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게 입다물고 사는 분들 많아"… '숨은 지지층' 입증해보일 수 있을까
  •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인 유승민 후보와 김무성 선거대책위원장,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뭔가를 논의하며 함께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인 유승민 후보와 김무성 선거대책위원장,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뭔가를 논의하며 함께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선까지 불과 41일을 남겨둔 가운데 정치적 근거지에서 고전을 이어가고 있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과연 국회의원 재선거라는 전장(戰場)에서 결연한 배수진으로 임할 수 있을까.

    바른정당 정운천 전 최고위원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상주(·군위·의성·청송 재)선거를 어떻게든 유의미한 선거로 만들어야, 그 단계를 뛰어넘어 5월 9일에 에너지를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의원·보좌관·비서를 총동원해 성과를 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전북 출신인 정운천 전 최고위원은 보수정당의 험지(險地) 중의 험지인 이 권역에서 7년간 악전고투한 끝에 당선됐다. 그 자신도 이날 "전주에 내려갔을 때 지지율이 5%였는데, (국회의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향이지만 당색(黨色) 때문에 어려운 선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남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정운천 전 최고위원이 마찬가지로 고향인 대구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고전하고 있는 유승민 후보를 위해 과감한 배수진(背水陣)을 치자는 계책을 낸 것이다.

    전날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유승민 후보의 최대 약점은 고향에서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 후보들은 이 점을 아낌없이 조롱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승민 의원은 TK가 본거지인데도 왜 뜨지 않느냐"며 "TK 정서는 살인범은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뜨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후보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전날 대선 후보 선출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대구는 괴롭게 입다물고 사는 분들이 많다"며 "여론조사 숫자는 신빙성 있게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날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회창 전 총리가 "참 안됐다고 생각이 드는 게 어쩌다 고향에서 혼이 나고 있느냐"며 "TK에서 서운한 경우를 느낄 때가 있겠지만 결국은 돌아올 것"이라고 덕담하자, 다시금 "많은 분들이 입을 다물고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재차 말했다.

    요컨데 '숨은 지지표'가 고향인 TK에 존재한다는 주장인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선거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일부러 선거를 만들어서라도 치러야 할 판인데 마침 내달 12일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국회의원 재선거가 열리다보니 여기에 '올인'하자는 게 정운천 전 최고위원의 계책이다.

    제안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의원실 보좌관·비서관을 총동원하자는 것이지만, 이들이 총동원되는 마당에 대선 후보가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유승민 후보로 하여금 앞장서서 고향 권역에서의 재선거에 전력투구를 해보라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대선 후보의 전력투구는, 결국 고향 출신으로 대선 후보가 된 '큰 인물'인 유승민 후보를 '죽일 것이냐, 살려서 크게 쓸 것이냐'를 결정해달라는 말이 된다. 대구·경북이 지난해 4·13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부겸 의원을 '대선에 나가 대통령이 돼라'며 4선 의원으로 만들어준 것을 생각하면, 한 번 해볼만한 강행돌파라는 지적도 있다.

    재선거 결과 '입을 다물고 괴로워하는 분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와 바른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 설령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상당히 유의미한 득표율이 나타난다면 유승민 후보의 주장이 입증되는 셈이다.

    '숨은 지지표'가 있다는 게 입증되면 향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상당한 추동력을 받게 된다. "유의미한 선거로 만들어야, 5월 9일에 에너지를 만든다"는 정운천 전 최고위원의 주장은 이를 가리킨다.

    하지만 일각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배수진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당의 공식 대선 후보인 유승민 후보가 고향에서의 재선거에 '올인'하다가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내달 12일 재선거까지 불과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역 어르신들의 '배신자' 이미지가 상당히 뿌리깊기 때문에 단기간의 선거운동으로 누그러뜨리기가 어렵다"며 "대선 기간 중에 열릴 TV토론회 등을 통해 천천히 고향에서의 지지율 상승을 도모하는 게 순리"라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당의 핵심 당직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일단 상주군과 의성군에 장이 서는 날인 오는 2일에 현장의원총회를 열고 지도부가 총출동할 예정인데, 당연히 당의 대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도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외에 지원 유세가 어떠한 강도와 빈도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 논의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