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⑦ 靑 “리커창 방한 전 재단 만들어야” 전경련에 요구

“이재용 뇌물 혐의 핵심 ‘미르·K재단 설립’, 청와대가 지시”

전경련, 삼성 등 10대 그룹 임원진 모아놓고 출연액 할당

양원석, 이길호, 강유화 기자 | 최종편집 2017.04.14 21: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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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 혐의 중 가장 비중이 큰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기금 출연행위’는, 청와대의 지시와 전경련의 금액 할당에 따라 사실상 강요에 의해 이뤄진 행위라는 사실이 공판을 통해 확인됐다.

박영수 특검은 그 동안, 미르 및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삼성이 출연한 기부금은,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에 있는 최순실 측에 건넨 뇌물이란 논리를 폈다.

언론 역시 박영수 특검의 이런 주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 반면 삼성 측은, 두 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은 청와대의 지시와 전경련의 주도로 이뤄진 사안으로, 사실상 강요에 의한 참여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두 재단에 대한 삼성의 기금 출연을 강요에 의한 부득이한 행위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볼 것인지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초반부터 사건의 성격을 규명하는 핵심 쟁점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판과정을 통해 두 재단에 대한 삼성의 기금 출연이 청와대의 지시와 전경련의 주도로 이뤄지고, 기금 규모 역시 전경련이 각 그룹별 매출을 기준으로 할당해 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기금을 출연한 다른 기업은 강요에 의한 피해자이고, 삼성만 뇌물을 공여한 범죄자로 취급하는 건 모순”이란 변호인단의 항변은 상당 부분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런 내용은 14일 오전 속개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임원진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3차 공판을 통해 알려졌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 3차 공판에서 특검은 두 재단을 실제 지배한 사람이 최순실이었으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각 계열사에 일방적으로 기금 출연을 위한 재원 마련을 지시했음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실제 이날 K스포츠재단 및 삼성물산 실무진, 포스코 경영진 등 참고인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조사에서는, 최순실이 K스포츠재단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 공개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목을 끈 내용은, 최순실이 두 재단의 배후에서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기왕의 사실’이 아니라, 두 재단 설립 지시가 청와대로부터 나왔고, 전경련이 10대 그룹에 할당금액을 통보한 뒤, 재단 설립을 급조했다는 진술이었다.

두 재단의 설립과 관련한 서증조사 내용을 정리하면, 당시 청와대는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에 앞서 재단 설립을 끝내라는 지시를 전경련에 내리고, 전경련은 10대 그룹 관계자에게 각각의 금액을 할당해 출연을 요구했다.

재단 설립을 급하게 추진하면서 일부 기업의 날인이 누락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전경련은 청와대가 지시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졸속으로 후속절차를 마무리했다.

재단 설립 기금은 전경련이 10대 그룹의 매출 등을 고려해 할당했으며, 각 그룹은 이를 거부할 경우 예상되는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전경련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이 읽은 진술조서 내용을 종합하면, 삼성을 비롯한 10대 그룹이 전경련의 ‘요청’을 받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기금을 출연한 경위는 아래와 같다.

아래 내용은 강OO K스포츠재단 전 대외협력부장, 강OO 삼성물산 경영기획실 기획관리팀장, 권OO 전경련 사회본부 사회협력팀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최정우 포스코 부사장 등의 각 참고인 진술조서를 바탕으로 상황을 재구성한 것이다.

2015년 여름, VIP(박 전 대통령)는 전경련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이 문화 분야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대통령의 ‘말씀 취지’에 맞춰서 기업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경련은 청와대로부터, 같은 해 10월 말 중국 리커창 총리가 방한을 하는데, 그 전에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고, 전경련 회의실에서 10대 그룹 임원을 모아놓고 회의를 열었다.

당시 참여 기업은 한진 한화 두산 CJ GS 였으며, 삼성 현대차 SK LG는 사전에 협의가 돼 임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서 전경련 박찬호 전무는 그룹 임원들에게 “리커창이 방한할 때 양국 문화재단 간의 업무협약을 체결해야하니까 그에 맞춰서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 출연기금 규모는 300억원이었으며 사업 명칭은 가칭 ‘문화교류재단 설립 추진계획’이었다.

출연금 할당은 전경련 회원사들의 매출액에 기초해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 99억원 등 10대 그룹이 내야하는 금액이 정해졌다.

재단의 인허가 업무는 전경련 실무진이 맡았으며, 같은 해 10월22일 ‘청와대 회의’ 이후 급속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설립 과정에서 출연금액이 500억원으로 증액됐고 일정도 앞당겨졌다. 추진계획을 보면 창립현판식은 같은 해 10월27일로 잡혀있었다.

할당금액이 늘어나면서 각 그룹이 부담해야하는 금액 규모도 늘어나,  삼성은 미르재단에 125억원을 출연했다.

