁명 위업을 계승할 후계자 반열에 서 본 적이 없다”면서 “자질 부족과 자유분방하고 방정스런 생활습관으로 심려를 끼쳐드리고, 엄청난 사고도 많이 저질렀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해외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살고 싶어도 제 신분 때문에 서방 언론의 표적이 되지만, 빠빠의 아들 입장에서 당황함 없이 처신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해외에서 가족들과 살아가는 것이 저의 운명이라고 숙연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이 편지가 김정일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그럴 가능성도 낮다고 한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보고 체계상 권력 핵심에서 떨어져 있는 김정남의 편지를 김정일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정남은 문제의 편지를 마카오에서 보냈으며, 자신의 아내에게도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