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화통일 위협서 나라 지켜낸 백선엽 전 장군 예방…한미동맹 강조 메시지 전달 받아
  • ▲ 홍준표 후보에 선물할 책에 친필서명 하고 있는 백선엽 전 장군. 그는 떨리는 손을 붙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홍준표 후보에 선물할 책에 친필서명 하고 있는 백선엽 전 장군. 그는 떨리는 손을 붙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전장을 누볐던 98세의 백전노병은 홍준표 후보를 보자 친필서명을 위해 펜을 집어들었다.

    무엇을 담아주기 위함이었을까. 이를 악물고 떨리는 손을 붙든 채, 그는 자신이 쓴 책 '6·25 전쟁 징비록'에 몇 글자를 써서 홍 후보에 건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2일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낸 백선엽 전 장군을 예방한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홍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백선엽 전 장군의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북·미간 일촉즉발의 순간이 오고있다. 안보가 위태롭다"며 "저희들이 열심히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제가 경남지사를 가면서 박진 전투를 알게 됐다"며 "낙동강 전투와 함께 그 전투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인천 상륙작전이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먼저 운을 띄웠다.

    백선엽 전 장군도 이에 화답했다. 백 장군은 "1인당 GNP가 50불도 안되던 나라가 지난 70년 간 3만불 가까이로 성장했다"며 "나라를 이끄는데 있어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 때 임명을 받아 미국가서 상호 조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효과가 있었는지, 노바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한국에 들어와 18일 간 아침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교섭했다"며 당시 교섭내용이 우리 경제 발전의 물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백 전 장군이 말한 교섭은 한미상호방호조약(SOFA)를 말하는 것으로 그가 떠올린 교섭 내용은 ▲한미방위조약 체결 ▲10억불 경제원조 ▲60만 국군 기준 상응하는 지원 등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맺은 SOFA협정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한미동맹하에서 대한민국이 번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홍 후보에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홍준표 후보는 잠시 백 전 장군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났다. 좌파매체인 〈오마이뉴스〉측이 "친일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과 만났는데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고 질문했다.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로 몰아가고, 나아가 홍 후보에도 친일파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질문으로 풀이됐다.

    백선엽 전 장군은 1920년 생으로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 젊은 시절 백 전 장군은 만주군관학교를 졸업, 간도 특설대 소위로 임관했다. 그는 당시를 중공 팔로군을 격퇴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고 회상했다.

    해방 후에는 6·25 전쟁에 참전해 낙동강 방어선 전투, 칠곡 다부동 전투, 38선 돌파와 평양 입성, 1·4 후퇴 뒤 서울 탈환 등을 최선봉에서 이끌었다. 대한민국을 적화통일의 위협에서 구해낸 전쟁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좌파세력에게는 친일파로 낙인찍혔다. 그가 일제강점기에서 군에 입대한데다, 한·미동맹을 강조해서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왼쪽)와 백선엽 전 장군 (오른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왼쪽)와 백선엽 전 장군 (오른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때문에 지난 19대 국회에서 친문계 김광진 전 의원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출신인 김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민족의 반역자인 백선엽 장군의 뮤지컬 제작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광진 전 의원은 현재 문재인 캠프에서 유세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런 배경을 지닌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대해 홍 후보는 "어느 매체냐"고 물은 뒤 "설명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보수 결집 효과가 있느냐'고 재차 묻는 〈오마이뉴스〉를 향해 홍 후보는 "지금 나라가 안보위기인데 무슨 보수 진보 이야기를 하느냐"며 "현재 정부는 대한민국 의지와는 상관 없이 북·미간의 대결 체제로 흘러가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우리가 거기에 의사표시나 개입할 여지가 없이 가고 있으니 걱정스럽다"며 "보수결집 효과가 있는지는 오마이뉴스가 판단해보시라"고 개탄했다.

    한편 백선엽 전 장군은 홍 후보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나라가 계속 됐으면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홍 후보에 선물한 책 '징비록' 역시 맥아더, 리지웨이, 펑더화이, 김일성 등 당시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리더들의 리더십과 군사·정치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70년 전 북한군과 중공군의 모습을 통해 홍 후보에 국가 안보 위기를 헤쳐갈 실마리를 던져주기 위함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