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문재인은 운명적 관계… 몰랐다는건 국민이 납득 못해"
  • 자유한국당의 대권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5일 강원도 강릉 정동진의 밀레니엄 모래시계를 찾아, 지지자들과 함께 사회정의를 바로세울 것을 다짐하고 있다. ⓒ강릉(강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의 대권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5일 강원도 강릉 정동진의 밀레니엄 모래시계를 찾아, 지지자들과 함께 사회정의를 바로세울 것을 다짐하고 있다. ⓒ강릉(강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밀레니엄 모래시계'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460만 달러 수수 의혹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반드시 밝혀내 사회정의를 바로세워야 한다고 엄숙히 다짐했다.

    한국당 홍준표 지사는 25일 강원도 강릉 정동진역 인근에 있는 '밀레니엄 모래시계'를 둘러본 뒤, 취재진과 오찬간담회를 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을 당시, 문재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돈을 받았을 당시 비서실장의 역할은 무엇이었느냐"고 추궁했다.

    이날 홍준표 지사가 언급한 '박연차 게이트'는 정권의 운명을 끝장내고 전직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만든 노무현정권 최후·최악의 뇌물 게이트였다.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에 따르면, 박연차 회장은 500만 달러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관여하는 회사에 투자 명목으로 입금했다. 또, 40만 달러는 별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가 미국 뉴욕의 허드슨강변 저택을 구입하는데 지급했다.

    이것만 해도 친인척 관리 실패로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던 문재인 전 대표의 책임이 가볍지 않은데,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나머지 100만 달러라는 것이다. 이 100만 달러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이었던 정상문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직접 수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열거한 홍준표 지사는 "640만 달러를 가져갈 때 총무비서관까지 동원했다"며 "총무비서관을 지휘·통제하는 게 비서실장인데, 문재인 비서실장이 그 때 무슨 역할을 했는지 본인의 입으로 밝혀야 한다"고 추궁했다.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스스로 '검찰의 전설'을 자처한 홍준표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의 관계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빗대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박영수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경제공동체로 지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의 관계도 그와 다르지 않다면서, 그렇다면 '박연차 게이트'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무엇이 되느냐고 전성기 때의 실력을 발휘해 추궁에 들어간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은 문재인 후보가 말하듯이 운명적인 관계이고 형제 이상으로 친한 관계"라며 "대통령이 640만 달러를 받을 때 몰랐다는 것은, 최순실이 돈 받은 것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 자유한국당의 대권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5일 강원도 강릉 정동진의 밀레니엄 모래시계를 둘러본 직후 현장을 떠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지사는 박연차 게이트에서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맡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것은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생각해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강릉(강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의 대권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5일 강원도 강릉 정동진의 밀레니엄 모래시계를 둘러본 직후 현장을 떠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지사는 박연차 게이트에서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맡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것은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생각해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강릉(강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면서 "두 사람 관계가 운명적·동지적 관계라고 (문재인 전 대표가) 스스로 말하지 않았느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돈이 필요해서 염출하는데 의논을 하지 않고 혼자 했겠는가"라고 몰아붙였다.

    당시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아내가 받았다"는 소명이 이뤄진 적이 있다. 이처럼 권양숙 여사가 받았으니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재인 전 대표도 무관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홍준표 지사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니 "각시가 하는 걸 신랑이 몰랐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며 "매일 같이 자고 밥먹고 이야기하는 각시가 하는 걸 신랑이 몰랐다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일축했다.

    나아가 "내가 오늘(25일) 여기 온 것은 사회정의를 바로세우자는 것"이라며 "대선 기간이 짧아 검증할 시간이 없고, 국민들이 잊어버렸을테니 속여보겠다는 것은 날치기로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뜻"이라고 공박했다.

    홍준표 지사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적폐청산'이라는 말을 삼가기 시작한 것도, 자신이 '바다이야기 의혹'이나 '박연차 게이트' 등 노무현정권의 적폐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의 영향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날 "내가 한마디 하니까 당장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사라졌더라"며 "어제(24일 문재인 전 대표의) 출마선언문에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있던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날 홍준표 지사가 멀리 강원도 영동(嶺東)까지 가서 '밀레니엄 모래시계' 앞에 선 것은, SBS드라마 '모래시계'의 모델이 된 '모래시계 검사' 출신으로, 노무현정권 시절 '박연차 게이트' 등 온갖 적폐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적폐청산"을 입에 올리는 문재인 전 대표와 뚜렷이 각을 세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동해선 정동진역은 실제로 폐광(廢鑛) 이후 여객이 줄어 한때 폐역까지 검토되다가, 홍준표 지사가 모델인 SBS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된 이후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밀레니엄 모래시계'와 '고현정 소나무'가 정동진역에 설치된 것은 이 때문이다.

    재선 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서울 동대문구 당원들과 함께 일출과 모래시계를 보러온 지 15년 만에 다시 찾았다는 홍준표 지사는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이후 홍준표 지사는 "(박연차 게이트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역할을 밝히지 않겠다는 것은) 사회정의에 반한다"며 "모래시계공원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그 말을 하려고 여기에 왔다"고 자신의 방문 목적을 재차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