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경선 끝나 후보로 최종 확정된 뒤 경남도지사 사퇴할 듯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5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대담 도중 질문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5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대담 도중 질문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홍준표 지사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재단 주최 특별대담에서 "아직 대선에 나가겠다고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았다"면서도 "이번주 토요일 대구에 가서 출마선언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 대선 출마 계획을 밝혔다.

    한국당 대선 경선도 변경된 세칙에 따라 예비경선부터 등록할 뜻을 내비쳤다. 홍준표 지사는 "규정이 바뀐 것은 처음 들었지만, 규정에 따라서 등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당초 이날까지 예비경선 후보등록을 마감한 뒤 17일 여론조사를 통해 상위 3인까지를 컷오프하고 본경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또, 현직 대통령권한대행인 황교안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비경선에 등록하지 않더라도, 중앙당선관위 심의와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본경선에 바로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그런데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황교안 대행이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하고, 또 '본경선 직행 특례'를 홍준표 지사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 의도하지 않았던 후보들이 이용할 듯한 모습을 보이자, 방침을 바꿔 특례 규정을 폐지했다.

    또, 예비경선을 각각 상위 6인과 4인을 컷오프하는 1~2차로 확대 개편하고, 이후 책임당원 현장투표까지 포함하는 본경선을 진행하기로 세칙을 변경했다.

    홍준표 지사가 이러한 변경 세칙에 동의하고 1차 예비경선부터 뛰기 시작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파행 양상을 보이던 한국당 경선은 극적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세칙 변경의 계기가 된 황교안 대행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홍준표 지사는 "청주지방검찰청에서 초임검사로 같이 일해 가족끼리도 잘 알고 친하다"며 "경쟁을 하지 않게 돼서 참으로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행의 불출마로 한국당 대선 후보의 자리가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의식한 듯, 거침없는 화술은 그대로 유지하되 말의 내용 자체에는 신중함을 한층 더했다.

    이날 대담 도중 한 청중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의 위헌성 여부를 묻자, 홍준표 지사는 "헌재의 결정 그 자체로 끝난 것"이라며 "재심 사유도 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이는 '헌재 결정 불복'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장선상에 있는 후보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지사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이상 박근혜 전 대통령에 매달리면 이번 대선은 없다"며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때"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보인다.

    4선 의원에 집권여당의 대표최고위원과 원내대표를 두루 섭렵하고,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재선에 성공한 거물 정치인답게, 이날 특별대담에서는 구체적이고 세밀한 공약보다는 국가시스템 대개조의 청사진 제시가 돋보였다는 평이다.

    국회와 관련해 홍준표 지사는 "대부분의 의원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4년에 한 번 공천을 잘 받아야 의원이 또 되다보니, 공천에 얽매여 소신이 없어지는 게 국회의원"이라며 "개헌을 해서 국회를 상하 양원으로 나누되, 상원은 50명 하원은 200명으로 하는 시스템이 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방행정과 관련해서는 "기초~광역~국가의 3단계 행정체제는 교통과 통신이 나쁘던 옛날의 이야기"라며 "일본이 이미 시도하고 있는대로 2단계로 바꿔서, 전국을 한 40~50개의 자치단체로 묶어 국가와 직통하는 체제로 바꾸는 게 나라 운영에 효율적"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출마 의지를 사실상 밝혔는데도 경남도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홍준표 지사는 "도지사 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좀 거슬리지 않느냐"면서도 "지난 번에 전임 도지사가 예선에 출마하면서 사퇴를 하고 나가, 경남도민들이 지사들이 여기 와서 장난을 치고 간다고 그런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김두관 당시 경남도지사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도지사직을 내려놓아 보궐선거가 열렸던 사례를 가리킨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당시 보선에서 당선되면서 경남도지사를 시작했는데, 매번 대선이 열릴 때마다 경남도지사 보선이 열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에서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지사는 "본선에 후보가 되면 (도지사를) 사퇴하고, 안 되면 임기를 마쳐야 한다"며 "안 그러면 도민들이 욕을 할 것이니, 욕을 먹지 않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