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회 말부터 승부가 시작된다" 이 역사의 끝은 다시 쓰여질까?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짧고도 강렬했다.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그간 제기된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는 단호한 외침이었다.

    향후 피해 가기 어려운 검찰과의 일전(一戰)을 넘어 자신을 측면 지원할 지지층 결집까지 두루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통해 흔들리는 보수 우파 진영이 재규합하면서 대선(大選) 판도에 일대 변화가 올지 여부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12일 저녁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퇴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삼성동 사저 앞에는 무려 6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그간 잦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도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윤상현·이우현·김진태·박대출·조원진·민경욱 의원까지, 친박(親朴) 핵심으로 꼽히는 8명이 삼성동 사저 앞에 집결했다.

    이원종·이병기·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전직 청와대 참모들과 김관용 경북지사까지, 20여명을 웃도는 굵직한 여권 인사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차량에서 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정은 밝았다. 환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악수 하나하나에서 충격과 아픔을 모두 털어낸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응원이 잇따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내 눈물을 보였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취재진 카메라에 담긴 눈물은 너무도 명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자 지지자들은 "우리가 여길 지켜드려야 한다"며 오열했다.

    이러한 눈물은 복잡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속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 했다.

     

  •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삼성동 사저로 복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삼성동 사저로 복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결정에도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 지지자들에 대한 감동과 그토록 자신을 몰아세운 이들을 향한 절제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 장면이었다.  

    탄핵 각하 단식기도를 하다 쓰려진 권영해 전 국방장관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휠체어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정의는 사망선고를 당했다. 국회는 우리의 대의기관이 아니었고, 언론은 진정한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않았고, 법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가장 조심할 것은 분열이다. 애국이라면서 등 뒤에 칼을 꽂고 총을 쏘는 자들을 경계하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요구와는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불복(不服)을 외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성난 지지자들을 달래려는 듯 "제가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고 언급했다. 일단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탄핵사유와 검찰의 혐의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자칫 불복의 뉘앙스를 낼 경우 검찰 수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못내 아쉽고 억울한 감정이 남아 보였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읽힌다. 탄핵심판 과정 전반에서 변호인단이 주장해온 절차적 부당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던진 눈물의 메시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날 입장 발표는 지지세력 집결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이 한목소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나온 굵직한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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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김진태 의원은 지난 11일 '탄핵 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대회'에 참석해 "어제는 슬펐지만 계속 슬퍼할 수는 없다. 59일 뒤 대선에서 황교안이든 그 밖의 다른 누구를 통해서라도 제대로 해보자"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제 눈물이 말라서 더 울 수도 없고 더 실망할 것도 없고,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질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정신 바짝 차리자, 야구는 구회 말부터 승부가 시작된다. 할 수 있다"며 집회에 모인 시민들을 위로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소득은 태극기 시민들이다. "애국보수가 언제 이렇게 모여본 적이 있나, 언제 이렇게 거리행진을 해봤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는 태극기시민이 5% 밖에 안 된다고 무시당했지만, 이제 15%가 됐고, 앞으로는 20~30%,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태 의원의 주장처럼 한때 콘크리트라 불렸던 30%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대선판에는 다시 한번 큰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 있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여권의 민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물이 더해진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날 입장을 밝히자마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 대선주자들이 비난 목소리를 낸 것도 여권의 결집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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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진다"고 말했다.

    또한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처음으로 낸 메시지다.

    청와대 관저에서 퇴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37분쯤 삼성동 사저 앞에 도착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을 결정한지 이틀만이다.

    짙은 남색 외투를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다름 없는 미소를 띠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도착하자 사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지자 600여명은 태극기를 흔들고 울먹이며 "박근혜 탄핵무효"를 연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마중 나온 인사들과 악수를 나눴다. 서청원·최경환·윤상현·조원진·김진태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거 소식을 접한 뒤 미리 사저 앞에 도착해 인사를 전했다. 허태열·이병기·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던 손범규 변호사 등도 함께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약 6분 간 환호하는 지지자들과 인사를 주고 받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가슴이 차올랐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가에는 그렁한 눈물이 고였다.

    '감동과 억울' 밝은 미소 속에 감춰진 한 여인의 눈물이었다. 

    인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독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승복 여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말로 그간 제기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입장 발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유한국당 등 지지세력 집결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민경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말씀을 하실 때 눈물을 흘리시는 걸 봤다"고 했다.

    그는 "제가 처음에 하시는 말을 받아 적지 못해서 확인을 하기 위해 사저 안으로 들어갔는데 얼굴을 뵈니 볼 화장이 (눈물로) 지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울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지 않았나. 슬프고 기쁜 것을 떠나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고 했다.

    민경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내부는 아직 정돈이 안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저 안에 놓인 침대는 매트리스 비닐이 안 벗겨져 있었고, 보일러를 4년 동안 안 틀다가 틀려고 해서인지 집안에 연기가 자욱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