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영장 기각에 "납득하기 어려워, 특검연장 직권상정해야" 주장
  • 문재인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석해 공동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석해 공동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을 두둔하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하루만에 정 전 장관에 대한 비판으로 입장을 바꿨다.

    정 전 장관의 북한 김정남 피살 관련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몰고오자 뒤늦게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국방안보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장관의 발언은 국민이 보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 전 장관은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973년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 등을 언급하며 "우리가 이에 대해서 솔직히 비난만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고 주장해 거센 파문을 낳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표의 캠프 자문단인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내고 유력 대선후보 캠프에 몸을 담은 정 전 장관이 반인륜적 국제범죄를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구시대적 발상으로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전날 "정 전 장관의 말씀 취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닐 것"이라며 "저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정 전 장관을 두둔한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정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크게 확산하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 전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백주에 공항에서 (김정은의) 이복형을 독살한 반인륜적 행위를 비판하기는커녕 정치의 불가피한 속성으로 두둔하는 듯한 발언"이라며 "그런 분이 문재인 대선 캠프 자문단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니, 문 전 대표는 정세현 전 장관과 안보관을 같이 하는지 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도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장관을 지낸 정 전 장관이 망언을 내뱉었다"며 "황당 망언으로 국민을 우롱한 분이 (문 전 대표 측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당장 정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정 전 장관은 거취를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정 전 장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김정남 피살에 대한 사건을 거듭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저지른 패륜적 범죄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야만적 테러"라며 "북한의 도발이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게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제대로 된 국가관, 애국심이 없는 세력과 맞서 싸우겠다"며 "병역 면탈자를 고위 공직에서 원천배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데 대해선 "국민들의 법 감정에 비춰볼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특검이 왜 연장돼야 하는지 이유를 다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특검 연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문 전 대표는 또 "우 전 수석은 정치 권력에 줄대고 검찰을 정치의 시녀로 만든 정치 검찰의 전형"이라고 사법부를 맹비난한 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을 연장을 거부한다면 국회에서 법안을 직권상정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TV토론본부장에 신경민 의원, 미디어본부장 겸 수석대변인에 박광온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는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