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자 경선 TV토론]

홍준표, 한 차원 높은 경륜 과시했던 토론회

원유철에 "국방부장관 해도 충분하겠다" 덕담… 숨은 의미는

정도원 임재섭 기자 | 최종편집 2017.03.20 11: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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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간의 첫 TV토론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 4선 국회의원에 재선 광역자치단체장까지 두루 섭렵한 한 차원 높은 경륜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평소 직설적·공격적 화법으로 널리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날 토론에서는 온화하게 토론을 이끌면서 다른 5인의 경선 후보자와 특별히 각을 세우지도 않고 발언권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이미 경선의 승패를 넘어서 본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지사는 19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을 통해 생방송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 출연했다.

이날 홍준표 지사는 평소와 달리 빨간 넥타이를 단정히 조여매고, 와이셔츠 첫 단추도 채웠다.

지난 15일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대담에서 이 문제를 지적받자 "느슨하게 (넥타이를) 매니 건달 같다는 이야기도 듣는데, 타이트하게 잡아당겨매면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며 "토론회나 방송대담에 가더라도 넥타이를 좀 푼다"고 했는데, 평소와 다른 면모다. 수권(受權) 후보로서의 면모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토론 순서에서도 뭔가 달랐다. 다른 경선 후보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하려들기보다는 자신의 정책·정견 설명에만 열중했다. 보다 못한 사회자가 몇 차례나 끼어들어 "질문을 해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홍준표 지사는 주도권 토론 순서에서 자신의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시작하자마자 원유철 의원을 향해 한반도 핵(核)정책에 관해 짧게 물었다. 원유철 의원이 홍준표 지사에게 주어진 시간 수 분을 써가면서 대답을 이어가는데도 초조해하는 기색 없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고 들으며, 일부는 메모를 하기도 했다. 대답이 끝나자 "집권하면 국방부장관을 해도 충분하겠다"고 치사했다.

이어 "이인제 선배는 노동부장관을 했다"고 상기시키며 강성 귀족노조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전공자에게 해당 분야를 물은 셈이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물흐르듯 하는 답변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두 분 생각이 나와 같다"는 말로 토론을 마쳤다.

진등을 만나 여포를 매에 비유했다던 조조의 모습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조조는 "온후(여포)는 매와 같은데, 매는 배가 고파야 부릴 수 있는 법"이라며 "아직 토끼와 여우 따위가 살아있는데, 배불리 먹일 수 없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삼국지연의에 나온다.

여우와 토끼 따위가 당대 영웅인 원술·손책·원소·유표·유장·장로 등을 가리킨다는 말에, 여포는 그들보다 높게 봐준 것이 기분좋아 "조공(조조)이 실로 나를 알아보는구나"라고 기뻐했지만, 따지고보면 그 여포를 매로 기른다는 조조는 그렇다면 누구란 말인가.

집권 시에 국방부장관 등을 운운했다는 것은, 홍준표 지사 본인은 입각이 아닌 대선 그 자체를 직시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다.


반대로 이날 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의 질문은 선두 후보인 홍준표 지사에게 집중됐다. 다른 후보들은 질문을 받으면 발언권을 얻게 된 것에 반색해 너무 길게 답하는 바람에, 질문한 후보가 말을 끊으며 제지할 정도였는데, 홍준표 지사는 되레 "나한테만 묻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발언권에 집착하지 않았다.

평소 화술과는 달리 다른 후보의 질문에 공격적으로 반박하지도 않았다. 원유철 의원이 "문재인 후보와 토론하면 10분 안에 제압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나라면 시작하자마자 KO 시킬 수 있다"고 공격하자, 그저 허허 웃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대표도 하고, 지사도 하고, 대단한 위치에 있는 분인데 말을 좀 아름답게 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의사표시 방법이 모두들 민망하다고 한다"고 지적했을 때에도 "말씀을 새겨듣겠다"며 허허 웃는 것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홍준표 지사의 답변 중 이날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공학·선거공학과 관련한 문답이었다.

YTN·서울신문이 지난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설문한 결과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홍준표 지사는 한국당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11.5%를 기록해 여러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한국당 최종 후보로 유력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후보로 선출될 경우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타 후보들과의 연대에 나설 것인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선공(先攻)을 가한 것은 연대에 반대하는 김진태 의원이었다. 김진태 의원은 "그 당(바른정당)이 그동안 우리에게 정말 독하게 대했다"며 "우리 당이 해체해야 한다는 정당에 가서 손잡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홍준표 지사는 "김진태 후보님"이라고 지그시 바라보더니 "사실 대선 때에는 지게 작대기도 필요한 법"이라며 "어떻게 보면 적도 포용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때 동지였던 사람들과 이혼한 것도 아니고 별거인데, 다시 포용해서 가는 게 옳다"고 답하자, 김진태 의원도 "우리 홍 후보의 경지가 되면 나도 그렇게 되겠는가"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른바 '반문연대'와 관련한 사회자의 질문 순서에도 "우파 후보 단일화에 찬성한다"며 "국민의당에서는 중도 후보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중도 후보와의 단일화까지는) 나중에 판세를 훑어보고 그 때 결정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홍준표 지사가 유일하게 목소리를 높였던 대목은 후보자 간의 토론이 아닌, 사회자로부터 질문을 받는 직문직답 코너에서였다. 같은 당 소속의 다른 후보자와의 토론이 아닌 상황에서는 특유의 직설 화법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까지도 검토하겠다"는 말은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사회자로부터 질문을 받자, 홍준표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것은 팩트, 사실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그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돈을 받았기 때문에 자살한 것이고, 나 홍준표는 돈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어떻게 팩트, 사실을 이야기했는데 그걸 튀는 발언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이 있느냐"며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고, 앞으로는 그렇게 물으면 곤란하다"고 되레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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