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극장이 정체성은 유지하되, 단일콘텐츠 상설공연장에서 벗어나 여러 장르, 다양한 전통공연을 올리는 레퍼토리 극장으로 새 단장한다.

    기존의 완성도 높은 전통공연 제작·운영을 기본 축으로, 소재 발굴과 작품 개발을 위한 '창작ing'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가능성 있는 콘텐츠를 무대화해 정동극장에 차례로 올릴 예정이다.

    손상원 정동극장 극장장은 지난달 28일 정동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공극장으로서 두 가지 숙제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든지 한국의 전통성을 보여주는 공연이 있어야 한다. 또, 상당수의 국내 관객들에게 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 첫 번째 시도로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적벽가'를 뮤지컬에 가까운 음악극 '적벽'으로 재탄생시켰다. 합창과 현대무용이 결합된 '적벽'은 3월 26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 

    이야기는 유비와 손권이 이끄는 오·촉 연합군이 적벽에서 조조 군의 배를 불태우고 승리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도원결의, 삼고초려, 장판교 싸움 등의 전후 사건을 그린다. 적벽대전에서 패한 후 도망가던 조조가 화용도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관우에게 애걸하는 장면은 백미이다.
  • '적벽가'는 전투 장면과 영웅호걸이 많이 등장해 힘 있고 묵직한 소리를 요구한다. '적벽'에서 고수의 장단은 9인조 국악팀 LEMI의 생생한 라이브 연주로, 소리꾼의 소리는 이해하기 쉬운 합창으로, 소리꾼의 움직임 '발림'은 춤으로 확장했다.

    '적벽'의 강한 공연성은 부채 하나의 오브제로 완성하는 화려한 장면 연출이다. 황금색과 붉은색의 부채를 활용한 장면 전환과 마스게임처럼 부채를 든 배우들의 군무는 판소리 뮤지컬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정호붕 연출은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 경중에 따라 분리되는 게 아니라 한 창자로서 관객과 만나길 원했다. 뮤지컬은 비중이 나뉘어지는데 이 공연에서만큼은 전원이 판소리 창가라는 개념으로 나름의 독립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다. 역할이 있는 배우 조차도 다른 장면에서는 노래를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동극장은 2017년도 전통시리즈 '련蓮, 다시 피는 꽃'을 4월 6일 무대에 올린다. 작품은 '도미부인', '이공본 풀이' 두 전통설화를 모티브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한국 무용계 대표 안무가 김충한이 참여해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전통공연을 꽃 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고 발굴하는 창작공간 '정동마루'를 새롭게 오픈한다. 극장 마당에 위치한 카페, 레스토랑을 리모델링해 하우스(토크)콘서트, 쇼케이스, 악 인큐베이팅, 문화 체험 공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손상원 극장장은 "지금은 50%가 넘는 관광객이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 변화하고 있다.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창작ing'를 중심으로 2~3편의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미소'라는 브랜드가 더 대중화됐지만 이제는 정동극장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정동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