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청 "위안부 소녀상 이전 요구, 구청 공무원, 두 번 죽이는 일"
  •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두고 한·일간 외교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부산시청 등에 ‘위안부 소녀상 설치 위치가 국제예양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두고 한·일간 외교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부산시청 등에 ‘위안부 소녀상 설치 위치가 국제예양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정부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해 부산시청과 부산 동구청 등에 ‘위안부 소녀상 설치 위치가 국제예양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지난 14일 부산시의 관련 지자체에 공문을 발송했다”면서 “부산시청과 동구청, 시의회 앞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문 내용과 관련해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기존 정부 입장과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은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적 예의와 양식, 관행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입장을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 위해 보다 적절한 장소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정부 기본입장을 공문으로 전달했다. (공문은) 기존 정부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장관도 지난 1월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장소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지자체에 보낸 공문 자체가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요라기보다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표명해온 입장을 더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에 부산 동구청 측은 정부의 소녀상 이전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 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장이 앞서 ‘임기 내에 소녀상 철거나 이전은 없다’고 말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구청은 소녀상 이전·철거에 대해 권한이나 힘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청 관계자는 “구청 공무원이 시민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을 철거하고 농성자들을 끌어낸 뒤 국민적 비난을 받아 지금도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면서 “구청이 소녀상을 이전하라고 하는 것은 구청 공무원을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지금은 상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정부는 부산 총영사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하는 의미에서, 지난 1월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본국으로 귀국시켰다.

    일본 정부는 40일이 넘도록 이들을 귀임시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귀임 시기와 관련해 전적으로 일본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앞서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 귀임과 관련해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해) 일본이 취할 수 있는 하나의 입장을 이런 식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현명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