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命 거론… "대통령은 천명 받아야 하는데, 기회 올지 보고 있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3일 오후 대구광역시청 특강에서 천명을 거론하며 대권 도전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사진은 전날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특강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홍준표 지사의 모습. ⓒ부산=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3일 오후 대구광역시청 특강에서 천명을 거론하며 대권 도전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사진은 전날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특강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홍준표 지사의 모습. ⓒ부산=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고향' 대구에서 대권 도전 의지가 짙게 담긴 애드벌룬을 띄웠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대선을 앞두고 보수단일후보가 결정되면 결국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는데, 통합 후보 자리를 향해 성큼 큰 걸음으로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홍준표 지사는 23일 오후 대구광역시청 대회의실에서 '혼란기 공직자의 자세'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홍준표 지사는 대구에서 중·고등학교(영남중~영남고)를 나왔기 때문에, 대구는 그의 또 하나의 '고향'으로 분류된다.

    특강 이후 청중 질문에서 '고향'인 한 대구시민이 "난세에 영웅이 난다더라"며 "대선 후보로 나설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홍준표 지사는 "꿈이 있다면 서민대통령을 한 번 해보는 게 꿈"이라고 밝혀 자리에 모인 청중들로부터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홍준표 지사는 "작은 나라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천명(天命)을 받아야 하는데, 내게 그럴 기회가 올는지 보고 있다"며 "집사람은 '선거하는데 너무 힘드니 안하면 좋겠다'고 하는데, 천명이 닿으면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지사를 해보니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경남도가 하루하루 달라지더라"며 "내 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올는지 좀 보고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부산 특강에서의 발언보다 대권 도전 쪽으로 한 걸음 더 내딛은 것으로 평가된다. 천명까지 거론한 것은 대권 도전의 길이 열려 있다고 공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특강에 앞서 대구시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홍준표 지사는 일반적으로 대권 도전의 '걸림돌'로 관측되는 자유한국당의 당원권 정지 문제와 보수 정당의 분열 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홍준표 지사는 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 당원권 정지는) 마이너한 문제"라며 "자유한국당에서 복권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출마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지금은 많은 길이 있다"고 호언했다.

    다만 그 '많은 길' 중에 바른정당행(行)도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둘은 같은 정당"이라며 "이혼한 게 아니라 별거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부부싸움을 해서 별거하면 상대방을 얼마나 혹독하게 욕하느냐"며 "김무성 (전 대표)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서로 욕을 한다지만, 별거했는데 서로 욕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아직 이혼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결국 자유한국당에 일단 잔류할 의사를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양아치 친박'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 "지난 총선 때 진박(眞朴)이라는 말을 꺼내고, 진박감별사라는 말까지 나온 것은 얼마나 국민들을 우습게 본 짓이냐"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조원진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격렬히 비판하면서도 "친박 전체가 양아치는 아니고, 양아치는 극히 일부 친박"이라고 부연한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홍준표 지사는 "결국 금년도에 대선이 있게 되는데,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그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통합할 것"이라며, '보수 후보 단일화' 뿐만 아니라 '보수 정당 단일화'도 저절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를 전날 부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중재할 만한 자리가 오면 하겠지만, 아직은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 말과 결부시켜 해석해보면, 결국 자신이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 작업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