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⑥ 변호인단 “2016년 8월, 보고받고 정유라 지원 중단”

이재용 부회장, ‘최순실 존재’ 언제 알았나? 최대 쟁점 부상

특검-변호인단, ‘정유라 승마지원’ 경위·과정 놓고 팽팽한 기싸움

양원석, 이길호, 강유화 기자 | 최종편집 2017.04.13 22: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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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공판 초기,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사실과 최씨와 박근혜 前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이재용 부회장이 인지한 시점이 언제였는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 측은 13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뇌물공여 혐의 2회 공판기일에서도 거듭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 측의 전방위적 지원이 이뤄졌고, 삼성은 이를 위해 허위의 계약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날 이 사건 공동피고인 중 한명인 황성수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실장(전무)의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 중 ‘정유라 승마지원’과 관련된 사안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 8월 이전에도 정유라씨가 최순실의 딸이었으며, 최순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배후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입증하는데 집중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정유라 승마지원’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한 황성수 전무는 물론이고 그로부터 내용을 보고받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도 2015년 7월 말, 박원오 前 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정씨가 최순실의 딸이란 사실을 듣기 전까진, 최순실씨의 존재는 물론이고 최씨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받아쳤다.

변호인단은, 그 전까지 정유라씨를 정윤회의 딸로만 알았을 뿐 최순실과의 관계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지난 공판기일에서 “2014년 승마인의 밤 행사를 보더라도 승마계 내에서 정유라는 전혀 무명의 선수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승마협회 사람들 인식은 정윤회의 딸 정유라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인단은 이날 변론에서 황성수, 장충기 피고인이 최순실-정유라의 관계, 최순실-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안 뒤, 최순실에게 ‘끌려 다닌’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법무팀 변호사와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사실 ▲‘함부르크프로젝트’(올림픽 승마 유망주 지원사업)가 무산된 뒤, ‘안드레아스’라는 현지인과 삼성이 소유했던 말들을 재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금액을 놓고 이견을 보인 사실 ▲현재도 안드레아스와의 분쟁 해소를 위해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사실 ▲박상진 사장이 최순실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위해 갖은 이유를 들어 피해 다닌 과정 등을 설명하면서, ‘삼성이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일찍부터 인지하고, 최씨 측에 ’정유라 승마지원‘을 비롯한 뇌물을 줬다’는 특검 측 공소사실은 근거가 빈약한 추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박상진 사장의 조서를 보면, 지원기간과 총액을 줄이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뇌물을 주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특검 측 주장을 일축했다.

변호인단은 명마 블라디미르의 소유권은 물론이고 마필 관리에 필요한 차량의 소유권도 삼성에게 있었고, 그 권리를 최순실이나 정유라 측에 넘겨준 사실이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특검 측의 공소사실도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정유라 승마지원’을 직접 담당한 (황성수)피고인의 진술조서를 보면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담당자로서 최순실에게 끌려가면서 제가 해야 할 것을 다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부분이 있다”면서, 최순실의 부당한 요구 때문에 삼성 임원진도 적지 않은 고충을 겪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에 대한 변호인단의 변론.

“(황성수 전무가) 최순실의 실체를 알게 됐다는 내용은 사실상 일치한다. 지난번 설명드렸듯 계약 체결 이후 최순실에게 끌려 다닌 정황도 나온다.

(최순실의) 요구 때문에 추가로 승마선수 선발도 못하고 결과적으로 다수의 지원 프로그램이 정유라에게만 집중되는 결과가 나온 점, 삼성이 최에게 지원하면서 정산요구도 하지 못한 점, (용역계약을 체결한) 코어스포츠 인력 운영에도 관여 못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점, 삼성이 결국 최순실에게 끌려간 정황, 16년 이후 용역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최순실과 협의하면서 밀고 당기기 하면서 일정 부분 (금전을) 주기로 했다가 이행 하지 않은 부분도 나온다.

다만 검사가 이 조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일부 내용을 읽지 않아 오해 소지가 있다.“

- 변호인단 변론 중 일부.

앞서 변호인단은 지난 1회 공판기일에서도 “최순실과 밀당을 하면서도 2016년 8월 이후에는 전혀 지원한 사실이 없다”며, 당시 “최서원(최순실) 측은 온갖 요구와 위협을 하면서 돈을 내놓으라는 입장이었고, 박상진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피해 다니는 입장이었다”고 변론했다.

삼성 임원진이 최순실과 정유라의 관계,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어떤 경로를 통해 알게 됐고, 그 뒤 어떤 방식으로 최씨 측의 요구를 들어줬는지는 이날 공개된 황성수 전무의 진술조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특검 측이 공개한 황 전무의 진술조서를 보면, 삼성 임원진이 ‘최순실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과 과정이 비교적 자세하게 드러난다.

