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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일요일이면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시간 지나간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밝힌 발언이다.
안희정 지사는 "제게 그 시간(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점심을 먹은)은 정말 값진 일이었다. 대통령의 고민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안희정 지사가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언급한 이 발언은 '키친 캐비닛'을 연상시킨다는 게 청중들의 견해다. '키친 캐비닛'은 대통령의 만찬에 초대될 정도로 가까운 지인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안 지사의 키친 캐비닛 발언이 언급된 데는 앞서 주영진(SBS 앵커) 패널의 "안 지사는 일요일마다 노 대통령이 불러서 청와대에서 식사했다고 한다"는 질문이 존재했다.
이를 통해 안희정 지사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분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안 지사의 '키친 캐비닛' 발언은 경선 경쟁자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적지 않은 치명타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전 대표를 수식하는 다양한 단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노무현의 친구'다. 달리 말해 문 전 대표는 '노무현의 친구'를 활용해 '노무현 지지층'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는 지금의 '문재인 대세론'을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즉 안희정 지사의 '키친 캐비닛' 발언이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했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표심 일부를 흔들었다는 풀이다.
안희정 지사는 '문재인 페이스 메이커'가 아님을 분명히 못박기도 했다. 안 지사는 토론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페이스 메이커 구조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문재인이냐, 안희정이냐를 두고 각각의 도전자들이 어떤 정치적 식견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보는 즐거운 대선과정을 형성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견제구도 던졌다. 안희정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는) 인격적으로는 굉장히 따뜻한 분이다. (하지만) 정치지도자로서 평가는 장단점이 있다"며 "저는 지방정부 7년, 30년 정당인 경험을 살려 민주주의를 어떻게 공존 토론으로 이끄냐는 것에 주목해 대한민국을 성숙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안 지사가 이같이 언급한 것 역시 노사모의 표심 흔들기의 일환이라는 후문이다.
한편 안희정 지사는 최근 '매직넘버(지지율 20%)'를 달성하며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 문재인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