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주필 "정치권에서 나에 대해 굉장한 불만 표시"

문재인 "언론개혁!" 외치자, 정규재 '숙청'..우파 블랙리스트 가동?

보수 성향 언론인 정규재, 한경 주필 자리서 물러나
보수 만화가 윤서인, 조선일보·자유경제원 웹툰 연재 끊겨

조광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3.29 18: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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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째 '기자'라는 한 우물을 파 온 조광형 기자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거쳐 현재는 연예·방송 전문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뉴데일리 지면은 물론, 지상파 방송과 종편 등에서 매주 연예가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남보다 한 발 앞선 보도와, 깊이 있는 뉴스 전달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최근 보수 성향의 언론 종사자들이 잇따라 현직에서 물러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언론계에 역으로 '우파 블랙리스트'가 나도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일 먼저 자리에서 물러난 보수언론인은 '정치 비평가'로 이름을 날리던 김진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 김 전 위원은 지난해 11월 "자진 퇴사는 아니며 회사의 결정에 따라 나오게 됐다"며 사실상 '강제 퇴사'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김 전 위원이 옷을 벗은 시기는 중앙일보 계열사 JTBC에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인 직후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강직한 발언으로 좌파 진영의 눈총을 받아온 김 전 위원이 '좌파의 아이콘' 진중권 교수와 연거푸 충돌을 빚자 고위층에서 곧바로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번째로 불이익을 당한 언론인은 권순활 동아일보 전 논설위원이다. 동아일보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언론인으로 보수주의 시각에서 주로 국내 정치·경제 현안을 분석하는 날카로운 글들을 써왔다.

지난해 말 자진 퇴사한 것으로 알려진 권 전 위원은 갑작스러운 퇴직 결정이 어떤 요인(사건)에 의한 것임을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권 전 위원은 지난 1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서 마지막으로 쓴 칼럼은 작년 12월 28일자 '멀어지는 경제 극일의 꿈'이란 제목의 글이었다"며 "그 때만 해도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하리라는 생각은 없던 때였다"고 밝혀 김 전 위원과 마찬가지로 모종의 외압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언론인은 아니지만 조선일보에서 시사만평을 그려온 만화가 윤서인 작가도 비슷한 불이익을 당했다. 윤 작가는 지난해 11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에 해오던 朝이라이드 연재가 끝났다"며 "제 발로 나오긴 했는데 매우 답답하고 서운하게 나왔다"는 심경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윤 작가는 같은날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처음 조이라이드를 '프리미엄조선'에 연재할 땐 조선일보 측의 적극적인 지지와 호응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소홀한 기색이 느껴졌다"며 "최근 내 쪽에서 먼저 연재 중단 의사를 내비쳤고 조선일보 측은 그럼 그렇게 하시라는 쿨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내 발로 나오게 됐다"고 부연설명한 바 있다.

앞서 거론한 이들처럼 직접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상 조선일보 측에서 '결별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대선 정국으로 들어선 최근엔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고배를 마셨다.

최순실 게이트가 발발한 이후 국내 언론사 중 최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해 화제를 모았던 정 주필은 지난 28일 자신이 운영하는 정규재TV를 통해 "외부 정치권에서 회사 안팎으로 적지 않은 압력이 있었고, 그 쪽에 있는 정치권에서 굉장한 불만을 표시해 '주필' 자리를 내놓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 등이 아주 '점잖게' 외압의 존재를 암시했다면, 정 주필은 평소 성격대로, '대놓고' 정치적 외압을 받았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정 주필은 같은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도 "주필 자리는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다만 임원 임기가 남아있는 만큼, 상임 논설고문 등을 맡게 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정 주필은 본인이 사임을 먼저 표명했는지에 대한 질문엔 "미디어오늘이 그렇게 조지는데 그만두지 않을 수 있겠나. 대한민국 언론이 다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지 않았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주필과 함께 유근석 한국경제 편집국장도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유근석 국장도 편집국장을 이임한다고 사내에 구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내 일각에선 김기웅 한국경제 사장이 연임을 위해 정 주필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는 설을 전하기도 했다.