특검 :
2015년 7월30일, 박상진 사장이 귀국한 후, 진술인(황성수)이 독일에 들어가야 하는 사정에 대해 얘기해주던가요?

황성수 전무 :
“박상진 사장이 박원오를 만나고 오면서 최순실을 얘기했다. 최순실이 대통령과 친자매보다 가까운 사람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데, 그 딸이 마장마술 선수다. 그 딸을 포함해 독일에서 전지훈련 진행할 수 있도록 삼성이 도와줘야 하는데, 독일로 가면 박원오를 만나야 한다고 했다.”

특검 :
최순실에게 저자세를 보인 이유는?

황성수 :
“대통령이 도와주라고 해 체결된 것인데, 최에게 잘못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최에게 낮은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


황 전무의 진술에 따르면, 이후 삼성은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76억3천만원을 지원했다.

황성수 전무의 진술조서에서는 문제가 된 명마 블라디미르를 구매한 정황도 자세하게 나온다. 황 전무는 ‘최순실이 블라디미르를 구매했고, 그 대금을 삼성이 부담한 것 아니냐’는 특검 측 질문에 “절대로 아니다.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개입한다면 삼성의 존립이 흔들릴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러겠느냐”고 답했다.

황 전무는, 특검이 ‘2016년 10월 22일 박상진에게 ’독일에서 (최순실이) 전화 달라고 난리인데 안주고 있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사실이 있고 기억이 난다. 전화 달라고 난리를 핀 사람은 최순실“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최순실에 대한 송금(지원)을 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유라를 우회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해 최종적으로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1회공판기일 변론을 통해 황 전무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설명했다.

“2016년 8월 용역 계약을 원만하게 종료하기 위해 밀당하는 과정에서 최서원은 말(블라디미르)의 소유권을 요구하고 추가용역도 요구했지만, 박상진은 이를 거부했다.

박상진은 최순실이 강하게 요구하면 들어준다고 했다가 다시 못하겠다고 했다. 객관적으로 2016년 8월 이후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이 말한 2016년 8월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지성 부회장을 통해, 장충기·황성수 등이 최순실과 그의 딸 장유라씨를 지원한 사실을 알게 된 시기다.

즉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과 관련된 임원진의 보고를 받은 뒤, 삼성이 최순실 측을 지원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황성수 전무 등이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동안, 그녀의 신분은 “삼성 소속이 아니라, 전지훈련 프로그램 대상선수”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검은 2016년 9월24일자 ‘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명마 관리비 임대’라는 내용을 근거로,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에 따라 삼성이 정유라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지원 방식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삼성이 말을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액을 감액해 계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상대방을 안드레아스가 아닌 ‘마루 보수업체’인 GGA로 바꾼 사실과, 황 전무가 관련 회의 내용을 기록한 이메일을 그 근거로 들었다.

변호인단은 “뇌물을 위한 것이었다면 대금을 조정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GGA는 마루바닥 업체가 맞고 이름을 빌려 쓴 것도 맞지만, 그 대표이사는 안드레아스와 같이 마장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특검은 장충기 사장의 휴대폰에서 복원한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2016년 8월 이전,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지만, 변호인단은 “장 사장의 문자메시지 내용은 황 전무에게 ‘자료’를 다시 보내달라는 것과 그 ‘자료’를 (최지성) 실장과 (이재용)부회장에게 재전송했다는 것이 전부”라며, 이것만으로 이 부회장이 최순실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문제로 삼은 장충기 사장의 복원된 문자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5년 7월28일자.

‘황 전무님 자료 새로 보내주세요.“
“실장님과 부회장님께 재전송 보고 드렸다.”

특검은 위 문자메시지에 대해, ‘김종찬’이란 인물을 언급했다. 김종찬은 정유라의 뒤를 봐주던 박원오 승마협회 전무가 심어둔 인물이며, 그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는 문제를 두고 장충기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를 했다는 것이 특검 측의 ‘추론’이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특검의 추론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당 내용이, 그룹의 사실상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게까지 보고할 사안도 아니거니와, 당시 황성수 전무는 최순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항변이다.

오히려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당시 한국을 방문한 IOC위원장과 단독 만찬을 한 사실을 들어, 장충기 사장이 말한 ‘자료’는 IOC위원장 방한 관련 보고서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김종찬을 상근직원으로 하는 내용을 이재용 부회장에게까지 보고해야 할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황성수 피고인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당시 황성수 피고인은 최서원을 알지도 못했다. 황성수는 당시 무엇을 보고했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있다. 오찬 결과는 아닌 것 같고 IOC 방한 보고서였던 것 같다고 떠올리고 있다.”

변호인단은 “정황상 IOC 위원장 방한 관련 자료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자료를 찾아 의견을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다음 3회 공판은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법정에서 속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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