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가 태어나 28년 살았던 평양에 비하면(시가지 면적으로) 서울은 5배나 큰 도시입니다. 자랑스러운 세계 10대 도시, 이곳 서울에서 20년 자유를 누리게 해준 대한민국 정부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죠. 사진촬영 장소는 청계광장 입구. [사진 = 림일 작가]
    ▲ 제가 태어나 28년 살았던 평양에 비하면(시가지 면적으로) 서울은 5배나 큰 도시입니다. 자랑스러운 세계 10대 도시, 이곳 서울에서 20년 자유를 누리게 해준 대한민국 정부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죠. 사진촬영 장소는 청계광장 입구. [사진 = 림일 작가]


    김정은 위원장! 이틀 전 요란하게 외신기자들을 평양으로 불러다놓고 오늘(4월 13일) 아침에 “빅 이벤트를 볼 준비를 하라”고 한 것이 고작 신주택단지인 려명거리 준공식입니까? 허허! 참 웃음이 나오네요. 여기 서울에서는 려명거리보다 10배나 멋있고 큰 거리가 있어도 그걸 ‘빅뉴스’라고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올해 두 번이나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에 맞춰 완공을 독려한 려명거리(평양시내 4.25문화회관 앞 룡흥네거리부터 금수산태양궁전까지의 구간)에 55층과 70층의 아파트 등이 들어섰네요.

    제가 언젠가도 말했지만 평양은 제국의 황제인 당신 전용 ‘꿈의 도시’이죠. 뭐든 당신의 의도대로 설계되고 건축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건설된 려명거리도 공사비 일부를 인민들 개인의 돈주머니를 털어 완공했더군요.

    려명거리 구간에는 김일성종합대학 청사와 부대시설이 일부 있습니다. 또한 새 아파트 입주자 대부분이 김일성종합대학 교직원들인데 돈 한 푼 안들이고 궁궐 같은 집을 배정받은 그들에게는 당신이 최고겠죠. 다소 궁금한데 당신 조부 이름(김일성)이 붙은 그 대학에 부친(김정일)이 다녔기에 그토록 애정이 많은 건지.

    참! 이건 아는지요? 평양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역임한 황장엽 선생이 꼭 20년 전(1997년 4월) 이맘때 여기 서울에 오셔서 “김정일은 독재자!” 라고 폭로했으며 조명철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그 대학 졸업생 수십 명이 여기 남조선으로 와서 “자유민주주의 만세!”를 목청껏 외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저의 장편소설 ‘통일’은 대한민국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 독재자 당신을 굴복시키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내용의 스토리입니다. 그 소설에서 통일의 주체세력은 바로 공화국 인민들로 설정하였죠.

    소설에서는 평양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연대장(총학생회장) 려명과 평양화력발전소 처녀 진향기가 어느 날, 김일성광장에서 1호 행사훈련 도중 결단을 하고 “독재자 김정은 타도하자!” “조선노동당 해체!” 등을 외치며 인민들의 반정부투쟁 도화선에 불을 지핍니다. 그 불길이 평양과 공화국 전역으로 퍼져나가죠.

    ‘려명’이란 이름을 가진 평양대학생의 의로운 모습을 그린 저의 세 번째 장편소설 ‘통일’이 서울에서 2015년 3월에 출간되고 꼭 1년 뒤 당신은 평양의 룡남산지구에 ‘려명거리’ 건설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묘한 감정이 드는 거 있죠.

    작가인 제가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려명’으로 지은 것은 통일의 첫새벽을 밝히는 세력이 청년들이라고 생각해서죠. 물론 당신이 승인한 평양의 새 거리이름 ‘려명’은 수령 영도로 이어진 조선혁명승리의 첫새벽을 의미하겠죠. 허나 만인에게 물어봐도 한반도의 ‘려명’은 통일을 염원하는 첫새벽이 맞을 겁니다.

    당신이 집착하여 인민의 피와 땀으로 건설해놓은 평양의 려명거리에서 야만적이고 무위도식하는 당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용감한 인민들의 투쟁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며 그것이 통일의 려명으로 이어지기를 학수고대합니다.


    2017년 4월 13일 - 평양 려명거리 준공에 즈음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