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받아 들인 조희연, 돌연 '불복' 선회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전교조 전임자 처리에 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일관성 없는 행정 처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조 교육감이 29일 대선 후보자들에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는 명목으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지적이 나온 것.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 26일 법적으로 노동조합 지위를 상실한 전교조에 전임자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법외노조' 판결을 받아, 단체교섭권과 노조전임자 파견권 등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불과 1년 전 법외노조 판결이후 학교로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를 실정법 위반으로 징계했던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것으로, 교육계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조 교육감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조 교육감은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시인했다.

    조 교육감은 "그런 모순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전교조 전임자 허가 취소 명령을 내릴 경우,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고 시사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앞서 교육부는 조 교육감이 전교조 전임자 허용 방침을 밝히자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이를 직권으로 취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조 교육감은 교육부의 직권취소 명령 이후의 방침을 묻자 "크게 보면 강원교육청과 전남교육청 두 개의 경로가 있다. 아무래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조금더 포용적인 정책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강원·전남교육청 모두 지난 달 전교조 전임자 허가를 결정했지만, 전남교육청의 경우 교육부의 취소 명령에 따라 일주일 만에 결정을 철회했다. 반면 강원교육청은 허가를 고수하는 등 교육부와의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취재진이 강원과 전남 중 어떤 노선을 택할 것인지 묻자 조 교육감은 "솔직히 말하면 고민을 하고 있다. 실무자들이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조금 고민이 된다"며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만의 결정이 아니다. 정책국장이나 관련 부서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며, 실무자에게 공을 떠넘겼다.

    한편 교육부는 같은 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 전교자 전임자 허가를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대변인실은 "(기자간담회에서) 말씀한 게 전부"라며 "아직 고민중인 걸로 안다"고 밝혔다.

    교육부 공문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다음 달 4일까지 전교조 전임자 허가 취소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편집자 주]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관련 소송 경과1999년 전교조는 노조 설립신고서를 노동부에 내고 정식 노동조합으로 재출발했다.교원노조법 2조는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전교조 규약은 감독관청인 노동부의 시정조치 대상이다. 

    노조 설립 신고 당시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따라 정부에 노조규약을 함께 제출했다. 그러나 얼마 뒤 전교조는 규약을 일부 개정해, 해직교사에게 조합원 가입 자격을 부여했다. 

    전교조는 개정된 규약을 노동부에 신고해야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전교조가 교원노조법 2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한 사실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노동부는 시민단체의 제보가 사실임을 확인하고, 문제된 규약의 시정을 요구했으나 전교조는 “노조의 자주성” 등을 내세우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전교조가 노골적으로 현행법을 위반한 상태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눈치를 본 정부는 수 년 간 사안을 방치했다. 

    위법을 감독하고 시정해야 할 정부가 노동계의 눈치를 보면서, 오히려 위법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결국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규약개정을 거부하는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내렸고, 이 처분으로 전교조는 합법노조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 

    정부의 법외노조 처분 당시 전교조에 가입한 해직교사는 모두 9명이었다.정부 처분에 대해 노동계와 전교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노동계는 총파업 카드를 꺼내면서 정부를 압박했고,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구 통합진보당 등은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공안탄압’으로 몰아세우며, 전교조에 힘을 실어줬다.이와 함께 전교조는 법원에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과 효력정치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6월 원고인 전교조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 해 9월, “교원노조법 2조는 위헌”이라며, 전교조가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이면서 심리를 중단했다. 재판부는 동시에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정지가처분 신청’도 인용했다. 

    서울고법의 결정으로 전교조는 잠정적으로 합법노조로서의 지위를 회복했다.그러나 2015년 6월2일, 대법원이 서울고법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뒤집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치가처분’ 재항고심에서, “원심 재판부의 결정을 파기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은 되살아났으며,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지원중단, 전교조 전임자에 대한 소속 학교 복귀 등의 제재조치를 다시 취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서울고법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고용노동부 처분에 따른 전교조의 손해 예방을 위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올해 5월28일 교원노조법 2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면서, “서울고법의 판단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전제로 한 것인데 (해당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이 난 이상)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헌재는 같은 해 5월28일 재판관 8(합헌)대 1(위헌) 의견으로,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현직 교사만 (교원노조)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한 법률 규정(교원노조법 2조)은 교원노조의 역할이나 기능에 비춰 볼 때,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며, 교원노조법 2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는 법률이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한 것은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교원노조법 2조가 교원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