류 전 주필은 조선일보 계열사인 TV조선에서 내침을 당했다. 류 전 주필은 지난 26일 '내가 TV조선 출연을 멈추게 된 사연'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자신이 출연 정지를 당하게 된 배경을 소상히 밝혔다.

류 전 주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류 전 주필이 ▲야당 측을 근거 없이 조롱하고 희화화했고 ▲특정 정파를 1980년대 이래의 386 NL 운동권 출신이라고 근거 없는 단정을 지었으며 ▲북한 측 인사를 '회자수'라고 부르는 등 방송 용어에 쓸 수 없는 단어를 썼다는 민원이 제기돼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해 '권고'나 '의견 제시'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류 전 주필은 "결국 방통심의위의 '의견 제시'와 '권고'는 자신의 '출연 하차'로 귀결됐다"며 "이 결말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여기진 않지만, ▲언론인이 정당 내부의 험한 싸움과 욕설급 '험구'를 '막말' '궤변'이라고 하는 게 정말 근거 없는 조롱인지, ▲야당 특정 계파의 주류 급 인사들이 왕년의 386 운동권 출신들이라고 말하는 게 과연 근거 없는 소리인지 궁금한 점은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 김 전 위원과 권 전 위원이 사실상 '강제 퇴사'를 하고, 올해 정규재 주필과 유근석 국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직전에 '거물급 야당 인사'의 강도 높은 질책이 있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26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 현장에서 "가짜 보수 정치세력도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야 한다"면서 "반칙특권을 일삼고 국정을 사사롭게 운영한 이들을 횃불로 불태워 버리자"는 극단적인 말을 퍼부었다.

일주일 전 집회에서도 "사이비 보수 세력을 몰아내자"고 주장했던 문 전 대표는 또 다시 공개석상에서 '보수세력 심판론'을 꺼내들며 시민들에게 '보수 섬멸(保守 殲滅)'이라는 확고부동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올해는 어떤가. 지난 21일 자정 전후로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한 문 전 대표는 사회자의 만류에도 불구 약 3분여간 MBC의 사장 선임 문제와 보도 행태를 거론하며 MBC를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취지의 '메가톤급 비판'을 쏟아냈다.

들어올 때 우리 MBC 해직 기자들이 피케팅하는 앞을 지나 들어오면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적폐청산을 말하고 있는데, 적폐청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언론 적폐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공영방송이라도 제 역할을 했더라면 이렇게 대통령이 탄핵되고, 아주 중요한 범죄의 피의자로 소환돼 구속되니 마니 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공영방송들이 그렇게 다 망가졌는데, 박용찬 논설실장님 앞에서 말씀드리기가 미안하지만 MBC도 심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아주 자랑스러웠던 MBC는 어디 갔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언론의 자유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직 언론인들은 지난 번 대선 때 전원 복직을 약속했는데 아직도 길거리에 떠돌고 있습니다. 소송에선 승소했지만, 회사 쪽에선 아직도 복직을 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탄핵 정국 속에서 후임 사장 인사를 강행했고, 탄핵 반대 집회를 찬양하고, 탄핵 다큐멘터리 방영을 취소하고, 제작했던 기자와 피디들을 유배시키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언론 자유와 공공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촉구합니다. 나아가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지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문 전 대표가 '보수(언론)'의 행태를 문제 삼을 때마다 정치 상황에 민감한 언론계가 먼저 반응하고 나섰다.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보수 언론'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들이 차례로 낙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원로 언론 인사는 "3대 중앙일간지가 모두 보수에서 등을 돌린 까닭에 '보수일념'으로 살아온 언론인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흩어지지 말고 한데 결집해 응전(應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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