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주호영 대표대행 체제로..반문연대 주도?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와 김재경·홍문표·이혜훈·정운천 최고위원 등 지도부 전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전격 총사퇴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맡아 바른정당을 이끌게 됐는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됨에 따라 '빅텐트' '보수대통합' '후보단일화' '반문연대' 등 다양한 합종연횡의 '경우의 수'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결정 직후인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탄핵하고 분당하고 창당하는 과정까지가 나의 소임"이었다며 "당의 확장과 국민의 대통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병국 대표는 직후 "바른정당의 초대 당대표로서 소임은 다한 듯 하다"며 "새로운 인물에 의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외부 인사로서 당대표에 선임될 '새로운 인물'이 준비돼 있는지에 정치권 안팎의 촉각이 집중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바른정당이 영입해, 개헌을 고리로 하는 '빅텐트'를 모색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정병국 대표 측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의 의사는 모르겠지만, 우리와 이야기된 것은 전혀 없다"며 "'새로운 인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누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 자리를 비워놓으면 새로운 인물이 온다는 것"이라며 "말씀한 그대로로 해석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이 주호영 대표대행체제로 바로 전환된 것을 감안할 때, 실제로도 김종인 전 대표의 영입을 염두에 두고 지도부 총사퇴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오히려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대행으로서 당을 이끌게 된 것 자체가, 이날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당장 6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레이스'에서 당이 각종 연대·단일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분당(分黨) 과정에서 탈당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자유한국당 비박계 의원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합종연횡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더럽고 너저분한 것도 어느 정도는 끌어안고 가야 하는데, 정병국 대표는 악(惡)을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정치공학적 논의를 하기에 적격의 인물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여권 관계자도 "정병국 대표는 선거공학적 논의를 주도하기에 적절한 정치인은 아니다"라며 "당대표가 각종 물밑 접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보면 주호영 대표대행 체제 성립의 맥락이 잘 설명이 된다.

주호영 대표대행은 새누리당 분당 과정에서 바른정당에 가세한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지만, 원만한 성품과 두터운 인망으로 한국당에 잔류한 친박계 의원들과도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친박 이완구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특보로 활약한 경험도 있다. 또, 범(汎)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는 원내대표~원내수석으로 호흡을 맞춘 사이라, 수시로 연락하고 통화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보수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을 지역적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 이 지역에서 탄탄한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지역구(대구 동을)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과는 달리, 주호영 대표대행은 대구 수성을에서 새누리당 경쟁 후보가 출마했었는데도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대연정(大聯政)' '빅텐트' '반문(반문재인) 연대' '보수후보 단일화' '자강론(自彊論)' 등 현재까지 제기되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위의 정치적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추진하기에 최적임자인 셈이다.

주호영 대표대행도 대선 레이스가 막을 올림에 따라 여러 가지 정치적 합종연횡의 논의가 만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그 과정에서 적극 대응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주호영 대표대행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당에서 우리 후보를 뽑아서 끝까지 가는 (통상적인 대선의) 체제라면 곧 선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라 대표는 임시"라면서도 "여러 가지 연합·연대의 가능성이 있으니까 (대표대행체제가)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는 가능성은 열려 있는데, 얼마나 (각 당에서) 실천력을 갖고 추진하느냐가 미지수"라며 "각자가 자기를 비우고 목표를 향해 전력으로 협력하면서, 국민 여론의 힘으로 (난관을)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