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전 한닢에 벌벌 떨며 "상주 않겠다"는 홍준표 발목잡는 행태 '한심'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회에서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회에서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금은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가 된 홍준표 후보가 서울 동대문을에서 3선에 도전하던 2004년 때의 일이다.

    총선을 한 달 앞둔 그해 3월 12일, 공직선거법 상의 선거중립의무를 위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3·12 탄핵 의거'가 터졌다. 그러자 친노·좌파 세력들이 온통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광풍이 온 천지에 휘몰아치면서, 적어도 여론조사 상으로는 서울에서 선거를 치르나마나한 상황이 돼버렸다.

    홍준표 후보도 경쟁 후보에 비해 30%p 뒤처지는 여론조사를 보고 패배주의에 빠져 선거사무소 문을 걸어잠그고 바둑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엿새가 지나자 지역에서 난리가 났다. "선거가 시작됐는데 왜 우리 의원이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나가보니 바닥 민심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돈도 쓰고 발품도 팔면서 선거를 치렀는데, 개표하는 날 출구조사를 보니 역시나 "진다"고 나왔다.

    '선거사무소로 돌아갈 필요도 없겠다' 싶어 집에 돌아가 드러누웠는데, 밤 9시가 지나자 시의원 한 명이 뛰어들어왔다. 13개 동(洞)에서 다 이겼다는 것이었다.

    비로소 선거사무소에 가서 지지자들의 연호를 받고 있는데, 뒤늦게 방송사 영상기자가 와서 "당선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홍준표 후보는 삼각대를 발로 걷어차면서 "여론조사·출구조사를 사과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패배주의가 이렇게 무섭다. 멀쩡히 민심에 의해 선택받을 사람을 방구석에 들어앉아 바둑이나 두는 폐인으로 만드는 게 패배주의다.

    지금 자유한국당 당 조직이 딱 그 꼴이다.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밑도는 여론조사를 믿고, 패배주의에 빠져 손을 놓았다. 대선 득표율이 10% 미만이면 선거비용을 보전 못 받는다는 점에 사로잡힌 것일까. 아무 것도 안하면서 돈 아낄 궁리만 하는 꼴이 가관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당명도 새롭게 바꿔 일신한 면모를 보였다. 서울과 부산에서 후보자 비전대회를 열었다. 당원과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 속에서 홍준표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자유한국당은 건전하고 상식적인 합리적 보수, 넓게 봐서는 중도와 중도보수의 스펙트럼까지 대변하는 이 나라의 대표적 대중정당이다. 그리고 이 당의 대선 후보는 보수의 맏아들이다. 당원과 국민이 그를 믿고 계승자로 뽑았다.

    믿음직한 맏이는 "보수의 상주가 될 생각이 없다"며 백방으로 살릴 방안을 찾아 뛰고 있는데, 당 조직에서는 보수를 살릴 방도는 안중에도 없이 상조 홈쇼핑 광고나 틀어놓고 보고 있는 모양새다.

    그럴 돈이 있으면 용한 의원도 찾아보고, 좋다는 약도 써보고, 간병인도 들이면서 어떻게든 수를 내야 할텐데, 무슨 생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4일 경북 상주에서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재원 후보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4일 경북 상주에서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재원 후보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패배주의에 깊이 사로잡혀 곡(哭) 소리만 내고 있는 자유한국당 당 조직 구성원들은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일궈낸 김재원 의원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공식선거운동기간 도중 상대 후보들로부터 온갖 조롱을 다 당했다. "대통령이 탄핵당했는데, 친박 핵심으로서 책임지고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말은 양반이었다. "대통령의 오른팔을 자처했는데, 본체는 없어지고 오른팔만 돌아다니니 무슨 유령 후보냐"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이 때마다 김재원 의원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김재원 의원은 "한집안의 어머니가 앓아누웠으면 집안에 병 수발을 들어야 할 사람도 필요하지만, 소도 키우고 농사도 짓고 동생들 챙겨서 학교에 보내야 할 사람도 필요하다"며 "보수정치세력의 회생을 위해 내게 요구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보수우파 세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집에서 기르는 소에 여물도 먹이고, 농사도 짓고, 동생들 챙겨서 학교 보내겠다고 도지사 사퇴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하자마자 재·보궐선거 현장을 동분서주하는 등 팔을 걷어부치고 있는 게 홍준표 후보다.

    반면, 당 조직은 앓아누운 어머니가 돌아가실 날만 손꼽아 세고 있는 불효막심한 사람들 같은 느낌이다. 대선 후보가 열심히 해보겠다는데, 이렇게 발목을 잡을 요량이면 도대체 평소 큰 돈을 들여 당 조직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마의가 기곡에 제갈량의 북벌을 막으려 주둔할 적의 일이다. 복장을 갈아입고 몰래 군사들 사이에 섞여들어가 영채를 돌며 군심을 살피는데, 편장 한 명이 동료들을 모아놓고 "큰 비가 퍼붓는데도 돌아가려 하지 않고 주둔하며 관군을 고생시킨다"고 원망을 내뱉었다.

    이에 사마의가 군막으로 돌아온 뒤 그 편장을 불러들여 "조정이 병사를 천일에 걸쳐 기르는 것은 한때 싸움에 쓰기 위함인데, 네 어찌 원망하는 말을 입밖으로 내어 군심을 흐트리느냐"고 꾸짖고 목을 베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민주공화당을 창당해 당 조직 구성원들을 공채로 뽑기 시작한지 어언 50년이 넘었다.

    집권여당 9년 태평성대에 당 조직을 큰 돈을 들여 유지한 것은 야당의 공세에 정권에 넘어가려 할 때에 대응하기 위함인데, 좋은 시절에는 보수의 가치를 앞장서 지키려는 양 호언장담하다가 가세가 기울자 뜨뜻한 아랫목을 찾아 웅크러들며 1전 한 닢 나가는 것에 벌벌 떨어서야 '한 때 싸움'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보수의 상주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홍준표 후보가 보다 못해 얼마 전에 직접 나섰다. 당 사무처 월례조회에서 "패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아직 병들어 앓아누운 어머니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용한 의원을 찾아볼 생각도, 효험 좋은 약을 쓸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돈 아낄 궁리에만 골몰하고 있는 사람은 홍준표 후보가 찾아내 참(斬)하는 수밖에 없다. 그 길만이 일벌백계로 패배주의를 일소하고 승리의 대선 가도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