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선거 앞두고 지역정서 활용해 지지호소… "사과해야" 비판 고조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비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비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해명에도 불구, '지역감정 조장'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거돈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부산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 문재인 캠프는 "문 전 대표와 관련 없는 지역 인사의 발언"이라고 거리를 두며 파문 진화를 시도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문제는 문 전 대표의 지역감정 조장 논란이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돼왔다는 점이다. 그는 크고 작은 선거를 앞두고 지역주의 감정을 십분 활용해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을 닷새 앞둔 12월 14일 거제와 창원, 양산과 울산·부산 등 부산·경남(PK) 지역을 돌며 "부산·경남 출신 대통령을 만들어 달라"는 표현을 쓰는 등 지연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는 당시 거제 면사무소 앞 유세에서 "거제의 아들 문재인이 고향 분들께 인사드린다. 거제가 낳고 키운 저 문재인을 이제 거제시민들께서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시겠는가"라며 자신을 거제의 아들로 소개했다.

    문 후보는 또 창원과 울산 유세에서는 "(여기 모인 분들은) 부산·경남 출신 대통령 한 번 만들어보자는 마음도 한편으로는 조금 있죠"라며 "이곳은 저를 노동·인권변호사로 키워줘 오늘의 제가 있게 만들었다. 이제는 저를 대통령으로 키워주시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퇴임하면 제가 태어나고 지금도 제 집이 있는 이곳 경남으로 돌아오겠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여당은 '지역감정 조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감정 조장은) 어떤 네거티브 보다 더 중죄에 해당된다"며 "이런 정도의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검사가 구형을 한다면 무기징역감"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지역감정 조장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며 "문 후보가 '부산정권, 부산 대통령, 거제대통령'이라고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이 뿐만이 아니다. 문 전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둔 2006년 5월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논란은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됐다. 지난달 경남 남해 전통시장을 방문해 "망국적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주장했던 문 전 대표는 지난 20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선 "박근혜 이명박 정부 9년은 호남홀대 9년이었다.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당하고 차별받은 인사부터 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선거때마다 부산에선 부산 대통령론을, 호남에선 호남홀대론을 들먹이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문 전 대표가 지역주의 타파 선거를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충북을 방문한 자리에선 "충청에서 이기는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는 만큼, (저도) 충청에서 선택받고 싶다"고 노골적인 구애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한때 '호남 총리' 발언으로 거센 후폭풍을 자초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앞둔 지난 2015년 1월 충청 출신의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에 대해 "아쉽다"고 평가하며 "호남 인사를 발탁했어야 했다"고 주장, 지역감정 조장 논란을 야기했다.

    여당은 "제1야당 당대표 후보가 당권에 눈이 뒤집혀서 지역주의 망령에 허우적 거리는 모습"이라고 힐난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새누리당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당은 "문재인 후보가 충청인을 무시하는 망발을 내뱉었다. 지난 대선 문 후보가 대전·충청권에서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도 충청인의 가슴에 배신감을 안겨주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며 석고대죄와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문 전 대표는 "저는 그 분이 충청출신이라는 것을 문제삼고 흠을 잡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 충청분들에게 서운함을 드렸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호남 총리'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21일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 측의 '부산 대통령'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바른정당은 문 전 대표 측 오거돈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부산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망국적 지역감정을 선거판에 끌어들였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오거돈 위원장을 즉각 사퇴시키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오 전 장관은)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게 된 사람으로서 정권교체와 동서화합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라며 "'부산대통령'이라는 표현만 문제 삼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지역감정 조장 운운하는 건 오히려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말꼬투리 잡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그동안 지역정서에 기대려는 발언 논란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의 뼈저린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