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연구소·언론들, 현실성 떨어지는 WEF의 ‘젠더 격차지수’로 남성 억압하나
  • 지난 21일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 중 한국 부문.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UNDP HDI 홈페이지 캡쳐
    ▲ 지난 21일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 중 한국 부문.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UNDP HDI 홈페이지 캡쳐


    지난 22일 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자료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자료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성 불평등 지수(GII)’로, 한국이 세계에서 10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남녀평등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정책연구원은 “UNDP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년 GII에 따르면, 한국은 0.067점으로 세계 10위이며, 2016년 23위에 비해 13계단 올랐다”고 밝혔다.

    ‘성 불평등 지수’는 1에 가까우면 불평등하고 0에 가까우면 평등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UNDP가 발표한 ‘성 불평등 지수’ 1위는 스위스로 0.040, 이어 덴마크 0.041, 네델란드 0.044, 스웨덴 0.048, 아이슬란드 0.051 등 북유럽 국가들이 1위부터 5위까지 휩쓸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이어 싱가포르가 0.068(11위), 일본 0.116(21위), 중국 0.164(37위) 등으로 나타났다. 

    여성정책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한국의 성 불평등 지수가 높게 나타난 것은 신생아 10만 명 당 산모 사망자 수가 11명에 불과하고, 청소년 출산율은 1.6명에 불과한 덕분이라고 한다.

    UNDP가 발표한 ‘성 불평등 지수’는 여성의 생식건강, 여성의 권한, 노동 참여도를 계량화해 측정하는 지수로, 2016년에는 188개국을 대상으로, 2015년에는 15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한다.

    UNDP의 ‘성 불평등 지수’에서 한국이 상위권에 속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언론들과 일부 ‘전체주의 페미니스트’는 “잘못된 통계”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특히 ‘전체주의 페미니스트’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일부 언론은 “2016년 6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의 결과와 너무 다르다”면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성정책연구원 측이 “WEF는 성별 간의 격차만 고려하는 반면 UNDP는 여성 건강과 권한의 수준까지 측정하고, 지수를 산정하는 지표도 달라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지만, 이 발표가 ‘불편’한 사람들은 귀를 닫고 있다.

    ‘전체주의 페미니스트’와 이들에 우호적인 언론들이 내세우는 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는 2016년 6월에 발표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 평등 수준은 144개국 가운데 116번째로 최하위였다.

    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는 국회 입법조사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도 인용돼 “한국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6월 발표한 '젠더격차지수' 순위. ⓒWEF 젠더격차지수 홈페이지 캡쳐
    ▲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6월 발표한 '젠더격차지수' 순위. ⓒWEF 젠더격차지수 홈페이지 캡쳐


    2016년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간행물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젠더 형평성 지수의 국제적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글에서는 WEF의 ‘젠더 격차지수(GGI)’를 인용, 한국이 세계 145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115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글은 한국에서의 여성 경제참여 기회는 125위, 교육적 성취는 102위, 정치적 권한은 101위, 건강과 생존은 79위 등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 ‘젠더 격차지수’ 순위는 2007년 97위에서 2008년 108위로 밀려났고, 이후 계속 100위권 밖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6년 12월 ‘국제 성 평등 지수를 통해 본 성 불평등 실태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젠더 격차지수(GGI)가 0.649로 세계 최하위”라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여성의 경제참여 및 기회에서 123위를 기록, 최하위였다”면서 “남성 대비 여성 노동참여 비율 91위, 유사업무 남녀 임금 차이 125위, 추정소득 차이 120위, 남성 대비 여성 입법부 의원·고위 공무원·관리자 비율 114위, 남성 대비 여성 전문직 비율 92위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공공 부문은 물론 민간 기업들도 여성 우선 고용정책을 적극 실시하고, 국회의원의 최소 3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NDP의 ‘성 불평등 지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전체주의 페미니스트’와 이들에게 우호적인 언론들은 “UNDP와 WEF의 통계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한국이 양성평등사회라는 점을 격렬히 부정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평등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으므로 논외로 하고, 일단 UNDP와 WEF의 통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 UNDP가 발표한 세계 인간개발지수(HDI) 지도. 파란색이 짙을 수록 인간개발지수가 높은, 쉽게 말해 선진국이다. ⓒUNDP HDI 홈페이지 캡쳐
    ▲ UNDP가 발표한 세계 인간개발지수(HDI) 지도. 파란색이 짙을 수록 인간개발지수가 높은, 쉽게 말해 선진국이다. ⓒUNDP HDI 홈페이지 캡쳐


