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태극기'에 러브콜… 바른정당과의 연대 '레드라인' 넘어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5일 부산 태화백화점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태극기를 들고 참석해 앉아 있다. ⓒ부산=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15일 부산 태화백화점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태극기를 들고 참석해 앉아 있다. ⓒ부산=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범(汎)보수 대선후보로 분류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19대 대선후보 등록일 첫날 각자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후 홍준표 후보는 바른정당 등 중도보수 표심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유승민 후보도 홍준표 후보의 자격까지 거론하며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인 속내를 내비쳐, 대선까지 24일 남은 가운데 이른바 보수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5일 이철우 사무총장·김정재 대변인을 통해 후보등록을 마치고 울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 일대를 순회 방문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부산 태화백화점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태극기를 흔들며 참석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 자리에서 "엄동설한에 천만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전국 각지에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운동을 했다"며 "나는 태극기의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 경남지사였기 때문에 동조할 수 없었으니, 서운하게 했던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이른바 '태극기 세력'의 환심을 사려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같은날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후보등록을 마쳤다. 이 자리에서 유승민 후보는 TV토론 이후 지지율 변화 추이에 따라 후보 사퇴를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사퇴는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또, 유승민 후보는 "홍준표 후보는 지금이라도 사퇴가 맞는 후보"라며 "그런 자격이 없는 후보와의 단일화는 바른정당 존재의 이유와 내가 정치하는 이유를 부정하는 일로서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준표 후보가 이른바 '태극기 세력' 표심 잡기에 나섬에 따라 바른정당을 비롯한 중도보수 방향으로의 외연 확장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15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사무소를 찾아 19대 대선 후보로 등록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15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사무소를 찾아 19대 대선 후보로 등록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유승민 후보의 대선 완주 여부에 대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바른정당 의원들도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는 정치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탄핵 주도 세력인 바른정당이 탄핵을 극력 반대했던 '태극기 세력'과 함께 대선을 치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간 독자적인 대선 완주와 함께 양 방향으로 연대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평가받던 바른정당의 향후 진로는 자유한국당 방향으로의 '오른쪽 연대'의 문은 닫혔고, 독자 완주 또는 국민의당과의 '왼쪽 연대'라는 두 가지 길만 남게 됐다는 분석이다.

    바른정당 핵심관계자도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는 이제 있을 수 없게 된 일로, 그쪽(한국당)에서 바라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연대를 한다면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길만 남아 있고, 아니면 대선을 완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날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한국당 내의 잔류 비박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보수후보 단일화'는 실기(失期)의 주장으로 그치게 됐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려면 홍준표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라고 하는 등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을 때 제기됐어야 했는데, 지지율 정체가 계속돼 '태극기 세력'마저 결집의 대상으로 삼게 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지원유세를 하는 등 4·12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활약을 펼친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홍준표·유승민 두 사람이 끝까지 단일화 노력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보수 유권자들은 국가 대의를 위해 최후의 고민에 돌입할 것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함께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 보수세력 재정비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주장했다.

    심재철 부의장도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아무 조건 없이 합쳐야 한다"며 "지금 계산하고 따지는 것은 보수의 추락을 안타까워하는 200만 당원과 보수 전체의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거들었다.