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뮤지션 전인권의 지지선언, '옅은 진보색' 보완
  • ▲ 21일 서울 종로구 수현재 시어터에서 열린 문화예술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캠프
    ▲ 21일 서울 종로구 수현재 시어터에서 열린 문화예술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캠프

     

    '선한 의지' 논란으로 사과와 동시에 한발 무른 안희정 충남지사가 '세종대왕 리더십'으로 두발 전진하는 모양새다. '선의' 발언으로 흔들리는 자신의 초당적 지지층을 향해 '포용'을 강점으로 한 세종대왕 리더십을 강조한 것.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1일 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인근 수현재 시어터에서 열린 '안희정과 함께 문화예술 토크콘서트'를 통해 "세종대왕이 29년 집권을 했다. 민주당이 그렇게 오래 했었으면…"이라고 운을 띄운 후 "세종대왕의 정치를 제도화한 게 민주주의의 헌법"이라고 밝혔다.

    안희정 지사는 "(또) 헌법의 기본정신은 미운 사람과도 의회에서 함께 앉아 회의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안 지사가 29년 집권 동안 단 한 명의 숙청을 하지 않은 세종대왕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안 지사 본인 역시 세종대왕을 본받아 포용의 정신을 발휘할 것임을 여론에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안희정 지사가 이같이 언급한 데는 정한용 영화배우(제15대 국민회의 국회의원)의 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정한용 영화배우는 안 지사에게 "세종대왕은 항상 자기와 반대편에 선 사람을 높은 자리에 중용했다"며 "(혹시) 대통령이 되면 반대세력을 많이 끌어안아 달라"고 밝혔다.

    정한용 영화배우는 세종대왕 리더십의 예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이회창 캠프에 있던 임창열 고위공무원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했다. 그게 화합이고 협치"라고 밝혔다.

    토크콘서트 분위기를 비춰볼 때, 안희정 지사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크콘서트의 앞서 안 지사 측의 기류는 '먹구름'이었다. 지난 19일 안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다"고 반어적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차 혁명과 미래인재 콘퍼런스' 후 취재진과 만나 "(제 발언으로) 아파하는 분들이 많다. 그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흘째 '선의' 발언 논란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선 '안희정 지사가 집토끼도 산토끼도 다 놓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안 지사가 반어적 표현의 '선의'를 언급했을 땐 중도-보수층의 빈축을 샀다. 또 발언의 해명으로 "촛불을 들어 온 제가 그들을 비호하겠나"고 언급했을 땐 진보층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안 지사는 '대연정(여야 연합정부 구상)' 등 우클릭으로 '매직넘버(지지율 20%)'를 달성한 바다.

    최근 상황을 종합하자면 안희정 지사가 공들였던 초당적 지지층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는 위기를 직면했던 것이다. 그런 안 지사는 공교롭게도 같은날 밤 '포용'을 강조한 세종대왕 리더십을 언급하며 위기를 모면했다는 게 정치권의 후문이다.

    한편 안희정 지사는 위기 모면과 함께 인재를 얻는 '일석삼조' 효과를 봤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촛불민심을 열광시킨 가수 전인권씨가 안 지사를 향한 지지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전인권씨는 "(안 지사의) 평소 모습이 진실해 보여서 지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는 전인권씨의 지지선언으로 단점으로 꼽혔던 '옅은 진보색'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전인권씨는 정치적으로 왼쪽에 가까운 가수로 분류된다. 그가 촛불민심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길가에 버려지다' 음원이 이를 방증한다. 나아가 이 음원은 발매될 당시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 가수 전인권씨와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캠프
    ▲ 가수 전인권씨와 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