    ‘전체주의 페미니스트’와 좌익 진영, 이들에 우호적인 언론들이 내세우는 WEF의 ‘젠더 격차지수’ 순위를 보면, 20위 안의 상위권에 르완다, 필리핀, 니카라과, 부룬디, 나미비아, 남아공 등이 포함돼 있다. 르완다, 필리핀은 ‘페미니즘 천국’으로 불리는 뉴질랜드보다 순위가 더 높다.

    반면 UNDP의 ‘성 불평등 지수’를 보면, 르완다는 0.383으로 한국의 0.067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필리핀 0.436, 니카라과 0.462, 부룬디 0.474, 나미비아 0.474, 남아공 0.394 등도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왜 이처럼 통계에 큰 차이가 있을까. 이유는 통계 산정 방식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WEF의 ‘젠더 격차지수’는 해당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이나 생활수준, 교육수준(문맹률), 남녀의 보건 현황 등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는 보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각국 남성과 여성이 받는 급여, 교육수준, 보건 현황을 상대적으로 비교한 뒤 그 비율을 토대로 지수를 만든다고 한다.

    즉 한국의 경우 문맹률이 1%미만이고, 대부분의 청소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임에도 한국 남성과 한국 여성의 문맹률을 단순히 상대 비교해 “여성의 문맹률이 남성에 비해 심각하게 높다”는 식의 수치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소득을 비교하는 것 또한 한국에서는 결혼 뒤 자발적으로 전업주부가 되는 비율이 다른 서구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임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느냐 마느냐만 비교해 수치를 산출한다는 것이다.

    반면 UNDP는 매년 세계 인간개발지수(HDI)를 발표하면서, 그 안에 각 국가별 ‘성 불평등 지수’를 포함시킨다. 지수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해당 국가의 발전 수준, 교육률, 자발적 실업 유무 등도 포함시켜, 비교적 현실성이 있게 통계를 도출해 낸다고 한다.

    이 말은 WEF의 통계는,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되기를 원하고, 결혼 때 당연히 남성이 집을 장만해 와야 한다고 보며, 사회생활에서도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은 당연히 남성이 해야 하지만 급여는 남녀가 동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수의 한국 여성들이 보여주는 ‘특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 남성들의 가장 큰 불만은 ‘여자가 어디 감히’와 같은 중세적 발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남자니까’라는 명목 아래 강제로 의무만 지우고, 사회적 지위 등으로 보면 남성이 약자일 때라도 어떤 문제가 생기면 ‘강자’로 둔갑시켜 피해를 보게 만드는 현실이다.

    이는 ‘전체주의 페미니스트’들이 남녀를 성별이 다르다고 보지 않고, 남성을 '여성 계급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지배계급'으로 간주, 여성을 '해방의 대상'으로 보는 이데올로기를 따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체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남녀 간의 공정한 경쟁이나 합리적인 대우보다는 '여성우월주의'를 앞세워 남성성 자체를 야만적이고 미개한 것으로 비하한다.  

    이런 ‘전체주의 페미니스트’와 이에 동조하는 언론 입장에서 한국 남성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양성 평등’을 내세워 남성을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는 WEF의 ‘젠더 격차지수’만큼 좋은 ‘무기’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