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 본 북한 주민들 “한국 부러워”
  •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큰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종편 프로그램 '이제 만날 갑니다'의 한 장면. ⓒ채널A 관련 프로그램 영상캡쳐
    ▲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큰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종편 프로그램 '이제 만날 갑니다'의 한 장면. ⓒ채널A 관련 프로그램 영상캡쳐


    북한에서 한국 영화·드라마가 인기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 상당수가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6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 TV예능 프로그램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들은 “당국에서 내리는 수많은 ‘과제’들에 지친 주민들이 한국 예능 프로그램 속의 예측을 불허하는 재미있는 게임, 웃긴 상황 등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예능 프로그램 제목과 출연배우들 이름이 주민들 사이에 알려지고, 일부 젊은이들은 출연자들 흉내를 내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예능 프로그램은 ‘무한도전’과 ‘1박2일’, ‘런닝맨’이라고 한다.

    종편 방송에서 방영하는 ‘나는 자연인이다’와 탈북 여성들이 나오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경우에는 사법기관 종사자와 보위성 간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예전에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인기가 높았지만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이 더 인기가 높다”면서 “노동당 선전 일색인 북한 영화나 다큐멘터리와 달리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한국 사람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줘 북한 주민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USB나 SD카드에 저장된 상태로 입수해 ‘노트텔(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기)’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일부 노동당 간부나 무역일꾼의 경우에는 미국제 ‘아이폰’으로 시청하기도 한다고.

    이 소식통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정치성을 강하지 않아 간부들과 젊은 청년층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중국을 오가는 무역회사 간부들이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많이 들여오는 것 같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이 프로그램을 본 뒤 재능과 끼만 있으면, 출신성분이나 외모에 관계없이 인기배우로 인정받는 한국 사회에 큰 동경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은 전국 곳곳을 찾아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환경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한국의 사회제도를 부러워한다는 설명이었다.

    탈북여성들이 출연하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지금까지 “탈북자들이 남조선에서 최악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탈북한 여성들이 나와서 활기차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의 이야기는 1970년대 서독과 동독이 서로 TV프로그램 교차 송출을 합의한 뒤 동독 공산당의 의도와 달리 주민들은 서독에서의 자유로운 생활과 풍족한 환경 등을 부러워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는, 한국이 만든 뉴스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또한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외부정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