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불의에 대핸선 분노도 안하나?"
  • 지난 1백여년간의 국제정치와 대한민국 근대 정치사의 흐름을 일별해 볼 때, 얼마전 벌어진 더불어민주당 대선예비후보 문재인씨와 안희정씨의 [분노] 논쟁은 실로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게 만든다.

    문재인씨는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세운다”는 데 의믜를 부여했다.
    안희정씨는 “분노는 피바람을 부를 수 밖에 없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두사람 말 모두 일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이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고 그 당시 종북-친중정책의 핵심에 있었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1백년전 러시아에서 볼쉐비키 혁명을 일으킨 원동력은 노동자-농민계급을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혁명세력의 챠르 왕조체제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에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대 공산당
    서기장 블라디미르 레닌, 그리고 그를 이어 31년간이나 공산당 서기장으로 재직한 조세프 스탈린 시대에 수천만명 백성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음은 이미 역사적 사실로 밝혀져 있다. 
    공산당 초기에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군중들의 분노와 적개심을 빌려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들을 숙청-배제-살해하였지만, 공산당 절대권력이 확립된 후에는 모든 사람들이 통치자 임의대로 운명이 결정되는 참혹한 시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중국의 모택동 시대는 어떠했는가?
    모택동이 1949년  중화인민
    공화국을 세운 이후 그가 사망한 1976년까지 대약진운동이다 문화혁명이다 하여 무수한 인민들을 살상한 사실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시대가 되었다.
    4천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억울한 혼귀들도
    대부분의 경우 당국이 주도한 분노와 적개심의 희생 제물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홍위병 운동으로 알려진 군중 시위에서는 청년학생들이 유소기(劉少奇) 현직 국가주석을 포승줄로 묶어 북경시내를 끌고다닌 후 투옥시켜 비참한 최후를 맞게 하기도 했다.

    김일성은 어떠했는가? 
    김일성은 스탈린과 모택동의 수제자격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스탈린의 소비에트 체제를 그대로 이식한 것이며, 소비에트 프롤레타리아 독재체제를 그대로 모방하였다.
    당연히 김일성체제는 지주-자본가-친일파-지식인계급에 대한 무산계층의 적개심과 분노를 분출시켜 정권을 안착시키는데 성공한  케이스다.  

    이와 같이 공산주의 체제는 분노와 적개심으로 확립되고 유지되는 독특한 체제이다.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체제가 지탱될 수 있는 것도 예컨대, 미제국주의자들과 자본주의자들 그리고 [미국의 식민지 남조선]
    친일세력에 대한 끊임 없는 분노와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것을 일상화시킴으로서 가능한 것이다.

    이런 나라들은 권력독점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 어떻게 하면 백성들에게 분노와 적개심, 증오의 대상을 항상 공급할 수 있을까 궁리하는 것이 정권의 최대의 과제다.
    이를 위한 전문가 그룹을 양성하는 것 역시,
    체재의 급선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의 586세대를 중심으로 지난 80년대에
    주사파 또는 NL, PD라고 불렸던 일단의 정치인들이 대한민국 요로 핵심적 위치에서 다각도의 정치공학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은
    역설적으로 1백년전에 시작되어 최근 김일성 3대 세습에 이르기까지 마르고 닳토록 써먹은 케케 낡은 수법을 그대로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 참수대, 삼성동에 나타난
    이재용 삼성 부회장 길러틴, 아직 유죄판결도 나지 않은 피고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저질 패러디, 순수한 애국심으로 등장한 태극기 집회에 대한 중상모략 등등….

    그런데 이들이 증폭시키는 분노는, 과연 그 대상이 정당한 것인가?
    우리는 그동안 분노와 저주의 굿판을 여러 번 보아 왔다. 
    이명박 정부 시대의 광우병 난동, 해난사고가 마치 정부 책임인양 분노와 저주로 도배질하는 세월호 굿판, 암에 걸린다며 방어용 레이더 배치까지도 분노의 대상으로 몰고 가려는 비과학적 사드 반대 선동 등,

    이 모든 것들을 뜯어보면 그 저주와 분노의 대상은 결국은 대한민국 정부요 대한민국 체제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현 체제는 무너져야 하고 전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다름 아닌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정당한 것인가?

    그들의 시각은 거꾸로 되어 있다.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저 북한의 김정은 집단, 2400만명 동포를
    노예로 만들고 이들을 인질화 하여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인권말살 체제를 계속하고 있는 저 집단에 대한 분노는 찾아 볼 수가 없다.

    하기야  모택동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제자들이 논쟁하는 것이니까 어느누구를 편들 수는 없지만,  4.19 의거에 참여 했던 필자로서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부상당한 학생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해 학생들을 위로한 말이다. 

    “불의를 보고도 일어나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지, 젊은이들이 장하다.“

    이승만 대통령이 천국에서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으까?

    “저 김정은 체제의 불의와 사악한 행동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지.”


    이재춘 전 주러시아대사/현 북한인권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