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무원 신분… 대전서 현장 연설 대신 '후보자 수락연설' 영상 시청으로 대체
  • ▲ 오는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6일 충청권 선대위 발대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는 대신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오는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6일 충청권 선대위 발대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는 대신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중원에서의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대전을 찾았지만 이렇다할 발언을 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막으면서도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뚜렷하게 드러내려는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6일 대전 ICC 호텔 컨벤션 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충청권 선대위발대식 및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했지만, 말없이 손을 흔들고 미소로 화답한 뒤 연단을 내려왔다. 대신 지난달 31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직후 '수락연설'을 시청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홍 후보가 대전 선대위 발대식까지 참석하고도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선관위가 홍 후보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현재까지 경남도지사 직을 사퇴하지 않고 있다. 선관위는 홍 지사가 당원을 상대로 연설하는 것이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어겨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대구와 부산에서는 '사전행사'형식으로 발언할 수 있었지만 제재가 점차 강해지자 발언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홍 후보는 전날 울산에서도 이같은 사정에 '1분 발언'을 하는데 그쳤다. 홍 후보가 울산에서 한 발언은 "1974년 6월 30일에 울산 복산동으로 마지막에 이사와 제 가족들이 40년 이상 살고 있다"며 "그러니까 울산이 제 인생의 마지막 고향"이라 한 것이 전부였다.

    앞서 들렀던 광주에서는 방명록에 한자로 '멸사봉공'이라 써 논란이 됐다. 그는 두번째 글자인 '사'를 죽을 사자로 쓰는 실수를 한 것이다. 곧 방명록을 다시 쓰는 방법으로 정정했지만, 뼈아픈 헤프닝이 됐다.

    이같은 홍 후보에 침묵 행보에 대해 홍 후보는 표면적으로 "내가 도지사를 그만두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선거가 연거푸 치러지고, 그러면 3백 억원에 달하는 선거비가 든다"고 언급했다.

    어렵사리 경남의 재정을 정상화시켰는데 이제와 다시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혈세를 낭비시킬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김혁규·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사퇴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더군다나 김두관 지사의 경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홍 지사가 좌파와 투쟁해 빼앗은 지역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출마 선언을 한지 얼마 안되는 입장인 홍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아직 준비가 덜 됐음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 후보는 실제로 지난달 18일 출마선언을 했다. 문재인·안철수 전 대표가 4년 동안 대선을 준비해온 것과는 대조된다. 그는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하기 전에 중요한 결정은 내년 7월까지 이미 해놓았다"고 했다. 대선보다 도정을 우선 준비해놓았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하면 최근 여론조사 데이터상 약세인 점에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차분하게 준비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홍 후보가 "10일 지사직을 내려놓고 다시 오면 그때는 말이 달라질 것"이라며 공세를 예고한 것도 이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수표의 이동속도가 워낙 빨라 홍 후보가 후보직을 내려놓고 경남도지사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소신을 지키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재정건전성 강화와 안티 포퓰리즘을 표방하는 후보 이미지에도 정확히 부합해서다.

    한편, 이날 대전 ICC 호텔 컨벤션홀에는 3천여 석이 꽉 들어차며 보수 진영의 결집력을 과시했다. 이 자리에는 친박계로 분류됐던 이장우 전 최고위원은 물론 계파색이 옅은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모두 참석해 합심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