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닷컴 조서 내용 입수·분석, 국회 소추절차 위법 알고도 사실상 외면
  • 강일원 재판관. ⓒ 사진 뉴시스
    ▲ 강일원 재판관. ⓒ 사진 뉴시스

    “강일원 재판관의 판단, 처분, 결정은 아무런 법적근거가 없는, 재판관 개인의 독선적 처분입니다.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역사적, 국가적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는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진실'의 실현에 조그만 하자도 있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 탄핵심판 대통령 측 변호인 김평우 변호사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이, 국회의 소추의결서가 안고 있는 법률구성의 오류와, 소추안 의결 당시의 명백한 법률적 하자를 재판의 주요 쟁점사안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그의 재판지휘에 따라 피청구인(대통령) 측이, ‘각하’ 항변을 철회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가 ‘준비서면’이란 형식을 빌려 사실상의 ‘소추의결서 수정안’을 헌재에 제출한 배경에, 강 재판관의 ‘권유 혹은 조언’이 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앞서 국회는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헌법 위반 5가지, 법률 위반 4가지로 구분한 소추의결서를 본회의에 상정,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 헌재에 냈다.

    그러나 국회는 올해 2월, “탄핵사유를 ‘다섯 가지 유형별’로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강일원 재판관의 ‘권유’를 받아들여, 총 70페이지 분량의 준비서면을 헌재에 제출하면서, 기존 소추의결서의 구성을 ‘전면 수정’했다. 국회가 낸 서면은 형식적으로는 ’준비서면‘이지만 실제는 ’소추의결서 수정안‘이란 점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이란 본회의 재의결 과정을 거쳐야 했으나 국회는 이런 과정을 건너뛰었다.

    이런 사실은 조갑제닷컴이 공개한 ‘탄핵심판 준비절차기일 조서’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기사는 우종창 객원기자가 작성한 8일자 <강일원 주심의 독선과 탈선!>이다.

    조갑제닷컴이 관련 기사를 통해 공개한 조서는 ▲2016년 12월22일 1차 준비절차 ▲같은 달 27일 열린 2차 준비절차 ▲같은 달 30일 속개된 3차 준비절차 당시 재판관 3명과 소추위원단 및 피청구인 측 변호인단이 나눈 일문 입답 중 일부분이다. 조갑제닷컴은 위 3차례의 준비절차 내용이 담긴 조서를 전부 입수했으며 그 분량은 73페이지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갑제닷컴 측이 공개한 조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헌재가 재판의 방향을 청구인(국회) 측에 유리하게 끌고 갔다는 의혹이 새롭게 불거질 수 있다.

    최후의 헌법 수호기관이자 탄핵심판의 전속관할권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심리를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은, 재판의 공신력에 심각한 흠결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조서의 내용을 보면, 강일원 재판관이 국회 측에 ‘조언’을 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강일원 재판관은, 국회 소추절차 상의 위법성을 인지했으면서도, 피청구인 측의 ‘양해’를 전제로, 이 부분을 재판의 쟁점사항에서 제외시켰다.

    대통령 변호인단 김평우 변호사가 “심판을 봐야 할 재판관이 국회 측 선수처럼 행동했다”며 비판을 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공정한 재판을 진행해야 할 주심 재판관이 한쪽에 치우쳐, ‘각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소추의결서의 법적 하자를 외면한 사실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김평우 변호사의 비판이다.

  • 김평우 변호사. ⓒ 뉴데일리DB
    ▲ 김평우 변호사. ⓒ 뉴데일리DB

    조갑제닷컴이 게재한 김평우 변호사의 설명.

    “탄핵소추장을 변경하려면 탄핵소추 의결과 마찬가지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법리입니다. 법관은 공평하고 중립이어야 합니다. 법관은 경기의 선수가 아니라 심판이기 때문입니다.

    청구인 측의 법률구성이 잘못되었으면 청구를 각하하거나 기각하면 됩니다. 탄핵소추장 내용에서 모호한 말의 의미를 분명히 밝히라고 지시하는 것은 몰라도, 법률구성이 애매모호하니 이렇게 고치라고 모범답안을 가르쳐 주는 것은 공정한 법관의 직무수행이나 직업윤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법관의 윤리강령에 어긋나고, 적법절차의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재판진행입니다.

    (중략)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법혼란입니다. 이런 의문에 대하여 강일원 재판관의 진심있고 성의있는 답변을 촉구합니다.

