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자대회]

홍준표 "박근혜 잊자"… 태극기 세력 설득 가능할까

"탄핵 가부 계속 논쟁하게 되면, 기울어진 운동장 더욱 기울어질 뿐"

정도원 임재섭 연찬모 기자 | 최종편집 2017.03.17 18: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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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大勢論)을 형성해 일방 독주하는 듯한 불리한 형국 속에서도, 보수 우파의 제갈량으로서 동남풍을 불어일으켜 한 판 역전의 '적벽대전'을 노리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잊고, 더 이상 탄핵의 가부를 따지지 말자고 호소했다.

홍준표 지사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 후보자대회 정견발표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잊자는 것은 대선 때문"이라며 "대선을 포기하고 탄핵 찬반을 계속 끌고 갈 수 있겠느냐"고 당부했다.

이날 1500여 명이 들어찬 후보자대회장에는 이른바 '태극기' 세력들도 상당수 분포해 있었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는 평소의 거침없는 화법 대신 차분한 어조로 이들을 설득하는 논리를 구사했다.

홍준표 지사는 "이번 대선은 굉장히 어렵다"며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들 하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바로세우고 국민의 냉정한 판단을 받아야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은 탄핵 때문인데, 탄핵의 가부를 자꾸 논쟁하게 되면 운동장은 계속 기울어질 뿐"이라며 "국민이 냉정을 찾도록 이제는 진정 국면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지사는 최근 정국을 삼국지에 비유한 화법을 자주 구사하고 있다. 자신이 출마하기 위해서는 영남 민심이 중요하다며 "모든 것이 갖춰졌는데 단지 동남풍이 빠졌구나(萬事俱備只欠東風)"라는, 제갈량이 주유에게 한 말을 인용하더니, 오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처럼 막 '동남풍'을 불러일으켜 '대세론' 문재인 전 대표의 백만 '문빠'를 불살라버릴 참인데, 이날 후보자대회에 난입한 일부 극단적인 세력들은 마치 '물에서 싸우지 말고 뭍에서 싸우자'는 것처럼 일부러 불리한 싸움을 자처해 보수를 패배로 이끌고 있다.

탄핵 가부 논쟁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운동장'을 더욱 기울게 해서, 마치 조조의 백만 대군과 뭍에서 결전을 벌이는 것과 같은 모양새인데, 상황의 심각성을 후보자대회장에서 직접 목도한 홍준표 지사로서는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인지 홍준표 지사가 발표한 정견에는 이날 후보자대회장에서 일부 후보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불복하는 듯한 언동을 보이며 청중들을 선동하고, 도저히 대선 본선에서 승리할 수 없는 극단의 방향으로 당을 끌고가려는 분열적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한 은근한 경고의 메시지도 포함됐다.

홍준표 지사는 "탄핵을 두고 당이 갈라졌는데, 그렇다면 남아있는 분들이라도 한마음이 돼야 하는데 오늘 와서보니 참으로 걱정스럽다"며 "우리는 한마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청중들이 위기의 상황에서 당을 이끌고 있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야유와 고성으로 후보자대회 진행을 방해한 것을 의식한 듯, 청중들의 적대적 공기에 아랑곳 않고 지도부를 향한 특별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홍준표 지사는 "이 자리에 와서 보니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정우택 원내대표가 참 고생을 한다"며 "당을 살리고 있는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핵분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이래서는 안 된다"며 "비대위원장이나 정우택 원내대표가 정말 마음고생이 많은데, 우리가 결속을 하고 단합을 해야 한다"고, 일부 극단 성향의 청중들을 우회적으로 꾸짖었다.

대선 승리의 방책으로는 '4자 구도 속에서의 우파 단일 후보 출마'를 제시했다. 이른바 '6월 민주 항쟁' 직후라 집권세력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중에서도 노태우 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1987년 대선을 상기시킨 것이다.

당시 진보 진영에서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마했고, 중도보수 진영에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출마한 가운데, 보수 우파 단일후보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출마해 당선됐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홍준표 지사는 "바른정당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혼한 게 아니라 별거한 것'이라는 말을 한다"며 "별거할 때는 서로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지만, 우파 진영이 한마음이 돼서 대선에 임하자고 한다"고 권하고 있다는 것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모두 한마음이 되면 이번 대선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이길 수 있다"며 "우파의 단일 후보가 나가고 좌파의 둘이 나오고 중도의 한 명이 나오는 4자 구도로 가면, 87년 대선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평소 청중의 마음 속에 의분(義憤)을 불러일으키며, 대중과 공명(共鳴)하는 화술을 즐겨 구사하는 홍준표 지사가 이날은 방향을 180도 틀어 '태극기' 성향 청중과 정면으로 맞서는 길을 선택한 것은, 이들에게 영합해서는 당내 경선은 몰라도 본선에서 도저히 승리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범(汎)보수 후보 중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어 본선 진출이 유력한 상황에서 당연한 선택이다. 또, 이날 대회장에 난입한 일부 극단 성향의 청중들이 대체로 자신과 최근 장외 설전을 주고받았던 특정 후보 지지 성향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지사는 자신의 정견 발표 차례에서는 이례적으로 지지자들에게 화까지 내면서 연호를 금지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들 특정 성향 군중들이 행사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특정 후보자의 이름을 계속 연호해 국민들에게 큰 불쾌감을 불러일으킨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이 연단에 오르는 도중 지지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홍준표 지사는 "나는 일부러 사람을 모으는 일이 없는데, 왜 그리 (연호를) 하느냐"며 "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정견 발표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당이…"라고 정견 발표를 하던 도중, 다시 "홍준표"를 외치는 연호가 이어지자 홍준표 지사는 버럭 화를 내면서 "아, 그거 안해도 된다니까, 그거 안해도 된다. 말이 꼬이지 않느냐"며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당부해, 특정 성향 군중들에게 우회적으로 무안함을 안겨주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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