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층 이상 아파트, 엘리베이터 작동 안하고 수돗물 안 나와 일상생활 불가능
  • 평양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찾은 김정은과 일당들. 저 아파트 높은 곳에 살려면 걸어다닐 각오를 해야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양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찾은 김정은과 일당들. 저 아파트 높은 곳에 살려면 걸어다닐 각오를 해야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에서는 고층 아파트의 맨 위층이 가장 비싼 편이다. 층간 소음 걱정도 거의 없고 전망도 좋은데다 사생활 보장도 잘 되기 때문이다.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나 삼성동 아이파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를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등에서도 초고층 아파트의 맨 위층은 다른 층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북한 평양에서 초고층 아파트의 맨 위층은 ‘펜트하우스’가 아니라 ‘꽃제비’들의 아지트라고 한다. 주민들이 입주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2일 “겉보기에는 화려한 평양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속 빈 강정이라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중국인 사업가는 일 때문에 평양에 오래 머물고 있는데 평양의 초고층 아파트 가운데 20층 이상의 고층은 입주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빈집 상태라고 전했다고 한다. 

    이 사업가는 “평양 초고층 아파트가 겉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엘리베이터 운행도 제대로 되지 않아 살기 어렵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이 사업가는 “김정은이 고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운행을 위한 전력을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출퇴근 시간에만 잠깐 운행하지만, 이마저도 툭하면 멈춰서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더 큰 문제는 평양 고층 아파트에는 수돗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즉 평양 고층 아파트에 살려면,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처럼 걸어서 물을 길어 수십개 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업가는 “북한이 자랑하는 45층, 53층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도 운행하지 않고 수돗물도 안 나오는데 어떻게 사람이 사느냐”면서 “이 때문에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는 오갈 데 없는 꽃제비들이 몰래 들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양 출신 탈북자도 고층 아파트 대부분이 비어 있으며, 이들을 잡으려는 단속 보안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이 탈북자는 “아파트 꼭대기 층에 숨어든 꽃제비들은 단속 보안원들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잘 잡히지도 않는다”며 “설사 꽃제비 몇 명을 붙잡는다고 해도 처리하는데 골치가 아파 단속 보안원들 또한 단속하는 시늉만 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탈북자는 평양 고층아파트의 속사정을 전한 뒤 “현재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여명거리 초고층 아파트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라 완공된 뒤에도 입주자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명거리의 초고층 아파트 최상층도 결국에는 다른 곳처럼 꽃제비 차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과거 105층 높이의 류경호텔 공사가 중단된 뒤 방치되었을 때도 상층부에 꽃제비들이 우글거렸다고 한다.

    김정은이 평양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다며 선전할 때부터 국내외 북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완공 이후 전력 및 상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결국 전문가들의 전망대로 김정은이 업적이라고 자랑하는 평양 초고층 아파트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