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의 8인 재판관이 10일 전원일치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하여 ‘박근혜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파면 판결 이유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충격적입니다.

    박 대통령의 파면결정이 내려지자 모든 언론이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사회통합의 길로 가야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촛불 시위대는 다른 목소리를 냅니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보고 탄핵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언론과 정치권은 과연 어떤 자세를 취했는가 하는 점을 되새겨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그간 ‘민심과 민심의 충돌이 남긴 상처’가 워낙 큰데다가 헌재의 판결을 받아드리는 시각차가 심해 국민통합이 쉽게 이뤄질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이유가 전혀 법과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정의와 진실을 외면한 정치적 판결이라고 바라보는 견해가 많다고 여겨지기는 것도 국민통합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던 수백만의 애국국민들이 헌재의 대통령 파면결정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첫 번째는 헌재가 인정했듯이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절차와 관련해 흠결이 충분히 있음에도 이를 헌재는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헌재는 소추의결서의 헌법 위배행위 부분이 분명하게 유형별로 구분되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하고도 그걸 그리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부정해버린 것입니다.

    두 번째는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당시 국회법사위의 조사도 없이 공소장과 신문기사 정도만 증거로 제시한 것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점입니다. 그 이유는  국회의 의사절차의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존중되어야 한다면서 국회법에 의하더라도 탄핵소추 발의 시 사유조사여부는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그 의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회는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무슨 짓이든지 마음대로 해도 법에 저촉이 안 된다는 것입니까? 이것은 궤변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미 다 아시는 바이지만 국회는 탄핵소추안의 발의와 의결절차를 거치면서 증거를 붙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탄핵소추안은 국회가 발의, 의결 모두 ‘대통령이 누군가와 공모했다’는 취지로 작성된 다른 피고인(최서원)에 대한 공소장과 의혹만 잔뜩 제기한 언론보도만을 근거로 했습니다. 또한 표결과정에서 인증 샷을 공개하는 등 비밀, 자유투표의 원칙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국회의 재량이다? 위법이라도 어찌할 수 없다? 그런 의결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것이 사실인데 어째서 헌재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탄핵 소추의결이 아무 토론 없이 진행된 점 역시 헌재는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토론을 신청한 사람도 없어서 국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야당만 모여서 투표하고 여당은 퇴장한 상태였는데 국회의장은 여야합의를 유도하지도 않았습니다.

    법안을 통과하려면 충분한 토론이 이뤄진 뒤에 표결에 붙여야 되는 게 아닙니까? 그것도 나라의 명운이 걸린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입니다. 그런데도 그게 하자가 없다고 헌재가 본 것입니다. 그러니 헌재의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마구 분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소추사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경우에는 사유별로 표결해야하는데도 여러 사유를 하나의 소추안으로 표결한 것이 헌재는 역시 국회의 자율권에 속한다는 이유를 들어 문제로 삼지 않은 점입니다. 국회에서의 소추안 찬반 투표는 사안별로 해야 함에도 일괄투표를 한 것은 잘못이라는 점은 필자가 여러 법률가들의 의견을 들어 누누이 지적해 왔습니다. 여하튼 이런 절차상의 문제는 국회 내에서 먼저 따져야 했고, 특히 여당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통과를 저지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엔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언론의 허위보도를 굳게 믿었고, 심지어는 촛불집회의 위력에 눌려 한 마디도 제대로 못했을 것입니다.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법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헌재라면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 잡아야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소추안을 심리할 것이 아니라 그 즉시 각하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네 번째는 8인재판관에 의한 선고에 관한 것입니다. 헌재는 8인 재판관이 심리 결정하면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 대하여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단언한 점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이 정미 권한대행 등이 이미 ‘2012 헌마 2호’에서 밝힌바 있는 ‘9인의 재판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뒤집는 처사입니다.

    사실 헌재는 9인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공정한 헌법재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재판관들이 토론 및 합의 과정에서 각자의 견해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충분히 검증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 이유는 재판관 일부가 공석인 상태로 9명의 견해가 모두 반영될 수 없다면 헌법재판 당사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8인 체제에서 결정을 내렸으므로 대통령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헌재는 결정문에서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재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어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고 말하고 ‘8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 결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헌재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헌재가 8인 체제로 탄핵심판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된 데는 야당이 황 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기인한 것입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똑 같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엔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권도 들어 있습니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이 자명한 법리를 무시하고 이 나라의 야당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탄핵정변’이전처럼 황 대행을 국무총리로만 취급하여 헌재소장의 임명을 막은 것입니다.

