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서 공식 출마선언 "서민대통령" 자처

홍준표의 '트럼프 행보'… 같은 점과 다른 점

언론과 각 세워… "JTBC 바라는대로 되면 노무현처럼 자살"

대구=정도원 기자 | 최종편집 2017.03.18 19: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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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같은 아웃사이더로서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처럼 '기적의 대권 레이스'를 펼쳐낼 수 있을까.

홍준표 지사가 18일 오후, 학창시절을 보낸 '제2의 고향'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출마 선언식에는 대구시민 1만5000여 명(경찰 추산)이 운집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출마 선언문은 언론사에 다 배포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홍준표 지사는 미리 언론에 배포된 원고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출마 선언을 진행했다. 원고 없이 이뤄진 만큼 곳곳에서 특유의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은 여전했다. 마찬가지로 공격적·직설적인 화술 끝에 '기적의 대역전승'을 일궈낸 트럼프 미 대통령이 떠올랐다.


◆같은 점… 언론과 날카롭게 각 세워 "JTBC 바라는대로 되면 자살"

적대 언론과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부분에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통점이 느껴졌다.

출마 선언이 끝난 뒤, 홍준표 지사는 현장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종합편성채널 JTBC 취재진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하자, 홍준표 지사는 "JTBC?"라고 되묻더니 "그럴 가능성은 0.1%도 없지만, 만약 JTBC가 바라는대로 없는 사실을 뒤집어쓰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맞받았다.

이후 타 매체 취재진이 진주의료원과 관련한 질문을 했지만, 홍준표 지사는 그에 대한 대답보다도 재차 "기자 여러분, 아까 JTBC가 바라는대로 없는 죄를 또다시 뒤집어쓴다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한다"고 재차 강조하더니 "됐는가"라고 되레 되물었다.

'JTBC가 바라는대로'라는 표현이 두 차례 반복되자, 질문했던 취재진이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부질 없었다. 향후 대권 행보 과정에서 우호 언론과 적대 언론을 철저히 나눠 대응하고, 언론을 통하기보다는 가급적 SNS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는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취했던 방식이다. 홍준표 지사 본인도 지난달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이름을 빌렸지만, 공화당이 해준 게 뭐가 있느냐"며 "트위터 하나로 당선되지 않았나"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1인 미디어 시대"라며 "내가 쓰는 페이스북 글을 안 보면 기자들은 기사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트럼프식 언론·대중 분리 대응법'을 적극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다른 점… 천부적인 서민성 "초·중·고 다니며 점심 먹어본 적 없다"

반면 홍준표 지사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점도 존재한다. 무일푼으로 찢어질 듯한 가난을 겪으며 자라났고, 부모로부터 1전 한 닢 물려받은 게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억만장자이며, 트럼프 본인이 사업을 시작한 종잣돈도 부친으로부터 빌린 100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점'은 극명해진다.

이날 대구 서문시장에 마련된 출마 선언 연단의 캐치프레이즈도 '서민 대통령'이었다. 사전에 준비한 원고의 거창한 구호들 대신, 고향주민들을 상대로 찬찬히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고한 것도 자신의 '서민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된다.

"그간 살아온 홍준표의 인생에 대해 숨김없이 말씀드린다"며 "과연 홍준표가 이 나라 대통령이 돼도 될지는 대구시민 여러분이 판단해달라"고 말문을 연 홍준표 지사는 △창녕 남지에서 태어나 살다가 7세 때 집안이 망하면서 리어카 끌고 이틀을 걸어 대구 신천동으로 이사했던 일 △달셋방에 살다가 신암동으로 옮겨 신암초를 다닌 시절을 담담히 회상했다.

또 △영남중에 다니겠다고 보리쌀 두 말을 짊어지고 대구로 혼자 올라와 대명동에서 자취했던 시절 △영남고를 다니던 시절 방세가 제일 쌌던 비산동에서 자취하며 서문시장을 매일 걸어다녔던 기억들도 자리에 모인 1만5000여 대구시민들과 함께 나눴다.

11년간 재직했던 검사 시절도 스스로 '천민검사'라 표현했다.

홍준표 지사는 "그 당시 검사가 3개 족(族)이 있었다"며 △6개월 전 다음 인사이동지를 선택하는 광어족 △1개월 전에 갈 자리를 아는 도다리족 △선택은 못하고 2~3일 전에 알게 되는 잡어족이 있다고 설명한 뒤 "나는 잡어족에도 못 끼고 다음에 어디 가는지 인사 이튿날 조간신문을 보고 알았던 천민검사"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 검사는 전부 엉터리"라며 "내가 수사를 할 때에는 진짜 어렵고 힘든 사람이 오면 무리해서라도 풀어주고, 권력 있다고 꺼떡거리는 놈들은 누가 부탁을 해도 잡아넣었다"고 '서민 검사'였음을 절절히 호소했다.


◆"박근혜는 태어나면서부터 공주… 나는 당대표·원내대표도 혼자 힘으로 해봐"

이날 출마 선언 장소로 대구 서문시장이 선택된 것과 관련해, 최근 홍준표 지사와 자유한국당 특정 경선 후보 사이에 설전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제 잊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홍준표 지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도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후광을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었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서문시장은 자신이 영남중·고를 다닐 때 매일 걸어다니고 장을 봤던 곳이라며 "서문시장이 박근혜시장이냐"고 반박했다.

이날 출마 선언을 지켜본 결과, 결론적으로 홍준표 지사의 말이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덕을 보려는 의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출마 선언식 내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은 전혀 거론되지 않다가, 부정적인 맥락에서만 한두 차례 언급됐다.

홍준표 지사는 "강용석 의원이 방송에서 일전에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교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태어나면서부터 '공주'인데, 홍준표는 부모를 잘못 만나서 불쌍하다더라"며 "비록 못 배우고 한글도 모르는 내 부모지만 평생의 멘토로 삼았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 상속녀'인 반면 자신은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는 점을 대비시킨 것이다. "정치를 22년 하면서 계파에 들어가본 일 없고, 누구한테 고개 숙이고 들어가는 것도 단 한 번도 안해봤다"며 "내 힘으로 원내대표·당대표도 계파 없이 혼자 해봤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러한 '아웃사이더, 홍준표의 정치'가 '홍준표의 대권행보'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날 출마 선언을 시작할 때 "인생의 마지막 꿈인 대통령에 도전하기 위해 여러분 앞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던 것처럼, 대통령은 정치인 커리어의 마지막 도전이다.

누가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물며 대표최고위원·원내대표도 혼자 힘으로 쟁취해냈던 홍준표 지사가 새삼 누군가의 후광을 기대할까. 서문시장에서의 출마 선언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보수 진영 내의 일부 극단 세력이 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지사가 아닌 다른 후보를 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인지, 우려와는 달리 1만5000여 명이 운집한 출마 선언장에는 태극기도 별로 등장하지 않았다.

운집한 청중 속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도 거의 거론되지 않았고, 누군가가 "홍준표는 대통령이 돼서 박근혜를 살려라"라고 부르짖자, 당장 다른 사람들이 "박근혜는 아이다(아니다)"라고 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명확하게 선을 긋게 돼서 차라리 잘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대구 서문시장에서의 공식 출마 선언은 첫걸음을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 현재 대선 구도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그런 사람(문재인 전 대표)과 토론을 하면 10분 만에 제압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아웃사이더' 홍준표 지사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기적의 역전 레이스를 펼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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