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朴 척결 이후 보수후보 단일화 나설 듯… 데드라인은 미정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원내 주요 4당의 유력 대권주자 중 처음으로 공식 후보의 테이프를 끊었다.

    유승민 의원은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후보자선출대회에서 62.9%의 득표율로 37.1%에 그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31일,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3일, 국민의당은 내달 4일에야 대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은 주요 대권주자 중에서 처음으로 당의 공식 후보 자리에 오르는 셈이 됐다.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당은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게 상례다.

    특히 바른정당은 지난 10일 정병국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지도부가 전격 총사퇴한 직후, 선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함이 없이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맡아왔기 때문에, 선대위 체제로 조속히 전환하면서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당이 움직이게 될 전망이다.

    5월 9일 대선까지는 불과 42일이 남은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합종연횡(合從連衡) 등 선거연대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이 때문에 "선거연대를 우파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권을 고스란히 (문재인 전 대표에게) 바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출입기자단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단 '후보 단일화'에 거리를 뒀다.

    '단일화'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유승민 의원은 "단일화라는 것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문제라서, 바른정당의 후보로서 단일화에만 목을 매고 쳐다보고 있을 생각은 전혀 없다"며 "단일화하려고 출마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는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단일화'에만 매몰될 경우, 지지율 반등의 추동력을 잃게 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취한 자세로 해석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 스스로가 "그동안 우리 바른정당 자체 내에 좋은 후보가 많이 있는데도, 자꾸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던 게 문제가 있었다"며 "지금은 후보가 정해졌기 때문에 일심동체가 돼서 우리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단언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따라서 이날 '단일화'에 거리를 둔 것을 전략적인 포지셔닝으로 해석하면, 일단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됨에 따라, 한국당과의 보수후보 단일화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관측이 많다. 유승민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남경필 지사로부터 맹폭당하면서도 보수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꿋꿋이 견지했다.

    오는 31일 한국당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결 과제는 한국당 내에 잔류하고 있는 '강성 친박'의 척결인데, 유승민 의원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식적으로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서 호가호위하면서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 보수를 지금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사람들은 당연히 인적 청산이 돼야 한다"고 분명히 조건을 내걸은 만큼, 공은 선출될 한국당 후보에게로 넘어갔다.

    한국당 후보 또한 본선 승리를 염두에 둔다면 '썩은 살'에 해당하는 진박(眞朴)을 도려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선결 조건만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되면 이후 후보단일화의 관건은 시기와 방법이다.

  •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사진 가운데)과 경쟁 상대였던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사진 가운데)과 경쟁 상대였던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안철수 전 대표와의 3단계 단일화까지 염두에 둔다면, 2단계 단일화에 해당하는 보수후보 단일화는 가급적 빨리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본선에서 많이 나와봤자 최대 43%를 득표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반문(반문재인) 단일화의 시점을 4월 15일로 제시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스케쥴대로라면, 오는 31일 한국당 대선 후보가 선출된 뒤 1주일 내에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보수 후보 단일화를 하고, 다시 이후 1주일 동안 단일화한 보수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가 재차 단일화를 해야 된다.

    하지만 역선택의 방지와 공정성 보장 등 단일화 협상에 따르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고려하면 정치적으로 무리한 스케쥴이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재외국민 투표용지 인쇄가 내달 23일에 이뤄지고. 30일에는 본 선거의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된다. 5월 4일에는 사상 최초로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이처럼 몇 차례의 데드라인이 있는데, 끝의 끝까지 가는 '벼랑끝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정당 핵심 당직 의원은 "협상이 난항을 겪을수록 단일화해서 문재인 전 대표로의 패권교체를 막으라는 국민의 명령이 거세질 것"이라며 "서로가 완전히 만족하는 협상은 결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협상 과정에서의 암초는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넘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유승민 의원도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에 대한 첫 번째 기준은 국민의 요구와 명령이 얼마나 강하느냐가 될 것"이라며 "날짜(데드라인)를 정하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유승민 의원 스스로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첫 번째 과제'라고 언명했듯이, 후보 선출 이후의 지지율 변화 추이가 향후 이뤄질 다양한 연대 논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지사와의 단순한 지지율 합계를 넘어서, 컨벤션 효과와 시너지 효과가 발휘돼 5%의 벽을 돌파해야 연대 논의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지금과 같은 3%대 지지율로는 사실상 단일화 협상의 객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냉정한 진단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전망이 반드시 밝지만은 않다. 바른정당의 정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유승민 의원 본인의 지지율도 오랫동안 정체 국면에 빠져 있다.

    유승민 의원도 기자간담회에서 "광고 카피 중에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고…' 그런 게 있더라"며 "소위 진박들이 내게 씌워놓은 올가미가 너무 질겨서 그동안 고전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후보자 선출대회에서도 당 지지율 하락세는 체감이 가능할 정도였다. 이날 후보자 선출대회가 열린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은 지난 1월 24일 중앙당 창당대회가 치러졌던 곳과 같은 장소였다. 그러나 열기는 영 딴판이었다.

    중앙당 창당대회 당시에는 1층에 깔아놨던 좌석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2층 객석도 거의 채워졌다. 반면 이날 후보자 선출대회는 2층 객석이 거의 전부 비었고, 1층 좌석에서도 빈 공간이 쉽게 눈에 띌 정도였다.

    보수정당의 험지(險地)인 호남 권역을 보면, 중앙당 창당대회 때는 호남 권역 당원들이 대거 참석했다가 호남권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이 선출되지 않자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이 있었지만, 이날은 그런 소란이 되레 그리울 지경이었다. 이날 2층 중앙객석의 호남 당원 좌석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승민 후보가 오는 31일에 발표될 한국갤럽 여론조사나 내주 초에 발표될 리얼미터 정례여론조사 등에서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여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단일화 논의에 수동적으로 끌려들어가거나, 원치 않는 단독 완주를 해야 할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