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희정도 활용한 전략, 洪-金 케미가 기대되는 이유

치고받는 홍준표-김진태, 그 속에 담긴 노림수는?

인지도 상승과 지지층 집결, 중도층 공략 세마리 토끼 동시에… 진짜 '사이다 발언' 기대돼

임재섭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3.18 21: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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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부 국회팀 임재섭 기자입니다.

    기득권을 위한 법이 아닌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드는 국회가 되도록 오늘도 뛰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 나선 홍준표 경기도지사와 김진태 의원이 연일 맞부딪치고 있다. 서로를 향한 수위 높은 공세가 오고 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윈-윈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태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 지사가 대법에서 유죄가 나면 자살을 검토하겠다 했다"면서 "자살을 검토하는 사람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억울한 게 있어도 재판으로 풀어야지 자살하겠다면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는 격"이라며 "이거 어디 무서워서 국민 하겠나"고 쏘아붙였다.

앞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같은 날 대구 서문시장에서 가진 대선후보 출정식에서 '성완종 리스트' 관련 재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세 차례나 거듭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철저히 의도된 발언임을 강조했다. 이는 '노무현'이란 아킬레스건을 가진 문재인-안희정 두 후보를 동시에 겨냥한 홍 지사 특유의 전술이다. 여기에 김진태 의원은 이 발언을 다시 한번 곱씹으면서 홍 지사의 발언을 더욱 부각시켰다. 겉으로는 홍 지사를 공격하는 모양새였지만, '자살한 전직 대통령'이란 '팩트(Fact)를 민주당에 상기시킨 셈이다.

사실 홍 지사와 김진태 의원 간 설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지사를 향해 "출정식 장소나 바꾸라"고 언급한 바 있다. 홍준표 지사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하면서 "탄핵이 끝났으니 이제 박근혜 대통령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고 말하자, 김 의원이 이에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홍 지사 역시 김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걔는 내 상대가 아니다. 앞으로는 애들 얘기를 해서 열 받게 하지 마라"고 '버럭' 화를 냈다. 다시 김진태 의원이 여기에 "나는 다른 당 후보와 경쟁하기 위해 나왔다"면서 "품위를 지켜라"라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김 의원은 "나보고 애라고 하는데, 나는 민주당 안희정, 이재명 후보하고 동갑"이라고 말하며 노련미를 과시했다. 홍 지사와 김 의원이 서로 공세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체급을 키우는 동시에 오히려 '진짜 공격 타깃'은 민주당 대권 후보들에게 돌려버린 것이다.


◆ 문재인-안희정이 썼던 전술, 홍준표-김진태 케미 잘 맞을까

서로 티격태격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함께 상승곡선을 타는 이 전략은 문재인-안희정 두 후보가 먼저였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들고나온 '대연정' 아젠다를 문재인 전 대표가 공격하면서 한 사람은 보수층을 공략하고, 또 한 사람은 진보층을 결집시키며 대선정국을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홍준표-김진태 두 후보의 '케미'도 만만치 않다.

우선 김진태 의원은 '태극기 집회' 등을 통해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게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짧은 정치경험(재선) 때문에 전국적인 인지도는 부족하다. 기자회견 말미마다 "선배들에게 한 수 배우겠다"는 게 김 의원의 입버릇이기도 하다. 때문에 거친 입담을 자랑하는 홍 지사는 김 의원에게 체급 키우기 아주 적당한 페이스 메이커다.

홍준표 지사 입장에서도 김진태 의원의 공격이 내심 달갑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홍 지사는 중도로 확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선 후에는 하나로 뭉쳐지는 대선 특징을 감안하면 김진태 의원을 통해 전통적 지지층과 태극기 세력을 담보하고, 본인은 중원으로 마음 편히 진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은 루비오와의 경선에서 펼친 전략이다. 루비오는 대선 이후 플로리다 상원에 재선하며 공화당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문재인 대세론이 회자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층이 많다는 점도 홍준표-김진태 케미에 유리한 지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보수의 파이가 적은 것처럼 집계되지만 이른바 '샤이보수'로 불리는 무응답층 세력이 작지 않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두 후보가 치고받으며 대선판을 주도한다면, 전통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공략이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홍 지사는 대구 서문시장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탄핵 광풍이 불고 있어 여론조사를 해보면 우리쪽 지지자가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의 90%가 응답하지 않는 여론조사를 사실인양 퍼뜨리고 있다"고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 보수 대선주자의 진짜 '사이다'를 보여줘!

홍준표-김진태 두 후보의 전략은 일정부분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기계적 중립을 고집하는 언론 특성상 보수진영에서 벌어지는 이런 '으르렁 거림'은 주목 받기 마련이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거친 입담은 주요 매체의 헤드라인으로 보도되고 있다.

홍 지사가 지난달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가 쓰는 페이스북 글을 안 보면 기자들은 기사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선언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문재인-안희정이 펼친 대연정 코스프레 전략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 원인을 분석해 그 전철(前轍)을 밟지 않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안희정 두 사람의 좌우 합작 공략은 이재명이라는 독설가 때문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기대선정국에서 결국 중요한 분수령은 '집토끼'보다는 '산토끼'인데, '집토끼'를 중시한 이재명의 일명 사이다 발언이 계속되면서 안희정의 보수 확장 계획이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대중에게 이재명 시장의 발언은 '사이다'였을지 모르겠지만, 민주당 대선 전략에서는 '실책'으로 작용했다는 말이다.

때문에 오른쪽을 책임진 김진태와 중원을 노리는 홍준표 사이에 중도 보수를 공략할 또 한명의 주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컷오프 과정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자유한국당 토론회가 기대되는 이유다.

홍준표, 김진태 두 후보는 모두 컷오프를 통과해 19일부터 TV토론회에 나선다. 1차 컷오프 통과 인원은 홍준표·김진태·김관용·이인제·안상수·원유철 후보다.

자유한국당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탄핵 이후 추격에 나선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다양한 후보들이 동시에 등장해 선거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며 "앞으로 벌어질 TV 토론회에서 '사이다 발언'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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