    만일 이런 사법혼란이 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인용 결정이 나면,  그 결정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제3자로부터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에 위배되어 법률상 무효입니다.“


    다음은 이런 사실을 보여주는 준비절차기일 조서 중 일부다(이하 조갑제닷컴 발췌).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사진 공동취재단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사진 공동취재단


    <2016년 12월 22일, 제1차 준비절차기일 조서>

    ▲재판관 강일원 : 소추위원 측에서 제출한 탄핵소추 의결서를 재판부에서 다 읽었습니다. 탄핵소추 사유로 헌법위배 행위 다섯 가지, 법률위배 행위 네 가지로 정리돼 있습니다. 맞지요?

    ▲소추위원 대리인 변호사 황정근 : 예, 맞습니다.

    ▲재판관 강일원: 헌법재판소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선례가 2004헌나1 사건(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입니다. 그 사건에서는 소추사유를 지금 이렇게 아홉 가지 사유별로,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유형별로 나누어 판단한 바 있습니다. 저희 재판부에서도 이 점을 논의했는데, 종전 선례의 태도가 옳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홉 가지 사유를 개별적으로 보지 않고, 지난 번 선례처럼 유형별로 정리해서 볼 예정입니다. 혹시 소추위원 측에서 탄핵소추 사유를 유형별로 정리해 둔 게 있으신가요?

    ▲소추위원 대리인 변호사 황정근: 유형별로 나중에 정리를 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열세 가지를 다 준비서면에서 나누어서 그냥 했습니다.

    ▲재판관 강일원: 재판의 촉진을 위해서 우리 재판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좀 했습니다. 재판부에서 보기로는 여러 가지 탄핵소추 사유를 다섯 가지 종류로 유형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제가 제안을 드릴 텐데 검토를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게, 사용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 ‘비선조직에 따른 인치주의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국가원칙 등을 위배했다’는 부분, 이게 아마 첫 번째 유형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유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남용’에 관한 부분이고, 세 번째로 유형화할 수 있는 부분이 ‘언론의 자유 침해’가 될 것 같습니다. 네 번째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다섯 번째 유형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재판부에서는 이렇게 다섯 가지 유형 정도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아홉 가지 사유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미 선례에서 밝힌 것처럼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유형별로 정리를 해주었으면 하는데,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신지요?   
         
    ▲소추위원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권성동: 없습니다. 정리된 그대로 하겠습니다.


    <2016년 12월 27일에 제2차 준비절차기일 조서>

    ▲재판관 강일원: 피청구인(대통령 측 대리인)께서 낸 준비서면에 보면 ‘이 사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은 사실인정이 핵심이다’라고 적어 주셨지요?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이중환: 예

    ▲재판관 강일원: 그 부분은 저희 재판부도 같은 의견이고, 아마 청구인 쪽도 같은 생각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증거조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은데, 관련해서 법무부에서 제출한 의견서는 한 번 보셨습니까?

    ▲소추위원 대리인 변호사 황정근: 예, 검토하겠습니다.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이중환: 저희는 열람했습니다.

    ▲재판관 강일원: 법무부에서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사실관계는 결국 재판에서 밝혀지는 부분이라서 객관적인 절차에 관한 것만 적어 왔는데, 법무부 의견을 보면 이 사건에서 청구인 측이 제출한 탄핵소추심판 자체는 법률상 요건을 다 지킨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보셨습니까?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이중환: 봤습니다.

    ▲재판관 강일원: 지난 번에 저희가 쟁점을 정리하면서 심판청구의 적법 요건으로 네 가지 적어준 것 중에서 두 가지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본안에서 판단하기로 했는데, 남겨놓은 두 가지도 첫 번째 것은 ‘어떻게 아무런 객관적 증거도 없이 탄핵소추를 했느냐? 부적법하다’ 이런 주장인데, 사실은 증거 없이 제출되면 기각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이중환: 예, 알겠습니다. 

    ▲재판관 강일원: 그 부분도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굉장히 탄핵소추가 부실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을 강조하는 취지로 저희가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이중환: 그렇게 선해해 주십시오

    ▲재판관 강일원: 그러면 이제 남는 하나가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때) 법사위 조사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본안 표결을 한 것. 말하자면 사실관계를 충분히 조사하고, 법사위 조사 절차도 거쳐서 본안 표결을 했어야 되는데, 그거를 거치지 않아서 ‘국회법 위반’ 등으로 위법하다, 이런 주장을 지금 하셨거든요?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이중환: 임의적 조항인데 법은….