같은 해 12월 청와대는 다시 전경련을 통해 ‘올림픽 관련 경제계에서 지원하는 체육재단 설립’을 요청했다. 출연금 규모는 300억원 이었으며, 전경련은 10대 그룹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당금액을 나눠 미르재단 때와 같이 각 회원사에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해 1월12일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출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같은 회사 최정우 부사장에 따르면, 당시 기업들은 ‘청와대의 요청이 급하게 들어오고 전경련이 (사업을) 하는 경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세무조사와 각종 사업 인허가 문제, 환경 문제, (준비한 사업이) 추진 안 되거나 지연되는 경우 손해가 클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라고 답했다.

즉 청와대가 전경련을 통해 요구한 기금 출연에 불응하는 경우, 이로 인해 받을 수 있는 각종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


진술조서의 내용에 대해 변호인단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의 기금 출연이 대가관계 없이 마지못해 이뤄진 것”을 반증한다고 변론했다.

변호인 측은 “재단에 대한 삼성의 기금 출연은 진술조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각 계열사별 내부 기안과 적법한 결재 절차를 준수해서 이뤄졌으며, 청와대의 문화융성 및 체육발전 요청과 전경련이 주도했다는 사실, 다른 기업도 함께 참여한 점, 무엇보다 삼성은 물론 다른 기업들 모두 최순실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출연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강사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진술조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최순실에게 면접을 보고 입사한 사람조차 퇴사할 때까지 그 여자(최순실)가 누군지 몰랐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재단 설립 당시 전경련의 현안은 원샷법 제정, 노동개혁 입법, 규제완화 등이었고, 전경련은 기업들의 고충사항을 청와대나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했다”며, “특검의 논리대로라면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청와대의 요구에 응해 기금출연을 한 행위는 모두 뇌물공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바로 이런 추상적 내용을 이 사건에 있어 대가관계 합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삼성만 유일하게 이례적으로 대가를 바라고 뇌물로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오후 공판에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신문조서를 읽으면서, “그가 한 진술을 간략히 말하면 이재용 피고인과는 상하(上下) 보고관계에 있지 않고, 그룹 경영과 관련해 정보률 공유하는 관계이며, 이 부회장과 대통령의 단독면담 관련해서도 이행사항을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이런 그의 태도는 대기업 총수 비호를 위한 실무책임자의 전형적인 총대매기이며, 그는 이를 위해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최지성 피고인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장시간에 걸쳐 읽었다.

특검은 대기업 총수를 위해 실무책임자가 총대를 맨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며, 오리온그룹 한화그룹 한보그룹 대우그룹 등을 언급했다.

변호인 측은 “이재용 피고인과 최지성 피고인의 관계는 일반적인 상하관계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에 의해 임명된 최 피고인이 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피고인의 멘토와 같은 역할을 했다”며, 특검은 두 사람의 관계 자체를 왜곡해서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최지성 피고인이 이재용 피고인을 위해 총대를 맨 사실을 입증하겠다며 특검이 읽은 조서 내용 모두, 이 사건 핵심과 무관하거나, 특검이 처음부터 예단과 추론을 가지고 있었음을 반증한다”고 받아쳤다.

특히 변호인단은, 특검이 작성한 최지성 피고인의 신문조서를 보면 ‘정윤희의 딸 정유라’라는 부분을 ‘최순실의 딸 정유라’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재판부에 특검의 진술조서를 유념해서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최지성 피고인에 대해 이례적으로 16시간이 넘게 조사를 강행한 사실, 같은 내용의 질문을 반복해서 물어본 사실을 예로 들면서, 이런 정황은 “특검이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피고인을 압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특검 측 최지성 피의자신문조서 및 변호인단의 반박.

특검 : 제1차 (이재용-박근혜) 독대 당시 ‘정윤회·최순실의 딸 정유라’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

최지성 : 당시 저는 몰랐습니다.

특검 : 2014년 4월경 정윤회 딸 정유라 관련해 공주승마대회 의혹 제기됐고, 안민석 의원이 국회에서 정유라가 부정한 방법으로 승마선수로 선발됐다고 했는데 전혀 몰랐다는 건가?

최지성 : 승마 분야는 관심도 없고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 무관한 뉴스는 볼 여유도 없었다.

변호인단 :

“특검의 진술조서를 보면 굉장한 논리의 비약이 이뤄지고 있다. 단적으로 2014년 4월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윤회의 딸 정유라에 대한 의혹’이고, 여기에는 ‘최순실의 딸’이란 전제사실 자체가 없다.

그럼에도 특검은 ‘피의자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라는 것을 몰랐느냐’고 묻고 있다. 특검의 공소장도 똑같은 논리적 비약으로 점철돼 있다. 특검의 신문방식도 마찬가지다.

공주승마대회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부정하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는 내용이 언론에 도배됐는데, 피의자는 그것도 모르느냐고 묻는 건 전제사실이 잘못됐다.

마치 이 질문은 명색이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이라는 사람이 세상사람 다 아는 걸 모르냐고 질문하는 것과 같은데, 피고인을 거짓말하는 사람처럼 말하고 있다.

재판부에서 유념해서 읽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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