    어떻게 되었든 황 대행이 후임소장을 임명하지 못한다면 헌재는 응당 재판을 중단하고 후임 재판소장이 임명될 때까지 재판을 못하겠다고 버텼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하는데도 박 한철 소장은 퇴임하면서 조속한 후임자 임명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에 판결이 나야한다고 말해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섯 번째는 현재 재판중인 최 서원 씨에 대한 국정개입과 대통령의 권한 남용혐의를 마치 판결이 난 결과인양 탄핵 인용사유로 적시했다는 점입니다. 그 내용은 대통령 부속 비서관 정호성씨가 최 서원 씨에게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 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서를 전달하였고 그 과정에서 최 서원 씨의 이권 추구를 대통령이 도왔다고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은 또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주었으며, 이는 최 서원 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전혀 수긍할 수 없는 논지들입니다.

    먼저 최서원 씨가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서를 전달받았다고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jtbc가 최 씨 것이라고 주장한 태블릿 pc는 조작된 것으로 판명 나고 있고, 그곳에 들어 있는 각종 정부문서들은 현재 잠적중인 청와대 기밀문서 담당관이 또 다른 태블릿pc에 넣어두었던 것이 고 영태 일당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 영태 일당의 범죄는 k스포츠와 미르 재단 장악 의혹, 증거인멸 및 은폐의혹, 특정사업 이권 챙기기 의혹, 정권과 헌정 파괴의혹 등 7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검찰이나 특검은 이를 숨기고 헌재 역시 그의 녹음파일이 드러났는데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것을 최 서원 씨가 꾸민 국정농단으로 몰아붙이는 것입니까? 거기다 대통령은 누차 최 서원 씨가 그런 일을 꾸미거나 벌이는 줄을 꿈에도 몰랐다고 했는데, 특검이 대통령을 조사도 않고 ‘공범’으로 했다고 진상조사도 없이 소추사유로 인용할 수 있는 것입니까? 아무리 선의로 생각하려해도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여섯 번째는 대통령이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최 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안 것은 jtbc의 보도이후였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1차 기자회견에서 최 씨에게 연설문을 보여주고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봐달라고 한 일은 몇 번 있었으나 그 후로는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언론이 한 일은 있으나 국회가 한 일은 없었으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고 해서 누구를 단속한 일도 없습니다.

    일곱 번째는 헌재는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여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해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한 점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소추의 인용사유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먼저 대통령은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를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최 서원 씨에 대한 참고인으로서 검찰이나 특검에서 조사한다고 하다가 ‘재임 중 소추할 수 없는 대통령’을 피의자로 조사하려했기에 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욱이 대통령은 최 씨의 사익을 위해 권한을 악용한 일이 없었고 일원 한 푼의 뇌물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진술은 서면진술도 가능하고 전례도 많은데도 검찰이나 특검은 꼭 대면조사만을 고집했으며, 청와대 압수수색도 불가한데도 청와대로 검사를 보내 대치하는 모습을 일부러 보이는가 하면, 행정심판 대상이 아닌데도 압수수색 행정심판을 요청하는 등 보여주기 수사도 했습니다. 특검은 헌재에 영향을 미칠 양으로 수사 종결 며칠이 지나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쇼도 했습니다. 그것이 어째서 헌법수호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되는 것입니까?

    여덟 번째는 헌재가 8명 전원일치로 선고한 것도 국민들은 이상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어떻게 몇 명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을 텐데 그렇게 일률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또 심의결정은 ‘각하’가 아니면 ‘인용’이던지 ‘기각’으로 밝히면 될 텐데 ‘대통령 박 근혜를 파면한다.’고 했느냐는 것입니다. ‘인용’이면 될 것을 꼭 ‘파면’이란 용어를 써서 헌재의 권위를 높이기라도 하겠다는 것입니까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 진정한 진보가 있기나 한 것입니까? 진보는 없습니다. 좌익만 있을 뿐입니다. 재판관들은 광란의 촛불집회와 우익들의 태극기 집회현장을 한번이라도 찾아본 적이 있습니까?

    촛불집회의 주동자들이 누구고 거기에 설치된 섬뜩한 장치물들을 본 적이 있나요? ‘이 석기를 석방하라’‘사회주의가 답이다’라는 구호를 들어본 일이 있나요? 우리나라 언론이 대통령을 인격 살인하기 위해 얼마나 허위 날조 선동보도를 한지나 알고 있나요? 그런 실상을 모르면서 어떻게 대통령을 그런 사유로 파면할 수 있습니까? 그게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