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신의 폭 좁아진 김문수, 결국 대선 불출마 선언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15일 "그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각하 및 기각을 주장했지만, 정 반대의 결론이 나왔다"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함을 채우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에서 대선후보 경선룰을 바로 잡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아울러 훌륭한 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자유한국당의 경선 룰에 반발해 "예비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예비경선 후에 본 경선이 시작되는 '특례규정' 때문인데, 이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선 관련 규정이 전격 수정됐다. 이후 김 전 지사의 불출마 선언이 뒤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지사 측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다만 탄핵 기각을 외쳐온 김 지사로서는 탄핵 인용 발표에 동력을 잃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핵 기각'이 결정되면 여론이 반전되고 이를 발판삼아 도약하려던 계획이었지만 탄핵 심판이 인용으로 결정나면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김문수 전 지사는 양심상 '탄핵 반대'를 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소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김 전 지사가 만일 대선 후보 자격으로 '탄핵 반대'를 계속 주장할 경우 자유한국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친박과 비박 모두의 외면 속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이 불출마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서 무패였던 그가 대구행을 한 것부터 스텝이 꼬이면서 결과적으로 대선 출마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김 전 지사는 앞서 수도권에서 3선을 내리 한 뒤 역대 경기도지사 중 유일하게 2번 연임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누구보다 열렬한 노동운동가였다가 보수로 전향한 김 전 지사는 부패에 완고한 태도를 보이면서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인물로 조명받았다.

하지만 그는 4·13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맞상대인 김부겸 의원이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자 이를 잡으러 가는 '험지출마' 성격이 짙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당의 지지기반인 대구로 향한다는 점에서 '꽃가마 타러 가느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동료 의원 10여 명의 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구에 도착한 그였지만, 김 전 지사에게 대구의 공기는 수도권과 확연히 달랐다. 당시 대구에는 '진박'프레임이 선거판을 장악하고 있었다. 수도권에서 비박계로 분류돼온 김 전 지사에게도 대구는 '험지'였던 셈이다. 좀처럼 여야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고 끝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김 전 지사는 이후에도 대구 민심을 청취하면서 친박과 비박의 중간지대에 섰다. 탄핵 정국에서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했지만, 탄핵 찬성에 앞장서서 나서지는 않았다. 결국 탈당도 하지 않았다. 같은 비박계 의원과 다른 길을 택한 셈이다.

극한의 대립속에 분당이 되면서 김문수 전 지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가 참석한 지난달 4일부터 꾸준히 참석한 태극기 집회 역시 '탄기국'이 주최하는 집회가 아닌 서경석 목사가 주최하는 태극기 집회였다. 그는 대한문이 아닌 한빛광장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탄기국 주최 태극기 집회에 친박계 의원들이 대다수인점을 감안하면 김 지사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결국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이후 비대위원으로 임명될 정도로 자유한국당 내에서 인지도 높은 대선후보였지만, 탄핵 정국을 거치며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태극기 집회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은 친박계 김진태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고 비박계에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김 지사의 설자리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김 전 지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나란히 불출마 선언을 했다. 자유한국당의 체급 높은 몇몇 후보들이 경선 이전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아수라장으로 흘러가던 대선 경선이 어느정도 정리되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여기에 일조한 셈이다.

김 전 지사 측은 "지금 현재 누군가를 도울 여력은 없지만, 당의 보수후보가 선출되면 당연히 돕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리를 추구하기 위한 대선불출마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홍준표 지사가 황교안 총리에 대해 '경쟁을 하지 않아 참 다행이다'라고 했는데, 친·비박을 모두 어루만질 수 있는 의미있는 말이라 본다"면서 "김문수 전 지사가 대선에 나서지 않으면서 당분간 침묵하기로 한 것 역시 깊은 뜻이 있지 않겠느냐"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