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非영남후보론 제기에 김관용 "TK는 안된다니" 발끈
  •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사진)은 19일 TV조선을 통해 생방송된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비(非)영남후보론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사진)은 19일 TV조선을 통해 생방송된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비(非)영남후보론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여론조사 1차 컷오프를 거쳐 6명의 후보자를 추려낸 가운데, TV토론에 돌입한 후보자들은 불과 51일 앞으로 다가온 '조기 대선'에서 영남 출신 후보를 내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19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서 생방송된 경선 후보자 토론에서 사회자의 '충청대망론' 관련 질문에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 호남에서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빼고서는 52년 동안 영남에서만 대통령이 나왔다"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박함이 충청대망론"이라며 "내가 한국당 후보가 되면 자연스럽게 충청대망론 불길이 일어나, 충청권과 수도권에서 더 많은 표를 확보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금의 '조기 대선'에서는 주로 이념과 세대를 놓고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지만, 우리 정치에서 권역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변수다. 이날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비(非)영남후보론'을 제기한 것은 대단히 민감한 주제를 건드린 것으로 볼 수 있다.

    1차 컷오프를 통과한 6명의 후보자 중에서는 공교롭게도 영남 후보와 비영남 후보가 각 3명으로 절반씩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영남 후보다.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구미시장을 거쳐 경북도지사를 지내고 있는 김관용 지사 역시 영남 후보다.

    김진태 의원은 지역구가 강원 춘천이지만, 부친이 경북 성주 출신으로 검사 시절 한때 고향을 이 지역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검사 생활 중 많은 시간을 부산지검 동부지청·대구지검 의성지청 등 영남권에서 보내기도 했다.

    반면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내 영남과는 연고가 없다. 안상수 의원도 충남 태안 출신으로 인천광역시장을 지냈고, 지금의 지역구도 인천이다. 원유철 의원은 경기 평택에서 도의원에 이어 5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정통 경기남부 출신 대권주자다.

    경선 구도만 놓고 보더라도 '비영남 후보론'은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구(舊) 여권에서는 그간에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단편적으로 진행돼 왔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앞서 지난 1월 31일 정두언 전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TK정권이 10년 했는데 국민들이 염증날만 하지 않느냐"며, TK 출신인 유승민 의원을 '무난하게 지는 후보'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이후 토론 순서에서 당장 '영남 후보'에 의한 반론이 제기됐다.

    김관용 지사는 이후 순서에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향해 "대구·경북은 안 된다, 영남은 안 된다고 했는데, 단선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의 생각이 무엇이냐"며 "지금 구도에서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된다는 것은 이상하게 들린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대구·경북은 나라가 백척간두에 있었을 때 가장 많은 독립지사를 배출했고, 6·25 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으로 나라를 지킨 고장"이라며,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비영남 후보론'이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미국은 45번째 대통령이 나왔는데, 큰 주(州)와 작은 주 출신이 돌아가면서 나온다"며 "한국은 52년 동안 계속 영남에서 대통령이 나왔는데, 이것은 엄청난 불균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유리한 구도였는데도 연속으로 TK 출신인 후보를 내세우는 바람에 굉장히 힘들었다고 주장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현실적으로 보수우파 정권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영남이 안 된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