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야당 추천에 반대했던 원칙 그대로… 당적 바뀌어도 소신 지켜
  • ▲ 바른정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21일 법사위 전체회의 도중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간사와 이춘석 의원의 항의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권성동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의 오랜 관례를 존중하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의미에서 특검 수사기한 연장 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21일 법사위 전체회의 도중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간사와 이춘석 의원의 항의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권성동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의 오랜 관례를 존중하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의미에서 특검 수사기한 연장 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특별검사 활동기한 연장법안'을 놓고 '진짜 보수'를 자임하는 바른정당이 태도를 분명히 하지 못하고 갈짓자 걸음을 걷는 가운데, 바른정당 내의 우파(右派)로 알려진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원칙을 분명히 하는 태도로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3당이 21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거세게 밀어붙이려 한 특검활동연장법안은 바른정당 권성동 위원장의 상정 거부로 결국 처리가 무산됐다.

    권성동 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 간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자 "국회법상 숙려기간이 경과되지 않은 법안은 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의 합의로 상정 여부를 결정해왔다"며 "특검 연장 법안도 여야 원내대표 내지 법사위 간사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대 모든 특검법은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로 이뤄졌지, 법사위 차원에서 결정한 전례가 전혀 없다"며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법사위의 관례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야당이 요구한 법사위원장의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야3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격렬히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특검 연장 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특검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숙려 기간이지만 상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게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현재 총리실의 공식 입장은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은 수사기간 만료 3일 전에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12일 전인 지난 16일에 접수됐다"며 "특검의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면밀히 (연장 승인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는 것이다.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말그대로 '가능성'일 뿐이다. 권성동 위원장도 "수사 기간 연장 승인 여부는 대통령권한대행이 결정하는 것인데 아직 황교안 대행의 입장 표명이 없다"며 "이런 상태에서 여야가 합의했던 법률을 무력화하는 이 특검 연장법을 상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게 위원장의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한국당 김진태 간사가 결사반대하고, 권성동 위원장은 이를 핑계로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권성동 위원장은 김진태 간사와 같은 새누리당 출신에, 검찰 선후배 관계로 설득하려면 할 수 있을텐데 소극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원래 한 가족이었다가 갈라선 사이가 원수보다 더 무섭게 싸우는 법이듯이, 권성동 위원장이 김진태 의원과 '같은 새누리당' 출신이었다고 하지만, 이미 당적이 각각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으로 갈라졌다.

    또, 바른정당 창당 주축들은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시절 김진태 의원을 이른바 '친박 8적' 중의 한 명으로 지목한 바 있다. 같은 새누리당 출신이라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 바른정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21일 법사위 전체회의 도중 일부 의원들이 자리에서 퇴장한 가운데에도 위원장석을 지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21일 법사위 전체회의 도중 일부 의원들이 자리에서 퇴장한 가운데에도 위원장석을 지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권 관계자는 "검찰 선후배 관계라 설득할 수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지금 야권에는 권성동 위원장이 초임검사였던 시절 직속 상관이었던 검사 출신 국회의원도 있는데, 왜 선후배 간의 관계로 권성동 위원장을 설득하지 못하느냐"고 조소했다.

    야3당 법사위원들이 전원 퇴장해 '특검 기간 연장'을 주장하며 농성하는 와중에도 권성동 위원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권성동 위원장은 "어느 때보다도 협치의 정신이 중요한 4당 체제이기 때문에, 간사 간 합의를 계속 유도할 것"이라며 "오후에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회의를 끝내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회의를 종결지었다.

    이같은 권성동 위원장의 행동은 참된 보수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앞서 특검법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처리되던 시절부터 권성동 위원장은 이에 반대해왔다. 당시에는 아직 새누리당이 분당(分黨)되기 전으로, 집권여당 소속이었는데도 원내대표 간 합의에 '소신 반대'했던 것이다.

    특검이 야당 일방의 추천에 의해 임명된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당시 권성동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당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특검추천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해서 추천된 특검이) 공정무사하게 (수사)한다고 해도, 비판하는 쪽에서는 얼마든지 정치검찰이라고 비난할 소지가 생기는데, 비난의 소지가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신뢰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이후 상황의 전개는 정확히 권성동 위원장의 우려대로 됐다. 권성동 위원장의 선견지명이 일찍이 특검법에 반영됐더라면, 나라가 이렇게까지 혼란에 빠질 이유는 없었다. 이번 야3당의 특검법 일방적 상정 시도를 반대하는 데에는 이와 같은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성동 위원장이 이처럼 달라진 당적(黨籍)에도 관계없이 일관된 소신과 원칙을 분명히 지켜나가는 것과는 달리, 법사위 바른정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불분명한 입장은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오신환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 간의 합의 없이 '특검 기간 연장 법안'을 상정하는 것은 "환노위 날치기 사태의 재발로, 숫적 우위로 인한 협치 무력화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면서도 "황교안 대행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적·행정적 판단을 하라"고 촉구했다.

    야3당이 제출한 법안에는 반대하면서도, 그 법안이 목적하는 수사기간 연장을 달성시켜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황교안 대행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을 촉구한 것은 바른정당의 위기만 증폭시킬 수 있는 불분명한 자세와 입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바른정당이 당명을 정할 때도 권성동 위원장은 당명에 '보수'를 당당하게 넣자고 주장한 반면 오신환 의원은 이에 반대했던 입장"이라며 "바른정당이 보수 적통(嫡統) 정당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내부 스펙트럼 갈등이 상임위에서마저 보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