    ▲재판관 강일원: 그 부분은 아주 적절한 지적이기는 한데, 유일한 선례인 2004헌나1(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도 같은 쟁점이 문제가 되었고, 그때 재판부에서는 “지적한 게 옳다. 탄핵소추하기 전에 여러 가지 사실조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금 지적한 국회법 130조1항이 임의조항이기 때문에 바로 각하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이미 前재판부에서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한 번 논의를 해봤습니다만, 혹시 이 부분이 꼭 필요하다 그러면 저희들이 다시 한 번 논의를 해보고요.
    그렇지 않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건의 쟁점은 사실인정 부분이니, 본안에 집중한다는 취지에서 앞서 말씀드렸던 여러 가지 적법요건 부분은, 이 건 소추가 좀 부실하게 되었으니 증거조사나 本案(본안) 판단에서 그런 부분을 참작해야 된다, 이렇게 좀 이해하면 안 될까 싶습니다만.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이중환: 예, 그렇게 이해하겠습니다.

    ▲소추위원 대리인 변호사 황정근: 저희도 피청구인의 本案 전 항변, ‘각하’ 주장은 그냥 철회하는 걸로 정리를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재판관 강일원: 지금 이제 그런 취지인 것 같습니다.

    ▲소추위원 대리인 변호사 황정근: 예, 저희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이중환: 예.

    ▲재판관 강일원: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면, 이른바 절차적인 건 좀 치워버리고, 저희가 정말 이른바 진검승부를 한번 해보지요. 본안에 대해서 사실인정을 중심으로 해가지고.

    ▲피청구인 대리인 변호사 이중환: 예, 알겠습니다.


    위 문답에서 강 재판의 발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절차적인 건 좀 치워버리고, 이른바 진검승부를 한번 해보지요. 본안에 대해서 사실인정을 중심으로 해가지고”라고 한 대목이다.

    이 부분에 대해 조갑제닷컴은 “강 재판관이 말한 ‘진검승부’란, 대통령 측이 문제를 제기한 탄핵소추 절차의 위법성을 따지지 말고, 자신이 이미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한 탄핵소추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하는 부분만 판단해, 단칼에 결판을 내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강 재판관의 발언은 대통령 측을 겁박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갑제닷컴의 해석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위 조서내용은 강 재판관이, 탄핵소추의 절차적 위헌성과 관련된 사안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국회가 사실상의 소추의결서 수정안을 작성, 헌재에 다시 내면서 본회의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은 ‘각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헌재의 심판결정 이후에도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평우 변호사 역시 이 부분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헌법 또는 법률상의 적법절차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헌법전문 司法(사법)기관이자, 헌법상 탄핵사건의 전속 관할법원인 헌법재판소에서 다루지 않겠다면 대한민국에서 어느 누가 다룬단 말입니까?

    국회가 졸속하게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였다면, 헌법재판소가 그 졸속한 탄핵소추 의결을 적법절차에 위반한 소추의결로 보아 각하하거나 기각만 해도, 국회의 졸속한 탄핵소추 의결은 재발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평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2004년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는 그 쟁점이 전혀 다르다”면서, 사실관계와 관련된 기존 언론보도 상당부분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졸속으로 이뤄진 소추절차’는 심판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탄핵심판 사건은 그 전례가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한 건뿐입니다. 당시에는 노 대통령의 공개발언 내용이 주로 문제가 되어 사실관계는 쟁점이 되지 않고 순전히 법률해석만 쟁점이 되었습니다.

    반면 이번 사건의 경우엔 사실관계가 모두 다투어지고 있고, 현재도 계속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어, ‘절차의 졸속성’이 크게 문제가 됩니다.“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재판관의 불공정한 재판진행을 ‘독선적 처분’이라고 정의하면서, 그의 왜곡되고 편향된 ‘사안 정리 보고’가 평의(評議)에 참여한 다른 재판관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강재판관의 불공정한 재판진행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함께 준비절차기일에 참여한 이정미, 이진성 재판관 뿐이다. 다만, 이들이 아니더라도 준비절차기일조서를 본 재판관이라면 주심 재판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갑제닷컴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