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화법으로 건강하지 못한 국가관-안보관 여실히 보여줘"김영환, 정세현 'DJ납치' 발언에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
  • 국민의당 황주홍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황주홍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 세계가 북한의 김정남 암살로 촉각을 세우고 있으나 정작 북한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특히 '정권교체'를 장담하고 있는 야권은 이를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라면'이라는 가정법을 쓰며 여지를 남기는 모습에 "안보는 초당적"이라던 야권의 주장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황주홍 최고위원은 22일 "북한보다 더 우려스러운 게 우리 자신"이라며 "일부 유력 대선주자들과 정당 지도자들은 교묘한 화법으로 건강하지 못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했다.

    황주홍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지령에 의한 암살이라면 규탄되어야 할 야만적 일이라는 식이다. 북한의 짓이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를 풍기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주홍 최고위원은 김정남 암살에 대해 "상식인의 정상적 판단력이라면 그건 북한의 소행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서 "더구나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암살자들의 소행으로 공식 발표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초당적 외교안보를 얘기할 뿐, 중국의 경제보복도 우리 정부 탓, 사드배치도 우리 정부 잘못이라는 정치 지도자들이 너무 많다"며 "트럼프나 아베보다 못한 안보가뭄과 안보의식으로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이 지난 12일 동해상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마침 미일 정상회담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총리는 곧바로 밤 11시 긴급회견을 열어 이를 강력 규탄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9일 말레이시아의 수사 발표에 대해 "최종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점점 그것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라며 "만약 정말 북한의 지령에 의한 그런 정치적 암살이'라면' 이것은 전 세계가 규탄해야 마땅할 중대한 테러범죄"라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도 지난 20일 "북한은 책임있는 입장을 한다"며 "배후가 밝혀진'다면'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북한 국적의 용의자가 살해에 관련됐'다면' 북한이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국제법상 관례"라고 말했다.

    여전히 북한을 암살 배후로 확정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작은 의혹 하나에도 당력을 집중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야권은 '안보에 여야가 없다'고 줄곧 주장해왔지만, 문재인 전 대표 대선 캠프에 합류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 그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전날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의 김정남 암살에 대해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것은 정치권력의 속성이다. 절대 권력은 권력을 유지하려는 유혹이 더 크다"면서 "1973년 박정희가 DJ를 납치해 죽이려 한 사건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정세현 전 장관의 말씀 취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닐 것"이라며 두둔했던 문재인 전 대표도 하루 만에 "국민이 보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돌아섰다. 

    이 때문에 야권이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을 북한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국한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안보 현안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 황주홍 최고위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보다도, 그 북한을 목전에 두고도 이처럼 가볍지 않은 적전(敵前)분열 상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내부가 더 걱정거리"라며 "우리 국민의당만이라도 안보는 보수라던 우리 당의 당초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김영환 최고위원도 "김정남의 테러에 의한 죽음에 대해서 이승만, 박정희 시대의 예를 들어서 권력의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을 하는데,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며 "조선시대의 세조가 단종을 죽인 일까지 거론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논리라면 국정농단은 김영삼 시대의 김현철도 있었고, 블랙리스트는 어느 정권에서도 있었던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런 사고가 지난 '10년의 힘'이라고 말한다면 과연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사고야말로 적폐청산의 대상"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