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보수의 품격 묵묵히 일으켜세운 청아한 청량제
  • ▲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자대회에서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자대회에서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중도·실용의 통합형 대권주자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수권(受權)하기 위해서는 중도 통합이 중요하다며, 일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당내 여론에 준엄한 경고를 던졌다.

    안상수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자대회 정견발표에서 "과연 누가 본선에 들어갔을 때,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서 우리 한국당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겠느냐"며 "현명하게 판단하라"고 돌직구를 꽂았다.

    안상수 의원의 정견발표는 재선의 인천광역시장과 3선의 국회의원 경력이 보여주듯, 9차례의 선거를 치르며 5차례 당선되고 4차례 낙선한 '지나온 길'을 영상으로 차분히 보여주면서 시작됐다.

    이어 연단에 오른 안상수 의원은 이날 후보자대회에서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보수의 품격을 묵묵히 다시 일으켜세우는 청아한 청량제와 같은 연설을 풀어냈다.

    안상수 의원은 "우리 당이 백척간두에 있을 때 온갖 풍파 속에서도 아홉 분의 대선 후보가 경선에 나와 서로 정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당을 정립해준, 존경하는 인명진 위원장과 정우택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게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하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당시 새누리당이었던 한국당은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공공연히 불임정당(不姙政黨)이라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로, 뻔히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서 후보조차 못 낼 위기에 몰렸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의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불임정당이라 놀림받았지만, 예쁜 늦둥이 후보를 낼 것"이라는 호언장담대로 범(汎)보수 진영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안상수 의원을 포함해 아홉 명의 후보를 내기에 이르렀다.

    설령 이렇다할 공로가 없더라도 후보자가 연설을 시작할 때, 지도부에 감사를 표하는 것은 정당의 일원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다. 하물며 해산 직전의 당을 재건해놓았다면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온당하다.

    그런데 이날 정견발표의 장 일부에 난입한 극단 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지도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보자가 없었다. 안상수 의원의 차례에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감사의 말이 나왔다. 바닥에 떨어진 보수의 품격을 묵묵히 일으켜세웠다는 찬사를 들을 만하다는 지적이다.

    당 지도부를 향한 감사 인사 때문에 후보자대회장을 가득 채우게 된 적대적 공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상수 의원은 정론(正論)을 이어나갔다.

  • ▲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자대회에서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자대회에서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상수 의원은 "지역갈등·이념갈등… 이런 갈등 속에서 우리나라는 한 치 앞도 못 간다"며 "통합을 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아울러 "300만 인천광역시장을 8년, 인천대교를 건설하고 송도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을 건설해 세계인의 부름을 받도록 할 때, 정파는 다르지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협력했다"며 "이제 온 국민이 화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극단 세력이 광분해 야유를 보내는 와중에서 안상수 의원은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담대하게 안보와 경제라는, 보수 진영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양대 분야에 관한 자신의 청사진을 차분하게 설명해나갔다.

    안보에 관해서는 "철저한 안보를 다지지 않을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해본 사람으로서, 당선이 되면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군비 문제, 그리고 북한의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타결짓겠다"고 장담했다.

    경제에 관해서는 "바다를 매립해서 도시를 만들었듯이 전국에 1000만 평 정도의 일자리 도시 10곳을 건설해, 유턴기업·강소기업에 무상으로 임대해서 부품소재산업과 첨단산업, 4차산업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300조 원 이상의 건설산업 부가가치를 만들고 한국의 뉴딜 정책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유연한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가운데에서도 안보와 경제만큼은 튼실하게 챙기는 민생·실용의 전통적 수권보수(受權保守)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것이다. 차원이 다른 본선 경쟁력을 여실히 드러낸 명연설이라고 평가받는다.

    대선은 이날 후보자대회에 모인 1500명이 투표해서 결정짓는 게 아니다. 편향된 대회장의 분위기에 담대하게 맞서면서, 안상수 의원은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한 고언을 던졌다.

    안상수 의원은 "우리가 그렇게 유리하지 않다"며 "우리끼리만 뭉쳐서는 대통령을 당선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끼리 똘똘 뭉쳐 우리 주장만 해서는 안 된다"며 "중도 세력을 우리의 품으로 안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자리에서의 정견발표를 단지 1500여 청중만 듣는 것이 아니라 SNS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안상수 의원은 "300만 일자리 대통령, 트럼프와 안보를 해결할 대통령, 모든 국민을 아울러 새로운 미래를 창출할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며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라고 외쳐, 아직 보수의 품격이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