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통해 김정남 암살무기 ‘VX신경작용제’ 명시…국제적 대북압박 이어질 수도
  • 말레이시아 정부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제출한 공식보고서를 통해 김정남 암살에 쓰인 무기가 VX신경작용제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28일 "국제기구가 북한의 VX가스를 조사할 수도 있다"는 국내 보도.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말레이시아 정부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제출한 공식보고서를 통해 김정남 암살에 쓰인 무기가 VX신경작용제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28일 "국제기구가 북한의 VX가스를 조사할 수도 있다"는 국내 보도.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한 방을 날렸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김정남 암살에 대량살상무기가 사용됐다는 보고서를 공식 제출한 것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말레이시아가 지난 7일(현지시간)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열리고 있는 제84차 화학무기금지기구 집행이사회에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보고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8일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해당 보고서에서 “지난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북한 국적 남성의 피살 사건에 독성 화학물질이 사용된 것에 크게 우려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또한 “지난 2월 24일 말레이시아 정부 기관이 분석한 결과 사망자에게서 채취한 화학물질 표본이 ‘에틸 S-2 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 소위 ‘VX’로 불리는 신경작용제였다”고 밝히고 “‘VX’는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등록된 대량살상무기”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사건 발생 이후 화학무기금지기구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사건 수사를 위해 기술적 지원을 요청했고, 화학무기금지기구 사무총장이 여기에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 조언해 줬으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요청했던 기술적 물자들은 배치됐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피살자 부검은 완료됐으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시신을 가족 또는 다른 지정된 대표에게 인도하기 전에 최종 신원확인을 위해 가족의 DNA나 다른 의료기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보고서에서 “(김정남 암살의) 범인들을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화학무기금지기구는 물론 다른 국제기구들과도 전력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암살에 VX 신경작용제가 사용되었고, 그 배후에 북한이 있음을 화학무기금지기구에 공식 보고한 것은 북한 김정은 집단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유엔을 비롯한 대부분의 강대국이 이 조약에 가입돼 있어 국제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실제로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는 현지 조사를 실시, 시리아 정부로부터 군이 보유하고 있던 화학무기를 신고받은 뒤 모두 받아서 폐기하기도 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보고서에서 “이번 사건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사건의 복잡성과 민감성 때문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