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논란, 부족한 소통, 모호한 정책 등 비슷한 지점에서 비판 받는 두 사람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그는 현재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그는 현재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장미 대선이 시작됐다. 급작스러운 대선 소식에 후보들이 난립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한 뒤, 수년간 칼을 갈아왔다.

    흉보면서 닮는다고 했을까.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4년간 박 전 대통령 비판에 전력을 쏟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그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문그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박그네'를 합친 말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행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목소리다.

    ◆ 아버지 따라, 친구 따라… 청와대 생활과 아픔

    두 사람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로 들어왔다. 그는 22세부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으며 청와대 생활을 해나갔다.

    다른 사람에게 있어 청와대 생활은 명예로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와대 생활은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부모 모두를 잃었고 이후에는 길고 긴 은둔생활을 해야 했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대통령이 되기 전에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지만 굴곡진 역사를 지나야 했다. 문 전 대표는 부산에서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돼 청와대 문턱을 넘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아래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두루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다만 그사이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헌정사상 첫 탄핵 소추를 받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고, 이후 2009년에는 박연차 게이트에서 시작된 수사로 인한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같은 배경은 두 사람이 이후 재기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치인으로,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치인으로 대중에 각인됐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인해 청와대 생활을 어렸을때부터 시작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인해 청와대 생활을 어렸을때부터 시작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이, 그리고 사람이 먼저! 하지만 가족과 측근 논란도…

    두 사람에게 독특한 특권의식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박 전 대통령이 측근을 먼저 챙기는데 애썼다는 논란이 있다면, 문 전 대표는 아들을 둘러싼 논란이 4년째 거듭되고 있다.

    먼저 측근 최순실 파문으로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은 평소 부패와 선을 긋는 완고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임기 내내 비선실세 논란에 시달렸다. 특히 최순실 사태에 접어들어 "최순실 씨는 제가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1차 대국민 사과)"이라는 말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몰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30% 콘크리트 지지율로 유지되던 지지자들은 이날 발표로 기대감이 급락했다. 몇 주간 폭락한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고, 탄핵이 인용돼 파면될 때까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도 가족과 비선실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불거진 아들 부정취업 논란은 아직까지 계속 제기되는 의혹이다. 문재인 캠프 측은 "아들 취업 문제에 부정-비리가 있었다면 밝혀졌을 것인데, 그런 사실이 없는 걸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입사지원서에 귀걸이를 한 채 점퍼 차림의 사진을 제출한 점 ▲서류 제출 기한을 5일이나 넘겨서 제출한 점 ▲ 동영상 전문가를 뽑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소개서에 동영상 전문가임을 10여 차례나 강조한 점 ▲야당의 주장과 달리 하급직이 아니라 공기업 5급 직에 해당하는 일반직이었다는 점 등이 밝혀지며 문제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4일 "문재인 아들의 특혜 의혹은 국정농단 수준"이라며 청문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비선실세 논란도 문재인 전 대표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인방' 논란이 있었던 것 처럼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3철 비선 실세' 의혹이 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오래 전부터 거론된다. 문재인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직을 맡은 송영길 의원이 "비선이니 3철이니 이런 말이 없도록 하겠다"고 할 정도다.

  •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아들 취업 특혜 의혹'과 '비선실세 의혹'을 모두 받고 있다. 두 의혹 모두 이미 4년 전에 제기됐던 내용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아들 취업 특혜 의혹'과 '비선실세 의혹'을 모두 받고 있다. 두 의혹 모두 이미 4년 전에 제기됐던 내용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소통보다 고소… 비판에 약해

    일련의 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방식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의견이 다른 정치세력들에 대한 설득이나 협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친박계나 친문계 모두 '패권주의' 비판을 달고 사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 제기가 불거질 때마다 특유의 '레이저' 눈빛으로 사태를 풀어나갔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고소왕'이란 불미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부산저축은행 의혹을 제기했던 이종혁 의원, 세월호를 둘러싼 민간기업 빚 탕감 의혹을 제기한 하태경 의원 등을 고소했다는 점을 지적한 비판이다. 최근에는 '치매설'을 유포하는 네티즌을 상대로 경찰 수사의뢰를 해 물의를 빚었다.

    친박과 친문 패권주의는 두 사람의 정치 이력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시작된 진박 프레임은 '감별사' '도장런' 등 독특한 현상을 일으켰고, 결국 새누리당은 유리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유승민 등은 탈당 후 바른정당을 꾸려갔고, 박근혜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던 진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갔다.

    문재인을 둘러싼 친문 패권주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금까지 손학규, 김한길, 박지원, 안철수 등 모두 당을 떠났다"며 "문재인 리더십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문 전 대표를 결사옹위하는 세력들의 행동도 비판 대상이다. 5.8 '공갈 막말' 사태 등 계속된 패권주의에 주승용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의 마음이 떴고, '투톱'이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26일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가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가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강한 정치적 스탠스에 비해 모호한 정책들

    정치적 스탠스는 뚜렷하지만, 정책에서는 모호하다는 점도 두 사람의 닮은 점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확실한 진보·좌파의 색채를 내지만 정책에서는 모호하다는 평을 받는다. 문 전 대표는 안보관을 묻는 말인 '사드 배치'문제에 대해서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하자"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문 전 대표가 하려는 경제 정책 역시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일자리 ▲노동시간 ▲최저임금 ▲복지정책 ▲경제민주화 ▲7대 가계부채 공약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관련 대책의 세부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 일자리 공약의 경우 공공부문이 대부분임에도 재원 마련에 대한 부분이 부실하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혔다. 색채는 선명한데,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통진당 해산',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뚜렷한 정치적 스탠스를 보여줬지만, 정책적 방향은 그렇지 못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임기중 담뱃세를 올리는 '사실상의 서민 증세'를 단행해 비판받았다. 임기 내내 '창조경제가 대체 뭐냐'는 질문이 계속됐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정의내려지지 못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선명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의문이 제기되는 구간이 됐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구도가 계속되면 말로가 좋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야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는 이날 정동진에서 취재진을 만나 "적폐는 10년 전 노무현 정부가 훨씬 클 것"이라면서도 "내가 안고 있는 우파 적폐도 있다. 전부 넣고 세탁기에 넣고 돌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